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9에 석유화학 업계 '입김' 세지나, 아제르바이잔 둘러싼 논란 가열

▲ 지난해 1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 위치한 시멘트 공장 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무크타르 바바예프 아제르바이잔 COP29 의장.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 의장을 맡은 무크타르 바바예프 아제르바이잔 환경자원부 장관이 자국의 석유 생산을 당분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해 기후총회에서 이뤄진 합의 과정에 산유국과 석유화학 업계의 이해관계가 지나치게 반영되었다는 이유로 벌어진 논쟁이 올해도 반복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바바예프 의장은 9일(현지시각) 파이내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아제르바이잔은 당분간 천연가스와 석유를 차질 없이 공급할 것”이라며 “친환경 에너지 전환과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국가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목표에 변함은 없다”고 말했다.

COP는 유엔기후변화협약에 참여하는 국가들이 모여 구체적 이행 방안을 논의하는 회의다. 올해는 지난해 COP28에서 합의된 화석연료 전환 계획과 개발도상국 지원 재원 확보 방안 등이 의제에 오른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올해 COP29 주최국으로 선택된 아제르바이잔은 국내총생산 90%와 정부 수입 60%를 석유와 천연가스 수출에 의존하는 국가다.

자연히 COP 주최국과 참여 국가들 사이 이해관계 충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논란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바바예프 의장이 이번 인터뷰에서 아제르바이잔의 화석연료 생산 지속 계획을 내놓으며 기름을 부은 셈이다.

영국 비영리 인권단체 글로벌위트니스의 도미닉 에글톤 선임 캠페이너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화석연료 업계의 지원을 받는 아제르바이잔에 기후의 미래를 맡기게 됐다”며 “화석연료로 수익을 내는 장사꾼들에게 기후정책을 맡겨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아제르바이잔이 자체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탄소 감축 계획이 타국 대비 부족하다는 점도 국제사회와 전문가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계획에 따르면 아제르바이잔은 2050년까지 자국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 대비 40% 저감한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은 2050년까지 완전한 탄소중립 실천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아제르바이잔이 세운 목표와 큰 차이가 있다.

바바예프 의장은 이와 관련해 “아제르바이잔 정부는 COP29를 앞두고 목표를 재차 상향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향폭은 아직 미지수다.
 
COP29에 석유화학 업계 '입김' 세지나, 아제르바이잔 둘러싼 논란 가열

▲ 아제르바이잔 바쿠에 위치한 유전지대. <노르웨이 백과사전>

바바예프 의장이 아제르바이잔 국영석유회사 소카르(SOCAR) 부사장 출신이라는 점에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의 이해관계를 직접적으로 대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기후학자 마이클 만은 바바예프 의장 선출과 관련해 “COP 진행 프로세스와 리더십 선별 과정을 재고할 때가 온 것 같다”며 기후위기 문제 해결에 화석연료 진영의 이해관계가 개입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지난해 1월 COP28 의장으로 선출된 술탄 아흐메드 알 자베르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OC) 최고경영자를 겸임하고 있어 도마 위에 올랐다.

COP28 총회 본회의에서 합의문 초안에 ‘화석연료의 전면적 퇴출(phase out of fossil fules)’ 표현이 빠졌을 대도 자베르 의장이 석유화학 업계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로이터와 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사무총장 명의로 하달한 서신을 공개하며 실제로 COP28 합의문 작성에 화석연료 업계의 압력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결국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들의 강력한 반발로 합의문이 수정돼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transition away from fossil fuels)’이 합의문에 명시되며 사태가 일단락됐다.

COP29에도 이와 비슷한 사태가 반복될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아제르바이잔은 산유국일 뿐만 아니라 COP29 개최국 선정 과정에서 석유수출국기구 협력국 지위를 가진 러시아가 직접 개입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아제르바이잔 이외에 다른 후보국이었던 불가리아, 슬로베니아, 몰도바 등에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COP는 개최지가 나와야 할 지역에 속한 국가 가운데 단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개최국을 선정할 수 없다.

바바예프 총장은 “아제르바이잔은 기후문제와 관련한 모든 이들이 차별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며 “COP29에서 기후 재무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와 관련된 물, 토양 오염, 식량 안보, 농업 위기 등 모든 것을 논의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