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폴크스바겐과 갈등설 해명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진원지는 폴크스바겐이 전기차 배터리 자체 생산을 추진하다 LG화학의 반발로 계획을 접었다는 해외언론의 보도인데 LG화학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한다.
 
LG화학, 폴크스바겐과 전기차 배터리 갈등설 진화에 진땀

▲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25일 LG화학 관계자는 “LG화학과 폴크스바겐의 불화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폴크스바겐은 LG화학의 가장 중요한 고객사로 두 회사의 파트너십은 앞으로도 견고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22일 미국의 일렉트렉(Electrek) 등 외신은 독일언론을 인용해 “폴크스바겐이 전기차 배터리 자체생산을 위해 합작회사 설립을 시도하자 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폴크스바겐에 압력을 넣었다”며 “폴크스바겐은 LG화학의 압력에 합작회사 설립계획을 포기했다”고 보도했다.

LG화학은 폴크스바겐과의 관계에서 한 쪽이 다른 쪽을 압박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으며 서로가 서로를 의지해 성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LG화학은 2021년까지 폴크스바겐의 전기차에 쓰일 배터리를 대거 수주한 상태로 굳이 파트너회사를 자극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수주잔고가 60조 원 수준이었는데 지난해 말 수주잔고가 73조 원까지 늘어났다. 지난해말 중국을 제외한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수주 1위를 보이는 만큼 폴크스바겐으로부터도 상당한 규모의 전기차배터리를 수주했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본다.

실제 LG화학은 2021년 이후에 폴크스바겐과 관계에 더욱 세심하게 대처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잠재적 경쟁사인 SK이노베이션이 폴크스바겐과 가까워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폴크스바겐과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고 2022년부터 폴크스바겐의 미국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조지아주에 9.8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짓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주에 50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공장을 지을 수 있는 크기의 부지를 확보해 수요 증가에 대비했다. 언제든 LG화학의 폴크스바겐 물량을 대체할 역량을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앞서 1월 블룸버그 등 외신은 SK이노베이션이 미국 공장을 증설해 ‘폴크스바겐식 배터리 기가팩토리’를 만들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이와 관련한 논의가 SK이노베이션과 폴크스바겐 사이에 실제 진행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LG화학이 갈등설을 부인하고 있지만 증권가 일각에서는 LG화학이 폴크스바겐을 향해 전기차 배터리를 자체생산하기 위한 합작회사 설립에 반대하는 경고의 의견 정도는 전달했을 수 있다고 본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회사로서 협상력(바게닝 파워)을 입증했다”며 “이번 경고는 LG화학이 폴크스바겐의 외도를 막고 두 회사 사이의 긴밀한 관계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파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