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한 게임업계 인사들에게 규제 완화와 정책 지원을 약속했다.

박 장관은 9일 경기도 판교의 게임회사 현장을 살펴본 뒤 근처 음식점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게임업계에 유독 과도한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며 “성인 대상의 PC게임 결제한도를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박양우, 게임회사 CEO 만나 성인 대상 PC게임 결제한도 폐지 약속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앞줄 오른쪽)이 9일 경기도 판교의 게임회사 현장을 둘러본 뒤 근처 음식점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택진 사장이 “게임업계는 규제가 많아 힘든데 자유로운 경쟁 환경을 만들어 줬으면 한다”고 요청한 데 화답한 것이다.

현재 PC온라인게임을 이용하는 성인은 매달 50만 원, 미성년자는 7만 원까지만 게임 내 결제를 할 수 있다. 

박 장관은 상반기 안에 성인 대상으로 PC온라인게임의 결제 규제를 없애는 방안을 추진한다. 다만 미성년자 대상의 결제 규제는 현재 수준으로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청소년을 비롯한 개인 개발자가 비영리 목적으로 게임을 창작한다면 등급 분류 심사를 면제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을 이용한 실감형게임의 등급을 분류하기 위한 지표를 개발하기로 했다. 게임산업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일부 영업정지의 근거를 마련하고 과징금도 현실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게임 셧다운제’도 여성가족부와 협의해 합리적 개편방안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게임 셧다운제는 만 16세 미만인 청소년을 대상으로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PC온라인게임에 접속할 수 없도록 막는 제도를 말한다.

박 장관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질병 코드화’를 추진하는 데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보였다. 

그는 “게임을 지나치게 이용하는 상태의 진단이나 징후, 원인을 판단할 명확한 기준이 없다”며 “게임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다시 조명하면서 정부와 게임업계가 건전한 게임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게임 이용 장애의 질병 코드화에 반대하는 이유로 문체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최근 5년에 걸쳐 진행한 게임 이용자 패널조사의 결과를 들었다. 

이 조사결과 게임 이용자의 지나친 몰입을 불러오는 주된 요인은 게임 자체가 아니라 학업 스트레스 등의 사회·심리적 환경으로 나타났다.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비롯한 정신적 문제와 지나친 게임 몰입 사이의 관계를 추가로 연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함께 나왔다.

게임업계의 스타트업·중소기업을 위해 제조업 수준의 세제 지원을 추진하기로 했다. 중소 게임회사의 지원 인프라 확충, 게임회사 대상의 투자와 융자 확대, 실감형 게임의 제작·유통 지원 등도 향후 추진할 대책으로 제시했다.

박 장관은 “게임은 놀이이자 문화이며 혁신성장을 위한 선도 산업”이라며 “게임 산업이 다시 도약할 수 있도록 여러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권영식 넷마블 대표이사, 양동기 스마일게이트스토브 대표이사, 문지수 네오위즈 대표이사,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이사,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 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을 비롯한 게임 관련 협회와 단체장들도 함께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