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 위축을 반영해 2022년 스마트폰 출하량 목표를 기존보다 10% 낮췄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은 스마트폰 업황 악화를 극복하기 위해 ‘원가 절감’이나 마케팅 비용 축소 등 수익성 확보에 초점을 둔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출하량 10% 감축 전망, 노태문 '원가 절감' 집중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


대만 궈밍치 TF인터내셔널 연구원은 23일 트위터에 “미디어텍과 퀄컴이 올해 하반기 모바일 프로세서(AP) 주문을 대폭 줄였다”며 “삼성전자도 2022년 스마트폰 목표 출하량을 기존보다 약 10% 감소한 2억7500만 대로 하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2022년 스마트폰 출하량 목표치를 3억3400만 대로 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21년보다 25% 정도 증가한 수치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출하량이 2018년 이후 4년 연속 3억 대에 못 미쳤다는 것으로 고려하면 상당히 공격적인 목표치였다.

하지만 중국의 코로나19 재유행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높은 인플레이션 등이 스마트폰 수요 하락을 이끌면서 노태문 사장은 목표를 잇달아 3억 대 초반에서 2억 대 후반으로 크게 낮출 수밖에 없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스마트폰 출하량과 관련해서는 내부 기밀로 알려줄 수 있는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감소를 전망하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2022년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13억3300만 대에 그칠 것”이라며 “2021년 스마트폰 출하량 13억9천만 대보다 약 4.11% 줄어드는 것이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충성도가 높은 고객이 많은 애플 아이폰보다는 안드로이드폰 수요 감소 양상이 더욱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은 스마트폰업계의 수요감소 위기에 대응해 수익성 강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노 사장은 2020년 코로나19로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갤럭시S20의 초반 흥행몰이에 차질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을 개선에 성공하며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현재의 MX사업부인 IM(IT&모바일)부문은 2020년 매출 99조5875억 원, 영업이익 11조4727억 원을 내 2019년보다 매출은 7.2%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23.7% 늘었다.

당시 삼성전자는 IM사업부가 연말 판매 경쟁으로 마케팅 비용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원가 절감 노력을 연중 지속해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노 사장은 올해 들어서도 원가 절감에 힘을 주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3월에 출시한 중저가 스마트폰 ‘갤럭시A23’은 중국 BOE가 만든 LCD 디스플레이와 중국 서니옵티컬(순우광학테크)이 제조한 50MP OIS(손떨림보정기능) 메인 카메라가 탑재되는 등 중국산 부품이 대거 차용됐다.

비슷한 가격대인 중국 샤오미의 레드미노트11프로에 단가가 더 비싼 삼성디스플레이의 아몰레드 디스플레이가 적용됐고 카메라는 삼성전자 시스템LSI시스템사업부가 제작한 108MP 센서가 들어간 것과 대조된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출하량 10% 감축 전망, 노태문 '원가 절감' 집중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이 2022년 2월10일 ‘삼성 갤럭시 언팩 2022’에서 갤럭시S22 시리즈를 공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퀄컴이나 미디어텍 등 모바일 프로세서(AP) 제조사들이 기존 AP의 판매가격을 낮출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삼성전자에 긍정적 요인이다.

궈밍치 연구원은 “퀄컴은 재고 정리를 위해 올해 말 최신 AP ‘스냅드래곤8 2세대’의 대량 출하를 시작한 뒤 기존 스냅드래곤8 1세대와 스냅드래곤8 1세대플러스 가격을 30~40%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냅드래곤8 1세대는 삼성전자 갤럭시S22 시리즈에 탑재됐고 스냅드래곤8 1세대플러스는 출시를 앞둔 갤럭시Z 시리즈에 적용된다.

삼성전자가 더 저렴하게 AP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AP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담당하는 부품으로 스마트폰 가격에도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스마트폰 원가의 20%는 AP가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원가 절감을 통한 단기적 수익성 강화 전략이 장기적으로는 갤럭시의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올해 3월16일 삼성전자 주주총회에 참석한 한 주주는 “적당한 선에서 원가절감은 중요하지만 선을 넘는 행위는 비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외 유명 팁스터(내부정부 유출자)인 아이스유니버스는  “노태문 사장이 계속 원가절감을 강조하며 서비스와 소프트웨어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삼성 브랜드는 곧 사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GOS(게이밍 옵티마이징 서비스)를 통해 스마트폰 성능을 고의로 낮췄다는 논란이 거세지는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 브랜드로서 이미지에 많은 타격을 받았다.  

이미 글로벌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400달러 이상)에서 2020년 20%였던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021년 17%로 3%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최대 경쟁자인 애플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2020년 55%에서 2021년 60%로 5%포인트 상승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아이폰보다 브랜드 가치에서 열세인 반면 가성비(가격대비성능)에 기반을 둔 중국 제조사들의 도전이 심화되는 상황에 맞닥뜨리고 있다”며 “디자인 차별화, 소비자 락인(잡아두기) 효과를 유발할 생태계 및 서비스 확대 등에서 성과가 요구된다”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