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 6호기 건설중단 요구 거세 한국수력원자력 곤혹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고리1호기 영구정지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정부가 신고리원전 5, 6호기 건설중단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탈원전을 선언한 만큼 당연히 공사가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비해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은 대통령의 명확한 입장표명이 없었기 때문에 공사를 중단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보인다.

2조 원에 이르는 매몰비용(이미 지출돼 회수 불가능한 비용)과 지역경제 악화 등도 풀어내야 할 숙제다.

한수원 관계자는 27일 “한수원은 공기업이기 때문에 정부의 방침이 결정되면 그 지침에 따를 것”이라면서도 “지침이 나오기 전까지는 계약관계도 있기 때문에 공사를 예정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신고리 5, 6호기 건설중단을 지시하면 따르겠지만 그 이전에 공사를 중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19일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신규 원전 건설계획을 백지화하고 원전의 설계수명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도 “지금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는 안전성과 함께 공정률과 투입비용, 보상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빠른 시일 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공사중단을 명시적으로 지시하지 않자 환경단체는 유감을 표시했고 원자력업계는 ‘계속 건설’로 받아들였다.

신고리 5, 6호기 시공 주관사인 삼성물산은 최근 현장소장들을 상대로 한 안전교육에서 “(대통령 발언은) 긍정적”이라며 “계속 건설을 진행할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리 5, 6호기의 시공은 삼성물산 컨소시엄이 맡았고 삼성물산과 두산중공업,한화건설이 참여하고 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최근 한수원 등과 신고리 5, 6호기 건설중단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했지만 최종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박광온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언론인터뷰에서 “대선공약(건설중단)을 지키는 방향으로 가지만 매몰비용이나 안전, 지역경제에 비치는 영향 등 다양한 사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당장 결론을 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수원에 따르면 신고리 원전 건설을 중단하면 2조 원대 매몰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신고리 5, 6호기는 모두 8조6254억 원의 사업비가 들어가는 매머드급 공사인데 5월 말 기준 종합공정률은 28.8%를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 투입된 비용은 1조5686억 원이다.

환경단체들은 지금과 같은 건설강행 속에서 사회적 논의는 불가능하다며 즉각 건설중단을 촉구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은 “건설을 계속 하게 되면 매일매일 돈이 들어가는데 일단은 멈춰놓고 (사회적)합의를 해야 한다”며 “건설중단은 기본이고 이후 사업의 취소나 백지화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나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원전안전특별위원장도 “공사를 계속 진행할 경우 매몰비용 등이 더 커지게 된다”며 “(정부 쪽에서) 가급적 7월이나 8월 중에는 중단하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원전 인근의 일부 주민들은 지역경제가 죽는다며 국정기획위에 건설중단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청와대의 방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문 대통령이 “탈원전을 둘러싸고 전력 수급과 전기료를 걱정하는 의견도 있지만 탈원전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밝힌 만큼 시기의 문제일 뿐 정부가 건설중단 쪽으로 가닥을 잡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