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첫 독자적 호텔 브랜드사업을 안착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정 부회장은 호텔사업에 강한 의지를 보이며 '레스케이프호텔'을 선보였지만 경영방향을 놓고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 호텔사업 레스케이프의 '달콤한 탈출' 쉽지 않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11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조선호텔이 2018년에 적자를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세계조선호텔은 2018년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 59억 원을 봤다.

신세계조선호텔은 2018년 7월 새로 출범한 독자적 호텔 브랜드 레스케이프호텔에 발목이 잡힌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조선호텔의 누적 영업손실에서 52억 원이 레스케이프호텔에서 발생했다. 

신세계조선호텔이 레스케이프호텔 등에서 4분기에 실적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했다면 연간 영업손실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레스케이프호텔이 개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사업이라는 점에서 영업손실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투숙률이 낮다는 점에서 레스케이프호텔이 시장에 안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레스케이프호텔은 성수기로 꼽히는 7월 말~8월 초 투숙률이 30%에도 못 미치기도 했다. 경쟁 호텔 브랜드인 호텔롯데가 2018년 1월 홍익대 근처에 문을 연 L7호텔의 투숙률이 평균 70%를 보였고 때로 만실을 보였다는 점에 비춰보면 레스케이프호텔의 투숙률은 크게 낮은 셈이다. 

레스케이프호텔은 정용진 부회장의 야심차게 선보인 신사업 가운데 하나다. 

정 부회장은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겠다’는 것을 신세계그룹의 경영철학으로 삼고 이를 레스케이프호텔에 고스란히 녹이고자 애썼다. 

레스케이프는 프랑스어 정관사 ‘르’에 탈출이라는 뜻의 ‘이스케프’의 합성어로 ‘일상으로부터 달콤한 탈출’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정 부회장은 레스케이프호텔 개장에 앞서 부인인 한지희씨와 함께 호텔을 둘러봤을 뿐 아니라 레스케이프호텔 총지배인에도 직접 김범수 전 총지배인을 앉힐 만큼 힘을 실어줬다. 

김 전 총지배인은 2004년부터 미식 블로그 ‘팻투바하’를 운영하는 스타 블로거인데 2011년 정 부회장이 직접 발탁해 신세계그룹의 주요 식음과 라이프스타일부문에서 과감한 시도를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레스케이프호텔의 특별함이 고객들로부터는 아직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레스케이프호텔은 2018년 10월 적법한 통관절차를 밟지 않은 채 식음료장에서 사용할 물품을 반입한 것으로 드러났고 러시아 국적 외국인 바텐더도 취업비자 없이 불법고용해 구설에 올랐다. 
 
신세계그룹, 호텔사업 레스케이프의 '달콤한 탈출' 쉽지 않아

▲ 레스케이프호텔 객실 내부 이미지.


레스케이프호텔은 객실용품으로 여성용 자위기구 등 성인용품을 비치해 화제가 됐지만 이 또한 많은 논란만 남긴 채 현재 비품목록에서 삭제됐다.

이 때문에 레스케이프호텔은 호텔 관리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눈총을 받기도 했다. 

레스케이프호텔은 현재 전반적으로 경영방향을 수정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레스케이프호텔은 숙박료를 내리지 않겠다는 애초 계획과 달리 숙박료를 내렸다. 또 총지배인도 김 전 총지배인에서 이정욱 총지배인으로 교체했다. 

이 총지배인은 김 전 총지배인과 달리 웨스틴조선호텔 마케팅팀장 출신이다. 

정 부회장이 파격을 강조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 발 물러선 셈이다. 

신세계그룹은 2018년 레스케이프호텔을 출범하면서 앞으로 5년 동안 독자 호텔브랜드 5개를 선보이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정 부회장의 의지가 담긴 첫 독자 호텔브랜드 레스케이프호텔이 첫 발을 내딛는 데 애를 먹으면서 신세계그룹의 호텔사업 전망에도 먹구름이 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신세계조선호텔과 레스케이프호텔 등의 구체적 실적은 14일 이마트 경영실적이 발표될 때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