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지난해 미래에셋대우의 실적 부진에도 ‘장기투자’ 원칙을 고수하면서 해외 투자 확대의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다.

17일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박 회장은 메자닌(중순위 대출채권) 투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지분 인수, 자기자본투자(PI) 등으로 투자금융(IB)부문 사업방식을 다각화하고 있다. 투자환경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투자 밀고 간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투자를 위해 진출하는 국가도 미국과 홍콩 중심에서 유럽, 동남아시아, 남미, 호주 등으로 점점 넓혀가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1분기 들어서만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랜드마크를 조성하는 사업에 4200억 원가량을 투자하고 1조원 규모의 프랑스 파리 마중가타워 인수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등 굵직한 해외 투자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 코스모폴리탄호텔, 홍콩 더센터빌딩 등 규모가 크고 수익률이 좋다고 알려진 랜드마크사업을 많이 따내면서 해외 투자역량을 입증함에 따라 해외 투자에 속도가 붙은 것으로 풀이된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대우가 2018년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실적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공격적 투자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대우의 2018년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5116억 원, 순이익은 4612억 원으로 2017년보다 각각 18.5%, 8.7% 줄었다.

글로벌 종합투자금융회사(IB)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세전순이익 1조 원을 목표로 잡았지만 그보다 훨씬 부족한 실적을 거둔 것이다.

증권사들의 전망을 종합하면 미래에셋대우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도 2018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박 회장은 미래에셋그룹을 창업하면서부터 지켜온 '장기투자 원칙'에 따라 미래에셋대우의 투자방향과 목표를 수정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실적 부진에도 장기투자 원칙을 지킨 결과 끝내 큰 수익을 얻은 경험이 있다. 

2008년 증시 급락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하던 인사이트펀드의 투자원금이 대폭 떨어져 투자자들의 비난을 받았지만 국가별 자산 배분에 힘쓰고 오래 두고 본 결과 설정 이후 40% 수익률을 보였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설립한 인도 법인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탓에 수익구조가 크게 악화됐지만 박 회장은 인도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이를 철수하지 않았다. 

그 결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도 법인 수탁고는 2018년 말 기준으로 4조4천억 원을 넘어설 만큼 성장했으며 현재까지 독립된 외국 자본의 자산운용사로 살아남은 곳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유일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박 회장이 올해 미래에셋대우의 목표치를 따로 설정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실적 부진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며 "당분간 투자금융부문의 비중을 세계적으로 이름난 글로벌 종합투자금융회사(IB)와 대등할 정도로 만들어 가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