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투자가 자기자본(PI) 투자를 통해 기업과 쌓은 돈독한 관계에 힘입어 기업공개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3일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상반기 2차전지회사 천보, 의료기기 제조회사 마이크로디지탈의 기업공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데 이어 바이오기업 네오이뮨텍의 상장도 앞두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천보 마이크로디지탈 네오이뮨텍 상장전 투자 '솜씨'

▲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


또 최근 통신장비회사 유캐스트, 미국 건설회사 엑스본 등의 상장주관사로 선정됐고 인공지능 기업 마인즈랩의 상장도 NH투자증권과 공동으로 맡는다.

기업공개시장의 ‘전통 강자’로 꼽히던 미래에셋대우나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가 주춤한 사이 하나금융투자가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특히 하나금융투자는 천보나 마이크로디지탈, 네오이뮨텍 등 모두 세 건의 기업공개를 자기자본(PI) 투자로 진행해 수수료수익과 함께 평가이익도 함께 노리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8억 원가량의 마이크로디지탈 지분을 상장 전에 사뒀고 네오이뮨텍에 31억 원 규모로 지분투자를 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 상장에 성공한 천보는 하나금융투자가 펀드모집 등 간접투자형식으로 일정 지분을 투자했다.

증권사가 기업공개를 주관할 때 지분투자를 진행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비상장기업에 미리 투자를 해뒀다가 상장 후에 투자금을 회수(엑시트)하거나 상장 때 일부 지분을 사들이는 식이다. 두번째 방식은 상장 때 흥행이 저조할 때 이에 따른 책임을 증권사가 진다는 측면이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증권사가 기업공개할 때 지분투자를 하는 것은 거의 드물다”면서도 “기업의 성장성을 확신할 때 증권사가 투자수익을 얻기 위해 지분투자를 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천보는 최근 기업공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마이크로디지탈 역시 무난히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하나금융투자가 이에 따른 높은 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디지탈은 공모가격이 희망가격의 최대치인 2만3천 원으로 확정됐고 일반 청약 당시 경쟁률이 1116.35:1로 3월 이후 최고치에 이르렀다. 천보 역시 상장 이후 주가가 꾸준히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증권사는 상장주관을 맡은 기업이 상장한 후에도 상장 전에 사둔 지분을 일정 기간 보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더욱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해 바이오기업 신라젠에 100억 원 규모로 자기자본(PI) 투자를 했다가 이 기업의 공모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8배가 넘는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기업공개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증권사들이 좋은 거래를 확보하는 방법이 다양해지고 있다.

상장 전에 미리 지분투자를 해두며 좋은 관계를 유지해뒀다가 이 기업이 상장해야할 상황이 왔을 때 주관사로 선정되는 기회로 이어지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나금융투자가 주관사를 맡은 네오이뮨텍은 2017년 12월 말 하나금융투자로부터 투자를 받았다가 이듬해인 6월에 하나금융투자를 상장주관사로 선정하기도 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가 위험성이 높은 비상장기업에 미리 지분을 투자한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의 성장성을 확신한다는 의미”라며 “증권사와 발행사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