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계가 '빅2' 재편에 시동을 걸면서 글로벌 조선회사들의 인수합병 열기가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뛰어든 이유로 경쟁력 확보와 한국 조선업의 재도약을 꼽았는데 경쟁국들도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조선3사 재편 추진에 글로벌에서도 인수합병 달아올라

▲ (왼쪽부터)가삼현 현대중공업 공동대표이사 사장,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중국 국영조선사인 중국선박공업(CSSC)과 중국선박중공업(CSIC)의 합병작업에 속도가 붙었다.

두 조선사의 CEO는 3월 직접 만나 스마트 제조, 군함, 크루즈선, 청정에너지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논의를 잔행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가 조선업 등 여러 분야에 기업합병을 지원하겠다고 재차 밝히자마자 바로 이뤄진 만남이다.

이 자리에서 CSIC의 후 웬밍(Hu Wenming) CEO는 "CSSC와 CSIC 두 조선사가 상호 소통과 중국 조선산업 발전을 위한 노력에 향후 더 힘을 쏟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CSSC와 CSIC는 몇 년째 합병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3월 이미 중국 국무회의가 두 조선소의 합병에 관한 예비 승인을 마쳤지만 이후 별다른 진전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해 매머드급 조선사로 재탄생을 앞둔 만큼 중국 조선업계에도 위기의식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CSSC와 CSIC는 모두 수익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CSSC는 3년 연속 적자를 피하기 위해 지난해 자산을 줄줄이 매각했고 CSIC 역시 중국 내부의 군함 발주 덕분에 겨우 수익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복 기술투자를 줄이고 선박 가격을 안정화하려면 합병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덩치가 커질수록 구매력이 높아져 원가 절감에도 유리하다.

CSIC는 최근 보유 조선소 가운데 법정관리에 들어간 대련(Dalian)조선소(DSIC)와 보하이(Bohai) 조선소를 합병하기로 했는데 이 역시 CSSC와의 통합을 위한 준비로 평가되고  있다.

CSIC 고위임원은 2월 싱가포르 해운전문매체 스플래쉬와 인터뷰에서 “중앙 정부 지시에 따라 올해는 조선업계에서 인수합병 및 내부 구조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아직 구체적 사항은 알지 못하지만 국무원 국유자산 감독관리위원회의는 꽤 오랫동안 CSSC와 CSIC 등의 통합계획을 구상해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과 중국에서 모두 조선사들의 합종연횡이 진행되면 두 나라의 수주 경쟁은 더 심화할 수 있다.

물론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은 아직 경쟁국 승인이라는 벽을 넘어야 한다. 두 회사가 한솥밥을 먹으면 세계 수주잔고의 20% 이상, 특히 LNG운반선 분야에서는 60% 이상을 차지하게 되는 만큼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CSSC와 CSIC는 원래 하나의 그룹 아래 있다가 분리된 사례이다 보니 다시 재결합을 하는 과정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시선이 우세하다.

조선업 3위 국가인 일본에서도 조선소 통합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는 일본 미쓰이중공업(Mitsui Engineering & Shipbuilding, MES)과 일본 가와사키중공업(KAWASAKI Heavy Industries), 스미토모중공업(Sumitomo Heavy Industries) 등을 유력후보로 꼽았다.

싱가포르에서는 대표 조선사인 케펠(Keppel Offshore & Marine)과 셈코프마린(Sembcorp Marin) 등이 통합을 추진할 수 있다. 이 두 조선사는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한국 조선사들과 글로벌 수주전에서 부딪혀왔지만 서로 라이벌이기도 하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