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대신 GM과 경쟁" 자만심이 애플카 실패 불렀다, 리더십 한계 지적

▲ 애플 경영진이 자동차 시장 진출에 비현실적인 목표를 추진해 결국 프로젝트 실패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애플 본사와 자율주행 기술 관련 이미지.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의 자체 브랜드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 개발 프로젝트가 실패한 원인은 팀 쿡 CEO를 비롯한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과 역량 부족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블룸버그는 7일 애플카 프로젝트가 진행된 약 10년의 역사를 조명하는 기사를 통해 “애플은 10억 달러(약 1조3300억 원)에 이르는 비용을 출시되지 못 한 차량에 쏟아부었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2014년 전후로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팀 ‘프로젝트 타이탄’을 조직하고 본격적인 연구개발에 뛰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최근 애플카 출시 계획을 완전히 백지화했다.

블룸버그는 다수의 내부 관계자들로부터 입수한 정보를 인용해 애플의 자동차 시장 진출 계획이 무산된 데 다양한 원인이 자리잡고 있었다고 전했다.

우선 애플이 자동차 사업에 처음 도전하며 지나치게 야심찬 목표를 두고 있었다는 점이 지목됐다.

애플은 당초 애플카에 운전자의 개입이 전혀 필요하지 않은 ‘레벨5’ 단계 자율주행 기술 적용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기술 장벽은 지나치게 높았다.

테슬라에서 애플에 영입돼 전기차 개발팀을 이끌던 더그 필드는 결국 자율주행 기술 목표를 운전자의 집중이 필요한 3단계 수준까지 낮추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팀 쿡 애플 CEO를 비롯한 경영진은 레벨5 자율주행 적용을 고집했고 더그 필드는 결국 2021년에 애플을 떠나 포드로 이직하게 됐다.

애플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하던 케빈 린치가 프로젝트를 이끌게 된 뒤 자율주행 기술을 비롯한 여러 연구가 이뤄졌지만 결국 애플카 출시는 실패한 시도로 끝나고 말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10년 동안 애플카의 설계를 여러 차례에 걸쳐 크게 바꾸고 수많은 전문인력을 영입하거나 해고했다.

이 과정에서 테슬라를 비롯한 다른 자동차기업과 협력도 논의되었지만 현실화되지 않았다.

애플이 자동차 시장 진출을 위해 우수한 인력을 다수 영입하고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도 쏟아부었지만 결국 이들을 이끌 리더십이 부족했다는 점도 실패 원인으로 지적됐다.

내부 관계자들은 애플카 개발 시도가 실패할 것이라는 점을 이미 충분히 예측하고 있었다는 언급도 이어졌다.

애플의 자동차시장 진출은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주 시절부터 구상되어 온 목표로 전해졌다.

후임으로 CEO에 오른 팀 쿡은 아이폰 이후를 책임질 주요 성장동력이 필요해질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본격적으로 개발팀을 꾸리고 애플카 개발을 시작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 경영진은 “삼성전자와 경쟁할 것이냐, GM과 경쟁할 것이냐”라는 질문을 서로에게 던지며 결국 GM을 뛰어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애플이 음악 재생기기와 모바일 시장에 후발주자로 진입했지만 결국 선두 기업에 등극한 성과를 자동차 시장에서도 재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애플카 프로젝트가 완전히 무산되면서 경영진의 이러한 판단은 지나친 자만심에 불과했던 것으로 결론나게 됐다.

비현실적인 목표를 세우고 추진한 끝에 결국 개발 계획이 10년 전의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더 이상 시장에서 애플카가 경쟁력을 돋보이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애플 전기차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인력은 대부분 해고 통보를 받았다”며 자동차 시범 주행장과 같은 설비도 이미 매각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