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폭염에 사망 늘어도 대책 미흡, 한국도 취약계층 보호 목소리 커져

▲ 3월5일까지 집계된 세계 기온 기록. 붉은색 선이 2024년 기온 기록이고 노란색 선이 2023년 기록이다. 명백하게 붉은색 선이 더 높은 곳에 위치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

[비즈니스포스트] 역대급 기온 상승이 이어지며 지난해 겪은 극한 폭염이 올해 더 강해질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기후정책선진국 유럽연합(EU)조차 폭염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기후 대응에서 유럽연합에 뒤처진 한국도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폭염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7일(현지시각) 로이터는 유럽환경청(EEA)이 유럽연합의 의료 보건서비스 분야 정책에 이상기후 대책이 상당히 미비하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유럽환경청이 준비하고 있는 기후리스크 종합분석 보고서 초안에 이런 비판이 담겼는데 구체적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유럽환경청의 분석에 따르면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1980년부터 2022년까지 이상기후로 입은 경제적 손실은 총 6500억 유로(약 943조 원)를 넘었다.

유럽환경청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지 못하는 상황은 유럽연합이 예상치 못한 극한 기후변화에 그대로 노출되도록 할 것”이라며 "폭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비판했다.

CNN 보도를 보면 유럽연합은 2023년 폭염으로 사망자 6만1672명을 낸 것으로 추산됐다. 2022년에도 최소 6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가운데 올해 들어 3월 초까지 기온이 지난해를 넘어서 폭염에 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 산하 기관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에 따르면 2월 세계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77도 높았는데 유럽 기온은 이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유럽 기온은 1991~2020년 평균 대비 3.3도 이상 올라 모든 대륙 가운데 가장 높았다.

카를로 부온템포 C3S 국장은 유로뉴스를 통해 “넓은 관점에서 보면 기후변화라는 큰 그림이 명백해지고 있다”며 “가장 더운 해를 기록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극한으로 더워지고 있으며 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적 기후변화 추세를 봤을 때 기후 현상이 더욱 극심해지는 모습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라며 “지구의 열역학적 특성상 건조한 기후가 더 건조해지고 더운 기후는 더 더워지는 양상으로 나타날 것”고 설명했다.

유럽뿐 아니라 한국 역시 폭염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2022년 발간한 기후보건 영향평가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지난 100년 동안 기온이 꾸준히 상승해왔고 최근 10년 동안 가장 더웠던 해 기록이 6번 경신되는 등 기온상승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유럽연합보다 기후대책 분야에서 뒤떨어진 한국도 기후변화 대책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한 폭염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유럽연합 폭염에 사망 늘어도 대책 미흡, 한국도 취약계층 보호 목소리 커져

▲ 5일 50대 이상 고령자 123명이 모여 국가인권위원회에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 등을 요구하는 진정을 제출했다. <기후솔루션>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열 질환자는 2818명으로 2022년과 비교해 80.2% 증가했다. 사망자는 32명으로 2022년보다 약 3.5배 증가했다.

온열 질환자 가운데 50대 이상 고령층이 21.3%로 가장 많았고 사망자도 80대 이상이 50%를 넘었다. 질병관리청은 “온열질환 피해는 주로 취약계층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파악했다.

이렇듯 정부기관들이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 피해 확산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마땅한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비영리단체 기후솔루션은 "정부가 2011년 ‘기후위기 적응대책’을 처음 수립했으나 고령자를 포함한 제대로 된 기후위기 취약계층 실태조사를 한 번도 시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환경부가 2020년 제3차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을 발표하며 쪽방촌 주민과 야외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차례 온열 질환 위험 조사를 시행한 것이 전부였다.

이에 50대 이상 고령자 123명은 지난 5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정부가 기후변화 취약 계층의 생명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고 있다며 진정을 제출했다. 이들은 정부에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과 취약계층 건강을 보장할 수 있는 기후위기 적응대책 강화 등을 요구했다.

기후솔루션의 김현지 변호사는 “올해는 정부가 국민 보호의무를 다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한국 정부가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을 벗고 적극적 기후 정책이라는 좋은 소식을 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