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작년 57조 설비투자로 잉여현금 이례적 마이너스, 올해 설비 투자여력 줄어

▲ 삼성전자가 2023년 실적 악화에도 57조 원이 넘는 역대 최대 설비 투자를 진행한 결과, 잉여현금흐름이 이례적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사진은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2023년 15조4871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지만, 57조 원이 넘는 사상 최대 설비투자(CAPEX)를 집행하면서 잉여현금흐름이 이례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현금성 자산도 전년 대비 23조 원 이상 줄었다.

이에 따라 회사는 올해 설비투자 속도를 조절함과 동시에 비용 관리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삼성전자가 공시한 2023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설비투자(CAPEX)에만 57조6113억 원을 투입했다. 

2022년 설비투자금액 49조4304억 원보다 16.5%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2023년 잉여현금흐름(영업현금흐름-설비투자)은 –13조4739억 원을 기록했다.

잉여현금흐름은 기업이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 가운데 세금과 영업비용, 설비투자액 등을 제외하고 남은 현금을 의미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1월 잉여현금흐름의 50%를 배당금으로 지급하는 2024년~2026년 3년 주주환원 계획을 발표했다.

현금 감소는 재무상태표에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2023년 말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91조7718억 원으로 2022년 말 114조7835억 원 대비 23조117억 원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2020년 121조8242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3년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11년 동안 보유하던 네덜란드 반도체장비 기업 ASML 지분을 완전히 청산해 6조원 안팎의 수익을 거둬들인 것도 이와 같은 자금 사정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설비 투자 완급조절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평택캠퍼스 반도체 4공장은 일부 공사가 일시 지연되고 있고, 5공장은 최소 인력을 제외하고 작업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업계는 올해 삼성전자가 설비투자에 약 52조 원을 투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투자금액보다 5조 원 이상 줄어드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올해 투자 여력이 줄어들면서 비용 관리도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삼성전자 직원들의 급여총액(등기임원 제외)은 14조4782억 원으로, 2022년 15조5977억 원보다 1조 원 이상 줄었다. 1인 평균 급여액도 1억2천만 원으로, 2022년 1억3500만 원 대비 1500만 원 감소했다.

광고선전비와 판매촉진비도 2022년 대비 각각 8990억 원, 2162억 원씩 줄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