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한 결정이다.

국토교통부가 7월부터 매월 정기적으로 건설현장에서 사고 사망자가 많은 건설사 명단을 공개하기로 했다.
 
사망사고 많은 건설사 공개, 소비자가 이런 아파트를 멀리 한다면

▲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이 4월24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 정문 앞에서 '2019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진행하고 있다. <노동건강연대>


국토부는 포스코건설을 포함해 2018년 사고 사망자가 많은 건설사 명단을 13일 처음으로 공개하면서 명단 공개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그동안 건설현장에서 사고로 노동자가 죽으면 기업이름과 로고를 가리는 방식 등으로 어느 건설사 현장인지 '쉬쉬' 할 때가 많았다.

건설사, 특히 대형 건설사들은 브랜드 가치를 위한 기업 이미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사고 사망자가 많은 건설사 명단에 들지 않기 위해 자발적으로 안전관리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 어떤 최고경영자(CEO)도 7월부터 새롭게 정례화되는 제도의 첫 사례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기는 싫을 것이다.

국토부가 사고 사망자 많은 건설사 명단을 정기적으로 공개하기로 한 것은 건설현장 사고를 잡지 못하면 산업재해에 따른 전체 사망사고를 줄이기 쉽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건설업은 매년 전체 산업재해를 인정받는 사고 사망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2018년에도 산재에 따른 사고 사망자 971명 가운데 건설업이 485명으로 전체의 50%에 이르렀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1월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2022년까지 산재에 따른 사고 사망자 수를 500명 아래로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건설업의 성과 없이는 달성할 수 없는 목표다.

문제는 건설현장의 미흡한 안전관리 실태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2017년 취임할 때부터 건설업을 비롯한 현장 노동자들의 안전을 강조했다. 주요 건설사 CEO 역시 매년 신년사에서 짜인 각본처럼 하나 같이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을 지키겠다고 약속한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건설업은 노동자 1만 명당 산재에 따른 사고 사망자 수를 나타내는 사고사망만인율이 2018년 1.65를 보였다. 2위인 제조업 0.52보다 3배 이상 높다.

정부는 건설현장의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건설사 명단 공개 외에도 전방위적으로 강도 높은 대책을 마련했다.

국토교통부는 13일부터 497개 소규모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안전현황을 점검한다. 고용노동부도 건설현장의 안전관리 강화에 행정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사망사고 많은 건설사 공개, 소비자가 이런 아파트를 멀리 한다면

▲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가운데)이 5월8일 서울 개포시영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 국내 10대 건설사 최고경영자들과 함께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토부와 고용부는 현장에서 안전관리와 관련한 미흡사안이나 위법행위가 적발되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공사중지와 영업정지는 물론 사업주를 대상으로 사법조치 등을 내리기로 했다.

건설현장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건설사의 노력만큼이나 정부의 효율적 감독 역시 중요하다.

건설현장에서 지켜야 할 산업안전보건규칙 조치사항은 500가지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너무 많은 것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효율적 감독이 보장되지 않은 채 예고된 강도 높은 처벌은 건설현장의 안전역량를 분산하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정부가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 사안을 추려 점검한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낼 필요가 있다.

보여주기식 감독에 그쳐서도 안 된다.

9일 충남 서천군 신서천화력발전소 건설현장에서는 고용부가 현장점검을 실시한 다음날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이런 사고가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정부가 의지를 지니고 효율적으로 점검을 진행하면 실제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정부는 2017년 타워크레인 사고로 17명의 노동자가 사망하자 2018년 내내 집중감독을 진행했는데 이에 따라 지난해 타워크레인 사고로 숨진 노동자는 없었다.

정부뿐 아니라 소비자들도 앞으로 공개될 사고 사망자 많은 건설사 명단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기업에게 소비자보다 무서운 규제는 없다. 소비자들이 '피 묻은' 아파트를 멀리한다면 건설사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현장 안전관리에 더 많은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