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가 정보기술(IT) 관련 인력을 계열사 현대오토에버로 전출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25일 현대모비스 내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현대모비스는 최근 IT 시스템 관리와 유지보수 등을 담당하는 인력을 대상으로 현대오토에버로 전출 동의서를 받기 시작했다.
 
현대모비스, 현대오토에버로 IT인력 전출동의서 압박 넣어 [단독]

▲ 박정국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사장.


설명회와 개별 면담 등을 통해 전출 동의서를 받는 작업이 계속 이뤄지고 있다.

오일석 현대오토에버 대표이사가 지난주 현대모비스를 직접 방문해 IT인력을 대상으로 현대오토에버의 비전과 임금, 복지체계 등을 설명한 데 이은 후속조치다.

현대모비스는 60~70명가량인 현대모비스 IT 인력 가운데 4차산업혁명 관련 업무를 담당할 인원을 제외한 약 30명을 현대오토에버로 전출하기로 확정했다.

계열사로 전보조치이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전출 동의서를 받는 일이 필수적인데 이 과정에서 현대모비스가 직원들에게 사실상 동의를 강요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내부 직원들은 전했다.

현대모비스에 다니는 한 직원은 “인사실장이 직접 ‘동의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대기발령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며 “IT 담당 간부 역시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인사팀에서 직접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인사실장은 전출에 동의하지 않는 직원을 대상으로 최대 2개월의 대기발령 조치를 내릴 수 있다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오토에버로 전출되는 IT인력 대다수는 이번 인사조치에 상당한 불만을 보이고 있다.

가장 큰 불만은 임금이다. 2018년 기준으로 현대오토에버와 현대모비스의 평균 임금은 각각 7503만 원, 8800만 원으로 1천만 원 이상 차이난다.

그럼에도 회사가 일방적으로 인사를 추진하는 데 더해 윗선에서 ‘대기발령’하겠다며 계열사 전출 동의를 강요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직원들은 보고 있다.

현대모비스 노사의 단체협약에는 인사와 관련해 ‘회사는 조합원의 인사관리에서 공정하고 합리적 인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인사원칙과 제도를 변경하고자 할 때나 이와 관련된 조사나 예비활동을 수행하려면 사전에 조합과 충분한 협의해야 하며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는다’고 명시돼있다.

현대모비스는 전출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대기발령’이라는 단어가 나왔다는 점은 인정했다.

다만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현대오토에버로 IT 시스템관리와 유지보수 업무가 이관되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인력들이 전출에 동의하지 않으면 다른 업무에 배치해야 해 일시적으로 대기발령이 있을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며 “징계의 성격을 지녔거나 동의서를 받아내기 위한 목적으로 대기발령을 언급한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의 인사규정에도 기구가 축소되거나 조직을 개편하는 등 경영상 사정이 있을 때 대기발령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직원들은 맡은 업무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회사가 대기발령을 언급한 것은 전출에 동의하라는 것을 암묵적으로 강요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보고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현대오토에버 전출에 동의하지 않는 인력은 앞으로도 계속 현대모비스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며 “회사의 입장과 직원의 요구 등을 반영해 새 업무에 배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