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연 롯데케미칼 대표이사가 인수합병을 통해 고부가제품을 육성하기 위한 첫 발을 내딛었다.

롯데케미칼의 수익은 범용 소재사업에서 주로 나오는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수익구조 다각화를 위해 고부가제품사업을 육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함에 따라 임 대표가 임무 수행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오늘Who] 임병연, 롯데케미칼 고부가제품 키우기 인수합병 첫 발

▲ 임병연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17일 롯데케미칼의 자회사 롯데첨단소재는 1234억 원을 들여 터키 인조대리석회사 벨렌코의 지분 72.5%를 인수했다.

임 대표가 롯데케미칼 대표이사에 취임한 뒤 이뤄진 첫 인수합병이다.

롯데첨단소재는 여수 공장에 연 생산량 9만 장 규모의 인조대리석 생산설비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번 벨렌코 인수로 인조대리석 생산량이 크게 늘어나게 됐다. 벨렌코는 2개 생산라인에서 연 23만 장의 인조대리석을 생산하고 있다.

임 대표는 벨렌코의 성장성을 눈여겨본 것으로 보인다.

벨렌코는 2015년 순이익 37억 원을 거뒀는데 2017년 순이익 107억 원으로 급증했다.

임 대표는 벨렌코 인수로 고부가제품사업 육성의 첫 걸음을 기분 좋게 뗀 만큼 추가 인수합병이나 기존 사업 고도화를 위한 투자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

롯데그룹의 고부가제품사업은 롯데케미칼의 두 자회사 롯데정밀화학과 롯데첨단소재가 주로 맡고 있다. 임 대표가 새로 인수합병을 추진한다면 롯데정밀화학이 주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롯데정밀화학은 시멘트 물성 향상소재 메셀로스, 수용성 페인트 첨가제 헤셀로스, 의약용 캡슐 소재 애니코트 등의 고부가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재무구조도 안정적이다. 롯데정밀화학은 2018년 3분기 기준으로 부채비율이 19.9%, 차입금 의존도가 4.8% 수준이고 1441억 원의 현금성 자산도 들고 있다.

임 대표가 기존 사업의 육성에 투자한다면 롯데첨단소재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사업에 먼저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임 대표는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롯데첨단소재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첨단소재는 폴리카보네이트와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 등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생산하고 있는데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전기차에 쓰이는 자동차 경량화용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독일 화학회사 바스프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사업부문 인수전에 뛰어들 수도 있다. 임 대표는 최근 가능성을 부인했지만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사업의 성장성을 놓고 볼 때 롯데첨단소재가 바스프 인수를 다시 검토할 수도 있다.

임 대표는 2018년 12월 대표이사로 내정될 때부터 롯데케미칼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인수합병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점쳐졌다.

임 대표가 롯데지주에서 인수합병 등 굵직한 사업전략을 담당하는 가치경영실의 실장을 지낸 인수합병 전문가라는 점에서 그런 관측에 더 힘이 실렸다.

신동빈 회장은 화학부문의 투자방향으로 이미 첫 삽을 뜬 인도네시아 석유화학단지 건설과 함께 고부가제품사업 육성을 명시했는데 임 대표를 투자계획의 실행자로 낙점했다.

'실탄'도 충분하다. 신 회장이 롯데그룹의 화학·건설부문에 5년 동안 2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만큼 그 가운데 상당 부분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2017년 연결기준으로 범용 소재사업 영업이익이 전체 영업이익의 80.7%를 차지했다.

석유화학사업 가운데 범용 소재사업은 업황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따라서 임 대표는 고부가제품사업을 키워내 범용 소재사업의 의존도를 낮추고 안정적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구조를 갖추는 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은 2018년 4분기에 석유화학업황의 부진과 고가 원재료 투입의 영향으로 범용 소재사업의 영업이익이 직전 분기보다 89.5% 줄어든 것으로 추산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