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나를 위로해 준 것은 정치도 철학도 아닌 처음 만난 예술이었다.”

‘1세대 정치평론가’로 널리 알려진 유창선 박사는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정치 얘기만 하면서 살았다.
 
정치평론가 유창선, 문화예술현장 담은 '오십에 처음 만나는 예술' 출간

▲ 1세대 정치평론가 유창선 박사가 문화예술 현장을 둘러보고 기록으로 남긴 새 책 '오십에 처음 만나는 예술'을 출간했다. <도서출판 새빛>


‘예알못’이었던 유 박사가 하필이면 총선을 앞둔 정치의 계절에 문화예술에 대한 책 ‘오십에 처음 만나는 예술’ 이라는 책을 집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유 박사가 예술이 주는 감흥과 행복감에 눈뜨기 시작한 것은 5년 전 병상에서였다. 

생사를 가르는 뇌종양 수술을 하고 8개월 동안 병상 생활을 해야 했다. 밤 9시만 되면 일제히 소등하는 병실에서 유 박사는 밤마다 이어폰을 꽂고는 쇼팽의 녹턴과 바흐의 무반주 첼로곡들을 듣다 예술이 주는 위로와 치유의 고마움에 비로소 눈뜨기 시작했던 것이다.

유 박사는 그동안 역사의 무게를 혼자 짊어지기라도 한 듯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는 무겁고 날선 얘기를 하며 살다보니 예술의 아름다움과 감흥 같은 것을 느끼고 보존할 마음의 빈자리가 없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병원에서 나오면서 이제 남은 생은 자신을 돌보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건강을 조금씩 회복하면서 연주회장을 찾기 시작했다. 공연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다 나은 것 같은 힘찬 모습이었다. 흔히들 얘기하는 치유의 힘을 예술에서 찾은 셈이다.

유 박사는 예술은 우리의 심연 속에 있었던 마음이 무엇이었던가를 꺼내서 알게 해준다고 말한다. 그림을 보면서 음악을 들으면서 내면의 성숙을 다지는 시간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공연을 즐기는 생활에 빠져들면서 점차 문화를 향유하는 장르도 다양해졌다. 

오케스트라, 독주와 앙상블, 실내악, 뮤지컬, 오페라, 콘서트, 발레, 국악관현악, 판소리, 연극, 전시회, 영화 등 듣고 볼 좋은 작품들이 있으면 달려가곤 했다. 

임영웅의 공연을 보려고 ‘피케팅(피나는 티케팅)’을 거쳐 대구까지 기차를 타고 가서 관람을 하기도 했다. 스스로 중독이라는 말을 할 정도로 문화예술이 좋았고 빠져들었다. 

인생 후반기에 예술에 푹 빠져든 사람의 사유가 담긴 현장 기록들을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접할 수 있다.

유 박사는 이 책에서 임영웅은 조용필을 넘어설 수 있을까, 가우디를 경멸했던 피카소, 자유를 찾아 쇼팽과 이별했던 조르주 상드 등 그동안 감상했던 공연과 영화, 전시회 등 다양한 문화예술 작품들에 대한 글을 담았다.

특히 이 책은 단순한 후기를 넘어 인문학적 시선 위에서 작품과 예술가들에 대한 생각을 담아냈다. 작품을 접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관람의 욕구를 부여하고 작품을 이미 접했던 사람들에게는 그 이면의 더 많은 것들을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 유창선 박사는 1990년대부터 방송, 신문, 잡지, 인터넷 등을 통해 활발히 정치평론을 해온 1세대 정치평론가로 활동했다. 저서로 인문 에세이 ‘나를 찾는 시간’, ‘나를 위해 살기로 했다’, ‘삶은 사랑이며 싸움이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삶과 죽음의 대화’(공저) 등이 있다. 정치평론집으로는 ‘김건희 죽이기’,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 ‘정치의 재발견’ 등이 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