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의료영리화와 인터넷은행에서 출발해 '규제혁신' 정면돌파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 활짝라운지에서 케이뱅크 부스를 방문해 스마트폰으로 계좌를 개설하는 과정을 체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두 번째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보로 인터넷전문은행을 선택했다.

정치권에서 첨예한 논란을 빚어온 은산분리 완화에 직접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문 대통령은 7일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 참석해 “은산분리제도가 신산업 성장을 억제한다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며 은산분리 규제를 풀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여름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6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민간의 창의적 아이디어와 기술이 규제의 벽을 뛰어넘도록 혁신친화적 경제환경을 조성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후 하루 만에 직접 규제 혁신 현장에 나타나 과감한 규제 혁신을 발표한 것이다.

이미 이전부터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과 관련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월12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 은산분리 입법의 국회 통과에 협조할 것을 요청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7월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은산분리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인터넷전문은행 효과를 살리도록 규제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은산분리 완화에 동의하는 민병두 의원이 하반기 국회 정무위원장에 오르고 정무위 위원에 은산분리 찬성 의원들이 다수 포함되면서 은산분리 입법에 긍정적 환경이 조성됐다.

여기에 문 대통령이 직접 은산분리 규제 혁신을 강조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완화는 기정사실화됐다.

문 대통령은 앞서 7월19일 의료기기분야에서 규제 혁신을 점검했다. 의료분야와 금융분야 모두 복잡한 규제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혀있다는 점에서 풀기 힘든 문제를 골라 손을 대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이런 분야들은 오래전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영역이다. 의료 규제는 의료 영리화와 핀테크 규제는 은산분리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의 규제 혁신 행보가 더욱 큰 혼란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시민사회는 정부 규제 혁신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의료 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7월24일 성명을 통해 “이번 보건의료 규제 완화정책은 박근혜가 추진하던 의료 민영화와 거의 동일하다”며 규제 완화의 중단을 촉구했다.

경제정의실천연합회(경실련)와 참여연대 등은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문제점 진단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서 박상인 서울대학교 교수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로 얻는 것은 거의 없지만 잃는 것은 많다”며 “우리나라는 사후 규제의 실효성이 약한 만큼 사전 규제인 은산분리가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예민한 분야를 건드리면서도 논란이 커지지 않도록 선을 넘지는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의료기기 규제 혁신과 관련해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는 안정성이 확보된 의료기기와 관련된 것”이며 “넓게 해석해도 의사의 진료를 돕고 환자의 치료에 도움을 주는 것에 한정된다“고 말해 확대 해석의 여지를 차단했다.

이번 은산분리 완화와 관련해서도 문 대통령은 “은산분리의 대원칙은 지켜야 한다”며 “대주주 사금고화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완장치가 함께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