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이 올해 기업공개시장(IPO)에서 존재감을 단단히 나타낸 가운데 ‘전통 강자’로 꼽히던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은 다소 주춤했다.

‘대어급 상장’이 다수 무산되면서 대형 증권사들이 기업공개시장에서 다소 부진한 성적표를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 대신증권 ‘약진’, 기업공개시장 썰렁한 가운데 틈새시장 선전

21일 블룸버그 잠정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대신증권이 올 한 해 기업공개시장에서 공모총액 기준 2위에 올랐다. 지난해 12위에서 무려 열 계단이나 상승했다.
 
기업공개시장에서 대신증권 약진, 미래에셋대우는 뒷심 발휘해 1위

▲ 나재철 대신증권 대표이사 사장.


대신증권은 국내 기업공개시장 점유율 14.1%를 차지했고 공모금액은 4164억 원 규모로 미래에셋대우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점유율과 공모금액 순위에서 줄곧 상위권을 유지했던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을 모두 따돌렸다.

대신증권은 올해 유난히 ‘대어급’ 상장건수가 많지 않았던 상황에서 중소·중견기업 상장을 잘 마무리하며 약진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신증권은 3분기 의료기기회사 지티지웰니스, 레미콘회사 에스지이, 생활용품 제조회사 애경산업 등 중소·중견기업들을 주로 상장시키며 차곡차곡 기업공개 건수를 늘려왔다.

또 기업공개조직의 전체적 분위기를 바꾸면서 의사결정 속도를 높인 점도 올해 기업공개 성적에 보탬이 된 것으로 보인다.

대신증권의 투자금융(IB)사업부문은 1960년대 이전 출생 임원이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젊은 조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통해 발빠른 의사결정과 현장영업을 토대로 다수 기업공개건수를 성공시킬 수 있었던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대신증권이 기업공개조직을 탈바꿈하는 등 이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 왔다”며 “그동안 기반을 잘 닦아둔 덕분에 올해 결실을 맺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미래에셋대우 ‘뒷심’ 발휘,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체면 구겨

기업공개시장에서 ‘전통 강자’로 꼽히던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은 희비가 갈렸다.
 
기업공개시장에서 대신증권 약진, 미래에셋대우는 뒷심 발휘해 1위

▲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대표이사 수석부회장.


블룸버그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공모총액이 5171억 원을 넘기며 대신증권을 제치고 거래액 기준 1위에 올랐다.

기업공개시장 점유율에서도 17.4%에 이르러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위를 유지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상반기까지 단 한 곳의 기업공개를 성공시키지 못하다가 하반기 ‘뒷심’을 발휘하며 대신증권을 제치고 다시 1위를 차지했다.

12월에만 게임회사 베스파, 건강기능식품 뉴트리, 바이오회사 전진바이오팜, 통신장비회사 머큐리 등을 연이어 상장하면서 단숨에 공모총액이 5천억 원대에 이르렀다.

미래에셋대우가 해외 투자자를 적극 찾아다녔던 점이 베스파의 공모흥행에 주효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베스파 수요예측조사에서 수량 기준 전체 물량의 52.6%가 해외투자자로부터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주식시장 침체기에 발목 잡혀 굵직한 상장건수를 진행하지 못하게 되면서 기업공개시장에서 다소 체면을 구기게 됐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각각 공모총액이 3670억 원, 2387억 원에 이르러 3위와 4위에 올랐다.

지난해와 비교해 순위로는 한 단계 밀렸지만 한국투자증권의 공모총액이 지난해 1조1075억 원, NH투자증권은 1조2584억 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크게 쪼그라든 것이다.

올해 들어 주식시장이 다소 침체되면서 연내 상장을 계획했던 굵직한 기업들이 상장을 미뤄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의 기업공개 성적이 부진을 면치 못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올해 전반적으로 주식시장이 안 좋았던 데다 바이오, 제조업 등의 산업업황이 전반적으로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회사들이 상장 시기를 미루는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SK루브리컨츠, 현대오일뱅크 등 공모총액이 1조 원을 넘는 굵직한 회사들이 잇따라 올해 상장이 무산됐다. SK루브리컨츠는 상장을 철회했고 현대오일뱅크는 2019년으로 상장을 연기했다.

SK루브리컨츠는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대표 주관사를 맡았고 현대오일뱅크는 NH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가 주관사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대기업은 자금 조달 방식이 꼭 기업공개가 아니더라도 많은 선택지를 지니고 있다”며 “아무래도 주식시장이 좋지 않을 때 대기업들이 중소기업보다 상장을 미루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