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지주사 SK가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거침없이 확장하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은 2015년 SKC&C 합병 뒤 지주사 SK를 새로운 성장영역에서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는 투자회사로 꾸리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는데 순항하고 있다.
 
SK, 풍부한 현금 바탕으로 최태원이 내건 '투자회사'로 순항

▲ 최태원 SK 회장.


김한이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7일 “SK는 2015년 지배구조를 개편한 뒤 지금까지 약 3조8천억 원 규모의 투자금을 바이오, 신에너지, 소재 등 미래 성장 후보군에 투입해왔다”며 "계열사 지원보다는 스스로 성장하는 데에 현금을 활용하는 회사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SK의 최근 투자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당장 현금흐름을 창출하진 않더라도 미래 성장성이 높은 곳에 투자가 집중돼있다. 

최 회장은 2015년 옛 SK와 옛 SKC&C의 합병 당시 지주사 SK가 제약·바이오, 정보기술(IT) 서비스, 글로벌 LNG, 반도체 소재·모듈, ICT 등 5대 성장 영역을 집중 육성한다는 방침을 세운데 따른 것이다.  

SK는 미래사업으로 점찍은 신재생에너지 액화천연가스(LNG) 부문을 놓고 미국에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SK는 올해 3월 말 미국 천연가스 채집·가공(G&P)업체인 ‘블루레이서 미드스트림’에 1700억 원의 투자를 발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4월 자회사인 SKE&S를 통해 미국의 한 에너지 펀드에 1136억 원을 현금출자했다. 지난해 5월에는 미국 셰일원유·가스기업인 '브라조스 미드스트림'에 27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바이오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SK는 2018년 7월 미국 의약품 생산업체 '앰팩'을 8223억 원에 사들였다. 2017년에는 SK바이오텍을 통해 1725억 원 규모의 아일랜드 원료의약품 생산 공장을 인수하기도 했다. SK는 SK바이오텍이 아일랜드 생산 공장을 인수하기 직전 같은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반도체 소재사업 역시 주목할 만하다. 

SK는 2015년 SK머티리얼즈(NF3 등 특수가스), 2016년 SK트리켐(3D 절연막 소재)과 SK에어가스(산업가스), 2017년 SK실트론과 SK쇼와덴코(식각 가스) 등을 사들여 계열사로 편입하면서 반도체 소재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전기차배터리 소재 사업에도 투자를 시작했다.

SK는 지난해 11월 2차전지 필수부품인 동박(Copper Foil)을 제조하는 중국 1위 업체 '왓슨'을 2712억 원에 인수했다. 동박은 배터리 음극재의 지지체로 전류를 흐르게 하는 역할을 하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부품이다. 

지주사 SK의 이런 사업들은 특히 SK그룹 기존 주력사업의 전후방 분야와 관련이 깊은 만큼 SK그룹 계열사들과 시너지를 내는 데도 보탬이 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SK의 반도체 소재사업 투자는 이미 성과가 충분히 나온 상태로 SK하이닉스와 시너지효과가 컸다”며 “북미 LNG 및 셰일가스업체 인수는 SK이노베이션 및 SKE&S와의 사업적 시너지가 클 것으로 예상되며 전기차 배터리 소재 업체 인수도 SK이노베이의 전기차 배터리사업에서 필수부품을 안정적으로 조달 받기 위해 관련업체의 지분을 매입한 것”이라고 내다봤다. 

SK의 풍부한 현금흐름은 과감한 신사업 투자의 바탕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K는 자회사들로부터 벌어들인 수익을 통해 현금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SK의 2016년 순현금흐름은 4300억 원, 2017년 4400억 원, 2018년 5200억 원 등이다. 

투자지분의 기업공개나 자산 매각으로 회수한 이익도 상당하다. 

SK는 지난해 SK증권 매각, 분당사옥 매각, SK텔레콤에 FSK L&S와 인포섹 양도 등으로 8천억 원가량의 현금을 확보했다.

김한이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SK는 투자지주회사로서 합병 후 유입되는 현금을 투자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는 데서 지주사들 가운데 중장기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다”며 “올해 SK바이오팜 상장 후 확보한 현금을 어느 성장동력에 쓸지도 관심이 쏠린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