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과거 하이닉스반도체(현재 SK하이닉스) 인수전과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하이닉스반도체는 SK그룹에 인수되기 전 채권단이 구주를 많이 매입하는 쪽에 가산점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유력 인수후보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자칫 매각이 무산될 위기도 겪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에서 산업은행과 금호산업 이해상충 괜찮을까

▲ 아시아나항공 본사,


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인수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아시아나항공이 체질 개선에 한창 진행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노후 항공기를 줄이고 일등석을 폐지하기로 했다. 이 밖에 일부 직군을 대상으로 희망퇴직과 무급휴직 신청도 받고 있다.

KDB산업은행을 비롯한 아시아나항공 채권단과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은 실사와 시장 파악을 거친 뒤 9월에 인수의향서 접수 등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문제는 표면적으로 매각과 관련한 전권을 지니고 있는 금호산업과 실질적으로 매각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채권단이 매각 과정에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잠재돼 있다는 점이다.

이번 매각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3.5% 매각(구주 매각)과 제3자 배정 유상증자(신주 발행)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둘의 비중에 따라 금호산업과 채권단, 인수기업의 이해관계가 달라진다.

구주를 비싸게 매각하면 금호산업에 유리한 반면 신주 발행의 유상증자 규모가 커질수록 아시아나항공에 유리하다.

구주를 들고 있지 않은 채권단이나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려는 기업에서는 당연히 유상증자 규모를 키우려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금호산업으로선 당연히 구주 가격을 높게 받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자칫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과거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전과 같은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11년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전도 인수기업이 구주와 신주를 동시에 사들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당시 시간이 지날수록 채권단에서 보유한 구주의 매각을 더 쳐주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자 SK그룹은 하이닉스반도체 인수 과정이 구주 중심으로 이뤄지면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신주 발행이라는 매력 때문에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전에 뛰어들었는데 SK그룹과 STX그룹이 경쟁을 시작하자 채권단이 매각차익을 높이기 위해 말을 바꾸고 있다고 격분하기도 했다. 

이때 주채권단이었던 정책금융공사의 유재한 사장이 물의를 일으킨 데 따른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당시 유 사장은 구주를 많이 인수할수록 가점을 주는 방안이 추진된다는 점을 놓고 논란이 일자 직접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유 사장은 그 뒤 다시 “채권단 입장에서 몇 주를 매입하느냐보다 얼마의 프리미엄을 제시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비판을 받았다. 결국 구주 가격이 중요하다는 말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본입찰을 앞두고 구주 가격과 신주 발행가격의 적정 비율을 합의하면서 상황이 일단락되기는 했다. 

SK텔레콤은 우여곡절 끝에 2011년 11월 하이닉스반도체 구주 6.4%와 신주 14.7% 등 모두 21.1%의 지분을 3조4267억 원에 인수했다. 인수대금은 신주 2조3425억 원과 구주1조322억 원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당시 채권단 내부에서도 말이 엇갈리고 정책금융공사가 채권단과 합의되지 않은 매각조건을 합의 없이 공개하는 등 시장에 혼선을 줬다”며 “매각조건을 놓고 특정기업에 특혜를 주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난무했는데 이번 아시아나항공 역시 이해당사자가 많은 만큼 매각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닉스반도체 때보다 오히려 상황이 복잡할 수도 있다. 매각 주도권을 누가 쥐고 있는지조차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아시아나항공 매각주체는 금호산업이다. 그러나 매각의 판을 짠 건 채권단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최근 1조6천억 원 규모의 자금 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매각의 주도권이 사실상 채권단 쪽으로 넘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4월 말 열린 매각 관련 첫 회의에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매각주간사의 관계자는 물론이고 산업은행의 채권단 인사도 참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