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이 하나금융그룹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며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그동안 다양한 회사와 제휴하기 위해 공을 들여왔는데 신한금융그룹이 비바리퍼블리카와 함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뛰어들자 다급히 하나금융그룹의 손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 '닭' 대신 '꿩' 잡고 인터넷전문은행 도전장 내밀어

▲ 이현 키움증권 대표이사 사장.


19일 키움증권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 SK텔레콤과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기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키움증권이 최대주주에 오르는 조건이다.

키움증권은 그동안 교보생명과 현대해상 등 대형 보험회사와 컨소시엄을 꾸리기 위해 깊은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키움증권·교보생명·SBI홀딩스가 컨소시엄을 이뤄 신한금융, 하나금융과 ‘3파전’을 이룰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하지만 키움증권은 결국 하나금융, SK텔레콤과 연합군을 구성해 신한금융과 비바리퍼블리카의 컨소시엄과 양강구도를 이루게 됐다. 비바리퍼블리카는 모바일 송금 플랫폼 ‘토스’를 운영하는 핀테크 회사다.

키움증권이 교보생명이나 현대해상 등과 논의를 했으나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고 결국 하나금융그룹에 손을 내민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교보생명에 투자한 재무적 투자자(FI)가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위한 중재신청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키움증권이 교보생명과 논의를 지속하지 못하게 된 원인으로 꼽힌다. 현대해상은 신한금융그룹 컨소시엄에 합류하기로 했다.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의 컨소시엄, 신한금융그룹과 비바리퍼블리카 컨소시엄이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경쟁에 뛰어든 상황에서 키움증권이 다른 컨소시엄을 만들어 이들과 대결을 벌이기가 부담스러웠을 가능성도 있다.

하나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이 각각 강력한 자본력을 앞세우면 자칫 키움증권이 경쟁에서 밀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최대 2곳의 컨소시엄에게 인터넷은행 인가를 내주겠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 쪽에서는 최대주주로 내세울 정보통신(ICT)기업이 절실하던 상황에서 키움증권이 합류하는 것이 반가웠을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은 현재 정보통신(ICT)이 중점인 산업자본으로 분류되는 다우기술을 최대주주로 두고 있다. 

SK텔레콤은 공정거래법상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하더라도 지분율은 10%를 넘길 수 없다. SK그룹의 정보통신(ICT)회사 자산이 전체의 50%를 넘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심사에서 사업계획에 가장 큰 비중을 두기로 했으며 특히 차별화된 금융기법, 새로운 핀테크 기술 등을 고려하기로 했다. 또 주주구성에서도 금융과 정보통신(ICT) 융합을 촉진할 수 있는지 여부를 중점으로 살핀다.

이 때문에 컨소시엄을 구성할 때 키움증권과 같은 정보통신(ICT) 기업을 최대주주로 내세우는 것이 유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키움증권은 최대주주로 정보통신(ICT) 기업인 다우기술(지분율 47.7%)을 두고 있어 정보통신 산업자본으로 분류될 수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사전에 지분 구성과 관련해 규정을 정해둔 것은 아니지만 배점표에서 혁신성 등을 고려하고 있는 만큼 정보통신(ICT) 기업이 컨소시엄을 주도하는 것이 좋은 인가를 받을 가능성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키움증권은 2015년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선언했지만 당시 은행과 산업분리 규제에 발목 잡혀 끝내 신청을 포기했다.

하지만 지난해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통과로 정보통신(ICT)기업에 한해 산업자본이 최대 34%까지 지분을 보유할 수 있도록 바뀐 뒤 가장 강력하게 인터넷전문은행 진출 의지를 보여왔다.

키움증권은 온라인 주식거래 플랫폼 ‘영웅문’으로 주식 위탁매매시장에서 독보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 최근 프로야구단 ‘키움히어로즈’의 메인 스폰서로 활동하는 등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키움증권이 주식거 래 소비자에 한정돼 있던 브랜드 인지도를 일반 고객층으로 확대하고 있는 만큼 이번에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이라는 막강한 연합군을 만나 인터넷전문은행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