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멕시코에서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물리는 관세를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사업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나온다.

중국 TCL이 미국의 관세를 피하기 위해 만든 멕시코 생산법인까지 관세의 영향권에 들어가면 미국에서 팔리는 TCL TV제품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미국이 멕시코산 관세부과하면 TV사업 반사이익

▲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 사장(오른쪽), 권봉석 LG전자 MC/HE사업본부장 사장.


31일 백악관 홈페이지에 따르면 미국은 6월10일부터 모든 멕시코산 수입품에 5% 관세를 적용한다.

멕시코가 불법이민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7월1일 10%, 8월1일 15%, 9월1일 20%, 10월1일 25%로 매달 5%씩 단계적으로 관세를 인상하기로 했다.

불법 이민자의 유입이 중단되지 않으면 마지막 관세율 25%는 영구적으로 유지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기업 가운데 하나가 중국 TCL이다. 

TCL은 2018년 말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했을 때 멕시코 공장의 생산량을 늘려 중국 본토 생산량을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었다. 

TLC은 2018년 기준 멕시코 공장에서 400만대가량의 TV를 생산한 것으로 파악된다. 2017년 200만대에서 생산량을 대폭 늘린 것으로 올해도 꾸준히 생산량을 확대해 중국 공장의 생산량을 줄이겠다는 전략을 짰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 문제로 멕시코에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TCL의 전략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국과 멕시코 두 국가 모두에서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TCL이 미국에 수출하는 TV는 관세를 피할 길이 없다. 만약 기존 13.5인치 이상 제품에 25% 관세가 책정되면 제품 가격은 18.6%가량 상승할 것으로 추산됐다. 

미국 행정부의 추가 관세가 현실화 하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들어 TCL이 가격과 기술력을 모두 앞세워 공격적으로 북미시장을 공략함에 따라 점유율 유지에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북미시장에서 TCL은 점유율 26.2%를 달성하며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추월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점유율은 21.8%, LG전자는 12.3% 수준이었다.

TCL이 이렇게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일 수 있는 주요 요인으로 가격과 기술력을 동시에 잡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TCL이 가격은 싸면서도 품질과 성능에서 만족도가 높은 제품을 내놓음으로써 중국산 TV는 값만 싸다는 미국 소비자의 인식을 바꿨다는 것이다.

중국 대형 포털사이트 ‘시나닷컴’은 “TCL은 이제 미국 소비자의 선호 브랜드가 됐다”며 “저가제품을 통해 저변을 확대했을 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상품 개발에 노력해 퀀텀닷 TV 등 프리미엄 제품까지 내놓자 미국 매체들이 호평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더해 TCL은 삼성전자가 선점하고 LG전자가 진출을 예고하고 있는 8K TV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관세조치가 현실화된다면 TCL의 추격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중국 TV와 기술격차를 벌릴 시간을 벌게 될 수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국내 생산라인을 중심으로 폴란드와 미국 현지 등 여러 해외시장에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어 미국의 추가 관세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두 회사는 여러 프로모션을 통해 최대한 가격을 낮춘 QLED TV와 올레드TV 등 프리미엄 TV 제품을 북미시장에 꾸준히 내놓고 있어 미국 정부의 관세조치가 시행되면 점유율 재역전도 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해외 생산시설을 통해 미국 수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관세 영향을 피할 수 있다”며 “미국이 TV 완성품에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하면 중국 TV의 가격 경쟁력이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