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외 장기 국고채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한숨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예상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계속 늦어져서다.
 
금리인하 더 늦어지나, 30년 국채 ETF 담은 개인투자자 또 다시 ‘희망고문’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포럼에서 금리인하와 관련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연합뉴스>


개인투자자들은 지난해부터 금리인하 기대감에 지속해서 장기채ETF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데 또 다시 희망고문을 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각 자산운용사가 내놓은 미국과 한국의 30년 장기 국고채 ETF 상품들은 올해 들어 손실이 커지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30년국채선물레버리지(합성 H) 거래가격은 올해 들어 지난 11일까지 20.66% 내렸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채30년스트립액티브(합성 H)도 4월11일 기준 올해 수익률이 -15.55%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KB자산운용의 KBSTAR 미국장기국채선물레버리지(합성 H) 수익률은 -14.24%다. KBSTAR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 H)도 -13.11%에 이른다.

레버리지 등 상품을 제외해도 미국 30년 국채 ETF 상품들은 올해 손실률이 크다.

신한자산운용의 SOL 미국30년국채액티브(-9.86%),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채울트라30년선물(-9.59%) 등의 거래 가격은 올해 10% 가까이 내렸다.

한국 30년 국채 ETF 수익률도 고전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TIGER 국고채30년스트립액티브(-6.57%), KODEX 국고채30년액티브(-4.64%), ARIRANG 국고채30년액티브(-4.60%), HANARO KAP초장기국고채(-4.51%), 히어로즈 국고채30년액티브(-4.11%) 등 수익률이 모두 부진하다.

국내 ETF시장에서 장기채 상품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자산운용사들이 관련 상품 출시를 늘렸고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유입이 늘었다.

한 예로 국내 최초 미국 장기채 현물 투자 ETF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는 지난해 3월 상장한 뒤 1년 만에 순자산액이 1조 원을 넘었다.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는 올해 유입된 자금 5106억 원 가운데 2172억 원 규모를 개인투자자가 매수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채울트라30년선물도 지난해부터 올해 4월11일까지 기관투자자는 1667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는데 개인투자자는 1604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채권가격은 일반적으로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시중금리가 내리면 새로 발행하는 채권금리가 낮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로 이미 발행된 채권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가격이 상승한다. 장기채는 만기가 긴 만큼 금리인하 시기에는 단기채와 비교해 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올해 상반기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며 미국과 한국의 30년 만기 국채 ETF 등을 매수해둔 개인투자자들은 조금 더 인내의 시간을 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리인하 더 늦어지나, 30년 국채 ETF 담은 개인투자자 또 다시 ‘희망고문’

▲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 ETF 상품은 올해 들어 개인투자자들이 2172억 원 규모를 샀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최근 소비자물가지수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미국 연준의 금리인하 시점이 시장 예상보다 더 늦어질 수 있어서다.

증권업계에서는 6월을 지나 이르면 9월에서야 연준의 첫 금리인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전날 보고서에서 "연준의 첫 금리인하 시점을 기존 6월에서 9월로 수정하고 연내 금리인하 횟수도 3월에서 2회로 하향 조정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2025년 3월은 돼야 연준의 금리인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경제 전문 인터넷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를 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연준이 6월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내년 3월까지 인하가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하반기 미국의 개인소비지출(PCE) 지수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지 않아 2025년 초가 돼야 연준이 금리하락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이날 기준금리를 연 3.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2023년 2월부터 10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높아지면 하반기 금리 인하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금리동결 발표 뒤 보고서에서 “아직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을 우세하게 보고 있다”면서도 “물가가 2%대로 수렴해야 한다는 확신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은의 금리인하가 올해 4분기 혹은 2025년으로 지연될 가능성도 열어놔야 한다”고 바라봤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