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올해 1분기에도 부진한 실적을 낸 것으로 보인다.

밸류업 투자열풍으로 거래대금이 늘었지만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이익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은 데다 지난해 채권 평가이익 급등에 따른 기저 효과 등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밸류업 투자열풍에도 증권사 1분기 실적 '흐림', 하반기 반전 시동 걸린다

▲ 주요 증권사들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악화한 1분기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사들. 


다만 전문가들은 주식 거래대금이 중장기적으로 반등 흐름을 보이면서 증권사 실적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반기부터는 기업금융(IB)부문도 회복이 예상된다.

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분기 코스피 상장 주요 증권사 5곳(미래에셋증권·한국금융지주·NH투자증권·키움증권·삼성증권)의 연결기준 합산 순이익은 8204억 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 벌어들인 1조2683억 원과 비교해 35.3% 가량 줄어든 수준이다. 5개 주요증권사가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부진한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증권사별로 보면 미래에셋증권(-42.5%), 키움증권(-42.7%), 삼성증권(-42.6%)의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 

올해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지원방안 발표 이후 증시 훈풍이 불었지만 증권사들의 실적개선으로는 연결되지 않은 셈이다.

연초 금융당국이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계획을 발표한 뒤 저주가순자산배율(PBR) 투자열풍이 불면서 증시 거래대금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올해 1분기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21조4260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 17조6246억 원과 비교해 21.6% 가량 증가했다.

주식시장 거래대금은 증권사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부문 실적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1분기 증권사 브로커리지 부문 실적은 수수료 경쟁 등으로 거래대금 증가세와 비교해 다소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KB증권은 5개 주요 증권사 합산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0%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거래대금 대비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 증가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해외주식 관련 경쟁이 지속되면서 수수로 프로모션이 진행되고 있고 파생 관련 수수료 수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밸류업 투자열풍에도 증권사 1분기 실적 '흐림', 하반기 반전 시동 걸린다

▲ 최근 6개월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 추이

지난해 채권 평가이익이 컸던 기저효과도 1분기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절대적 이익 규모는 무난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지난해 1분기 기저효과가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증권사들은 채권 평가이익에 힘입어 1분기 '반짝 실적'을 냈다. 

기업금융(IB)부문은 회복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정상 궤도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크게 부진했던 지난해 1분기보다는 나아지겠지만 절대적으로 부족한 수준의 성과를 낸 것으로 추정됐다.

문제는 기업금융부문의 불확실성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도형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이 4월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정상화 플랜을 공개하고 하반기에 부동산 PF 정상화 작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 과정에서 부실기업들이 정리되면 증권사들의 관련 충당금은 추가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봤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증권업계 실적이 올해 점차 반등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부동산 PF 등 기업금융부문 불확실성이 하반기부터는 완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미국 기준금리인하 등 영향으로 증시 거래대금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PF 및 해외부동산 펀드 손상 관련 불확실성이 2024년 2분기를 저점으로 회복되는 흐름을 기대한다"며 "증권업종 모멘텀이 상반기 중 저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봤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체적인 주주제고 노력뿐 아니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비롯해 정부의 증시 활성화 노력에 힘입은 증권업종의 주가상승이 기대된다"며 "증시 시가총액 상승과 더불어 회전율 개선은 중장기 거대래금 확대를 기대하게끔 하는 요인이다"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