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하면서 이른 시일 안에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자금 지원 규모와 방식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구체적 방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채권단이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끌려다니지 않는다는 방침은 확실하게 정한 것으로 보인다.
 
KDB산업은행,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도권 확실히 틀어쥔다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그에게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는 방법도 원천 차단했다.

15일 오후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이 새로 제시한 자구계획을 놓고 채권단 회의를 열었다. 앞으로도 몇 차례 회의를 더 열고 자금 지원방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현재 가장 유력한 방법으로는 영구채 발행방식이 꼽히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자금 수요에 따라 영구채를 발행하고 채권단이 이를 인수하는 방법이다.

영구채는 만기가 따로 없이 이자만 받기 때문에 자본으로 분류된다. 기업들이 자본확충 수단으로 자주 이용하는 방식으로 부채비율이 높은 아시아나항공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재무구조 개선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곧바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실사는 한영회계법인, 매각주관사는 크레디트스위스(CS)가 유력하게 거명되고 있다.

매각은 구주 매각 및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이뤄진다. 인수자가 구주를 매수하는 동시에 유상증자에도 참여하게 된다. 박 전 회장이 경영권에서 손을 떼는 동시에 재무구조도 개선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매각 대상은 금호산업이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지분 33.47%(6868만8063주)다. 현재 시장가격으로 3천억 원에 해당한다.

또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매각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잡음을 줄이기 위해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에어서울 등 자회사도 함께 통매각하기로 했다. 당초 분리매각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한꺼번에 묶어 팔아야 더 비싸게 팔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 고려한 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1조6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단은 또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과 별개로 매각대상 지분 전량을 담보로 잡았다. 사실상 매각 과정을 채권단이 주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채권단이 보유한 영구채를 주식으로 출자전환할 가능성도 있다. 출자전환 규모가 커지면 아예 인수합병의 주체가 채권단으로 바뀔 수도 있다.

이번 자구계획에 산업은행의 공동매각권(Drag-along)과 아시아나항공 상표권이 언급된 점도 눈에 띈다.

공동매각권은 소수 주주가 지배주주 지분까지 같이 제3자에게 매각하도록 요구할 있는 권리로 매각이 틀어졌을 때를 대비한 조항으로 풀이된다. 채권단이 출자전환 등을 통해 아시아나 지분을 보유하게 되더라도 금호산업보다 지분율이 낮으면 매각 과정에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상표권도 함께 넘긴다.

과거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금호타이어에 미련을 뒀던 박삼구 전 회장이 상표권을 내세워 매각을 방해했던 전례를 고려한 조치다.

다만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가 바로 나오지 않으면 채권단이 출자전환할 수 있냐는 질문에 “지금 이야기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