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핫플] ‘국힘 대표 사퇴’ 김기현, 울산 남구을에서 정치적 위상 회복하나

윤석열 대통령과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가 2023년 3월16일 대통령실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김기현 페이스북 갈무리>

[비즈니스포스트] 오는 4월 총선 한국 중공업의 심장인 울산 남구을 선거구에서 '상처 입은 호랑이'가 다시 한 번 재기를 꿈꾸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갈등설이 도는 와중에 국민의힘 대표에서 중도하차한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가 이번 총선에서 5선 고지에 올라 다시 한 번 정치적 기지개를 켤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울산 남구을에서는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의 무난한 승리를 예상하는 시각이 많다. 달동·삼산동·야음장생포동·대현동·수암동·선암동으로 구성된 남구을은 2000년 분구 뒤 단 한 번도 진보정당의 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는 선거구다.

더구나 울산 남구을은 공단 노동자들이 많이 거주해 진보정당계가 강세를 보였던 동구와 북구와 달리 석유화학 등 산업단지가 있는 지역구로 산업단지에 근무하는 엔지니어들과 기술인력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이에 소득분위가 상대적으로 높아 보수세가 강하다고 여겨지진다.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해줄 수 있는 후보에게 표가 많이 가는 울산 내 다른 지역구와 달리 남구을이 보수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데에는 김 전 대표를 빼놓고 설명하기 어렵다. 

울산 남구을에서 4선을 지냈고 제6대 울산광역시장을 역임한 김 전 대표는 1959년생으로 울산 북구 출신이다.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를 졸업한 뒤 동대학원에서 법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제25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부산지방법원 울산지원 판사로 근무하다가 2년여 뒤 사직하고 김기현법률사무소를 열어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김 전 대표는 울산으로 귀향해 울산 YMCA 이사장 등을 역임하다가 2004년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남구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김 전 대표는 2007년 제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선거 후보를 지지하면서 ‘친이(친이명박)’으로 거듭났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62%라는 압도적 득표를 받으면서 재선에 성공했다. 19대 총선에서 역시 새누리당 소속으로 출마해 큰 표차로 당선돼 3선의 고지에 올랐다. 

김 전 대표는 3선부터 본격적인 중앙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남경필 전 의원의 러닝메이트로 정책위원회 의장에 도전했지만 경선에서 패배했다. 그러나 2013년 최경환 전 원내대표와 함께 조를 이루어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자리에 올랐다. 

김 전 대표는 국회의원직을 내려놓고 2014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울산광역시장 선거에 출마해 65.42%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울산시장에 올랐다. 김 전 대표는 울산시장에 오르자 “아칸소 주지사도 대통령 하던데요 뭐”라며 충분한 성과를 울산에서 올리면 대권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정치적 야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여파의 영향을 받으며 결국 낙선했다. 

그 뒤 김 전 의원은 울산시장 재출마와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놓고 고심하다가 결국 총선 출마를 결심했고 박맹우 전 울산시장과의 경선에서 승리한 뒤 원내 복귀에 성공했다. 
 
[총선핫플] ‘국힘 대표 사퇴’ 김기현, 울산 남구을에서 정치적 위상 회복하나

▲ 1월23일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가 남구 야음동에 있는 도산노인복지관에서 배식봉사를 하고 있다. <김기현 페이스북 갈무리>


국회 재입성 뒤 2021년 주호영 전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의 후임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선거에서 김태흠 의원과 큰 표차를 벌리면서 당선됐다. 

김 전 대표는 원내대표 선출 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호흡을 맞췄고 2021년 7월23일 적극적인 협상으로 민주당과 상임위원장직 재분배를 이루어냈다.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이준석 전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선거 후보와의 당내 갈등이 커지는 과정에서 김 전 대표가 이를 중재했고 대선 뒤 원내대표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이후 윤 대통령에 의해 EU특사로 내정되기도 했다. 

김 전 대표는 2023년 2월2일 이준석 전 대표의 징계로 공석이 된 당대표 자리에 공식 입후보해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과 경쟁했고 결선투표 없이 당선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강력한 뒷받침이 당선의 주요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다만 김 전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낮은 지지율로 인해 당선 초기부터 국민으로부터 낮은 긍정평가를 받았고 2023년 10월11일 하반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17.15%포인트 격차로 지면서 리더십에 강한 타격을 받게 됐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책임론이 붉어진 김 전 대표는 당 쇄신을 위해 출범한 인요한 혁신위원장으로부터 ‘험지 출마’ 요구를 받게 됐지만 김 전 대표는 이에 대한 답을 미뤘다. 

그 뒤 김 전 대표는 2023년 12월12일 돌연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다음날 기자회견도 하지 않고 페이스북에 사퇴의사를 밝혔다. 

이를 놓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전 대표의 사퇴 배경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갈등설'이 거론됐다. 대통령실에서는 김 전 대표를 향해 당 대표직은 유지하되 충선에 불출마해달라고 요청했는데 김 전 대표가 대표직을 포기하며 총선 출마를 강행했다는 말이 돌았다.

정치평론가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해 12월14일 YTN 뉴스라운지에 출연해 김 전 대표의 사퇴를 놓고 "자발적으로 본인의 선택에 의해서 당대표직을 내려놨다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뜻과 의지가 좀 반영된 대표직 사퇴가 아니냐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당대표 사퇴 뒤 잠행을 거듭하다 경선 득표율 15%의 감점조항에도 불구하고 울산 남구을 경선에 참가했다. 김 전 대표는 탄탄한 지역기반과 인지도를 바탕으로 박맹우 전 울산시장을 꺾고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김 전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박성진 더불어민주당 남구을 지역위원장과의 한판 승부를 앞두고 있지만 인지도를 포함해 김 전 대표가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총선핫플] ‘국힘 대표 사퇴’ 김기현, 울산 남구을에서 정치적 위상 회복하나

▲ 박성진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장이 2월8일 울산 한 시장에서 유권자와 사진을 찍고 있다. <박성진 페이스북 갈무리>


박 위원장은 1969년생 울산 출신으로 울산에서 노조활동과 민선 4~6기 구의원을 역임한 인물이다.

박 위원장은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 전 대표에게 법안 가결 갯수가 0개라고 비판했으나 김 전 의원이 21대 국회에서 발의한 법안은 44개고 이 가운데 11개가 다른 법안으로 통과된 것이 확인되면서 공식적으로 사과하기도 했다. 

또 박 위원장이 음주운전 전과가 있다는 점도 김 전 대표에게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2022년 치러진 제20대 대통령 선거 결과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결과도 김 전 대표의 우위를 점치는 근거로 꼽힌다.

제20대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울산 남구을에서 4만9157표(56.74%)를 득표해 3만3126표(38.24%)를 얻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18.5%포인트라는 큰 격차로 승리를 거뒀다. 

바로 뒤이어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남구청장 선거에서는 더 차이가 벌어졌다. 서동욱 국민의힘 후보는 3만5120표(65.27%)를 얻어 1만7873표(33.21%)를 득표한 이미영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32.06%포인트라는 더블스코어에 가까운 격차로 이겼다. 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