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상증자라는 카드를 뽑아들었지만 어려움이 예상된다.

두산중공업은 유상증자를 통해 올해 만기가 다가오는 차입금을 상환하고 가스터빈이나 풍력터빈 등 신사업을 육성하는데 필요한 투자자금을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주가가 하락해 자금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두산중공업 낮은 주가로 유상증자 통한 신사업자금 마련 빨간불

▲ 박지원 두산중공업 대표이사 회장.


27일 두산중공업과 증권시장에 따르면 5월29일 유상증자를 모두 마치더라도 차입에 나서야 할 가능성이 높다.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하는 새 주식의 가격은 2차례 예측을 진행해 더 낮은 가격으로 결정된다.

두산중공업은 1차 발행가액 예측에서 실망스러운 결과를 받아들었다.

26일 두산중공업은 유상증자로 발행하게 될 새 주식의 1차 예상가액을 5550원으로 공시했다.

2월21일 유상증자 계획을 내놓으며 내다본 신주의 발행가액 6390원보다 840원 낮아진 가격이다.

이는 발행가액 산정 기준일이 바뀌며 낮아진 주가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당초 두산중공업이 유상증자 계획을 내놓을 때 발행가액 산정 기준일은 2월20일, 기준 주가는 9140원이었다.

그러나 1차 예측에서 기준일이 3월25일로 변경됐다. 그동안 두산중공업 주가가 하락해 기준 주가가 7940원으로 낮아졌다.

신주의 예상 발행가액이 낮아져 예상 공모총액도 당초 기대했던 5431억5천만 원에서 4717억5천만 원으로 쪼그라 들었다.

사라진 공모총액 714억 원은 신사업 육성을 위한 투자자금 마련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두산중공업은 유상증자로 모집하는 금액 가운데 4226억 원을 운영자금으로 분류해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쓰기로 했다. 모두 올해가 만기인 채권들이기 때문에 이를 줄일 수는 없다.

공모총액 가운데 4226억 원을 뺀 나머지 금액은 기타자금으로 분류해 신사업 육성에 필요한 투자자금으로 쓸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 금액이 당초 예상했던 1205억5천만 원에서 491억5천만 원으로 크게 줄었다.

두산중공업은 사업체질 개선을 위해 신사업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신주 발행가액이 지금 수준에서 결정된다면 투자재원 마련을 위해 추가 차입이 불가피하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애초에 투자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유상증자가 아니라 이미 확정된 투자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진행하는 유상증자”라며 “신사업을 육성하기 위한 투자를 줄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중공업 주가의 하락세가 더욱 가팔라진다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만약 공모총액이 차입금 상환에 필요한 4226억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면 차입금 규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 두산중공업은 2차 발행가액 예측의 기준일까지 주가가 오르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두산중공업의 사업구조가 단기간에 주가를 부양시킬 만한 성과를 투자자들에게 내놓기 힘든 사업구조라는 데 있다.

두산중공업의 주력사업은 발전소 건설 관련사업이지만 사업 특성상 일감을 수주한다고 해서 곧바로 매출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3년 동안 매 해 17조 원 안팎의 수주잔고를 유지하고 있지만 연 매출은 그 4분의 1 수준에 가깝다. 두산중공업은 2018년 별도기준으로 매출 4조1017억 원을 거뒀는데 2018년 말 기준으로 수주잔고는 16조4022억 원이었다.

다만 실권주와 관련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두산중공업에게 다소나마 위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산중공업에 따르면 실권주가 발생하면 대표주관회사인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각각 40%씩, 그 외 인수회사인 KB증권과 신영증권이 각각 10%씩 사들이기로 이미 확정돼있다.

두산중공업은 적어도 확정 공모총액만큼은 자금을 무조건 확보할 수 있는 일종의 장치를 마련해둔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