◆ 윤종규, 마지막 한 발을 쏠 타이밍을 기다린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늘 이렇게 말한다.

“마지막 한 발이 남아있다.”

양궁으로 비교하면 상대방은 화살 열 발을 다 쐈고 우리는 아직 한 발을 남겨두고 있다는 얘기, 즉 상황을 뒤집을 만한 카드가 남아있다는 얘기다.

생명보험사 인수도 여러 인수합병 대상 가운데 하나다. KB금융그룹 안에 은행, 증권, 보험사 등 여러 계열사가 있는데 유독 아픈 손가락이 바로 KB생명보험이다.

KB금융그룹이 신한금융그룹과 함께 1위를 다투는 명실상부한 리딩 금융그룹인데 이와 비교해 KB생명보험은 업계에서 존재감이 미약하다.

윤 회장 역시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생명보험사를 인수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해왔다.

문제는 사고 싶다고 살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우선 판다는 사람이 나타나야 하고, 살 만한지, 가격은 적당한지, 사서 잘 될지 등 생각할 게 한두 개가 아닌 탓이다.

생명보험사들은 새 회계기준 도입으로 변화를 맞고 있다. 이 변화에 맞춰 매물도 여러 개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가운데 윤 회장 마음에 꼭 드는 매물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 취임 4년 반 주가, 잘했지만 아쉽다

윤종규 회장이 취임한 뒤 4년 반 동안 KB금융지주 주가는 15% 정도 올랐다. 그가 취임한 2014년 11월 KB금융지주 주가는 3만9천 원대인데 현재는 4만5천~4만6천 원대를 오가고 있다.

당시 코스피 추이랑 금융주 추이를 살펴보면 4년 반 동안 코스피지수는 5% 정도 올랐다. 라이벌 신한금융지주 주가는 오히려 8% 떨어졌습다. 윤 회장이 주가만큼은 잘 끌어올렸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윤 회장은 주요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주가 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 들고 있는 KB금융지주 주식 수만 2만 주가 넘는다.

윤 회장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주가하락에 불만을 보이자 아직 남아있는 인수합병의 기회 등을 살려 주가를 올리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 인수합병에 엇갈린 주가

윤종규 회장이 이끈 4년6개월 동안 KB금융지주 주가가 가장 낮은 건 2016년 2월12일이다.

이날 윤 회장은 취임 이후 가장 큰 승부수를 띄운다. 장이 끝난 뒤 KB금융지주는 “현대증권 인수전 참여를 위한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고 공시한다.

이 결정이 지금 자기자본 기준 5위의 대형 증권사 KB증권의 시작이다. 같은해 3월 말 KB금융은 한국투자금융을 제치고 현대증권을 인수하는 데 성공한다.

특히 윤 회장과 KB금융그룹 입장에서는 그동안 트라우마처럼 남아있던 그룹의 인수합병 잔혹사를 끊어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그 전까지는 KB금융그룹이 인수합병에 나서기만 하면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가 불거져 결국 인수전에서 중도하차하는 일이 많았다.

윤 회장은 당시 “책임은 모두 내가 진다”면서 적극적으로 인수에 힘써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전 참가를 시작으로 KB금융지주 주가는 2년 동안 가파르게 오른다. 2년 동안 주가가 2만 원대에서 무려 6만 원대까지 오른다. 말 그대로 파죽지세의 기세다.

당시 은행주가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이긴 했지만 KB금융지주 주가가 유독 강세를 보인 건 결국 시장이 윤 회장의 추진력에 베팅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는 신한금융지주가 차지하고 있던 금융 대장주 자리도 2017년 6월 넘겨받는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다시 신한금융지주에 금융 대장주 자리를 빼앗긴다.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을 인수한 뒤 별다른 호재가 없었는데 신한금융지주는 오렌지라이프에 이어 아시아신탁을 인수하는 등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면서 주가가 엇갈린 것으로 풀이된다.

윤 회장이 현대증권 인수 이후 별다른 일 없이 조용히 보냈다면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윤 회장의 표현대로라면 아껴뒀던 한 발을 쏜 셈이다.

윤 회장이 인수합병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KB금융지주뿐만 아니라 주요 금융지주 모두 인수합병을 통해 컸고 앞으로도 인수합병 외에는 클 수 있는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 삼고초려 끝에 은행에 영입돼, 회장 연임도 유일 

윤종규 회장은 국민은행에 들어올 때부터 '천재'라는 말을 들었다.

특히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이 ‘삼고초려’ 끝에 윤 회장을 영입했는데 천재를 영입했다고 회사 홍보물에 실을 정도로 기뻐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 회장은 공인회계사 시험에도 합격했고 행정고시에서도 필기시험을 차석으로 붙었다. 그런데 과거 시위에 참여했던 경력이 문제가 돼 임용이 취소된다.

윤 회장은 지금의 KB금융지주를 사실상 완성한 회장이기도 하다. KB금융지주 역사가 10년 반 정도인데 이 가운데 4년6개월을 넘게 회장을 지내고 있으니 역사의 절반을 이끈 셈이다.

윤 회장은 KB금융이지주가 9년 만에 신한금융지주를 제치고 순이익 1위를 차지하는 데도 기여했다. 또 역대 KB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처음으로 연임에도 성공했다.

◆ 똑똑하고 부지런한 상사

윤종규 회장은 엄청 똑똑한데 부지런한 스타일이다. 그래서 '똑부'라는 말도 듣는다.

KB금융 직원들은 윤 회장이 모든 것을 파악하고 일을 지시하기 때문에 사소한 사안까지도 놓치지 않고 챙겨서 일을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실제 KB금융지주가 순이익 1위를 차지하는 등 승승장구하는 동안 노사관계가 어느 정도 악화된 점도 이런 윤 회장의 스타일과 무관하지 않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