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에 한국 최초 '시니어 기후진정' 제기, "고령층 기후위기에 더 취약"

▲ 3월6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 모인 고령자 123명이 진정서를 제출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기후솔루션>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최초로 고령층이 주도하는 기후진정이 제기됐다. 기후위기에 취약한 계층을 대상으로 정부가 적극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내용이다.

기후솔루션과 60+기후행동 등 기후단체들이 모집한 50세 이상 고령자 123명은 6일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기후솔루션은 “기후변화는 노년층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시급하고 심각한 위협”이라며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 및 실태조사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진정인들이 요구한 사안은 연도별 감축목표 개선, 국제적 기준에 의거한 효과적 기후목표 수립, 고령자를 비롯한 취약계층의 인권에 미치는 기후위기 실태 및 역학 조사 등이다.

기후솔루션은 노년층이 기후위기에 취약하다는 점을 정부에서 이미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부가 2020년 발표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폭염 사망자 증가, 대기오염 및 알레르기 등 건강 영향, 기온증가에 따른 열성 혈소판 감소증 등 항목에서 65세 이상 고령층이 다른 인구와 비교해 영향을 더 많이 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인구구조를 봐도 65세 이상 고령자는 13.5%에 불과한데 최근 10년 동안 온열질환 사망자 가운데 68.5%는 65세 이상으로 나타났다.

한국 사법부도 국민 생명권 위협에 정부 책임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내린 결정(2018 헌마 730)을 통해 “생명과 신체의 보호 등 중요한 기본권적 법익 침해와 관련해 그것이 국가가 아닌 제3자로서 사인에 의해 유발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국가가 적극적 보호 의무를 진다”고 명시했다.

이어 “생명의 위헙으로 인해 생명이 상실됐을 때만이 아니라 위협받게 될 우려가 있다면 국가는 침해의 위험을 방지할 보호의무를 진다”고 강조했다.

이번 진정 참가자들은 정부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지금보다 높게 책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도 지난해 1월 “정부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상향하라”고 권고한 적이 있다.

김현지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대한민국은 파리협정에 따라 2025년 차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출해야 한다”며 “환경부는 올해 감축목표를 수립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으며 올해는 한국 정부가 국민 보호의무를 다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