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대형 산불' 위험성 커진다, 워런 버핏 투자에도 리스크로 돌아와

▲ 2월27일(현지시각) 화재 현장으로 향하고 있는 텍사스주 그린빌 소방서 소속 소방차에서 찍힌 사진.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기후변화 영향으로 세계 각지에서 가뭄 현상이 빈번해져 대형 산불 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를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산불이 대표적 예시로 꼽힌다.

화재 영향으로 전력회사 등 공공부문에 종사하는 기업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어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을 비롯한 투자자에도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CNN은 텍사스주에서 발생한 산불이 기후변화에 따라 규모를 키운 것으로 분석됐다고 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4일 현재 텍사스주 산불은 서울 면적의 7배가 넘는 1백만 에이커를 태운 것으로 집계됐다.

루크 칸클레르츠 텍사스A&M 삼림서비스 화재분석가는 CNN을 통해 “지난해 초 텍사스 팬핸들 지역에는 평상시 강수량의 3~4배에 이르는 비가 쏟아졌다”며 “초목들이 평소보다 무성하게 자랐는데 평년 대비 건조했던 겨울 날씨로 메말라 화재 위험성을 극도로 높였다”고 말했다.

팬핸들은 텍사스주 북부 도시로 이번에 발생한 산불이 시작된 지역이다. 현재 불길은 텍사스주 경계를 넘어 오클라호마 등 인근 주까지 확대됐다.

칸클레르츠는 “팬핸들 지역은 원래도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이었지만 이번 규모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을 아득히 넘어섰다”며 “텍사스주 역사를 통틀어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학계 전문가들은 텍사스뿐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 화재 피해가 커지고 있는 배경에 기후변화가 있다고 봤다.

마이크 플라닝겐 앨버태대 삼림화재 연구 교수는 CNN과 인터뷰에서 “화재에 마른 연료는 가장 큰 에너지 공급원이고 높아진 기온 등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며 “세계가 가뭄 등으로 건조해지고 더워짐에 따라 화재가 발생하고 확산할 위험은 더욱 커진다”고 전했다.

이처럼 규모와 빈도를 늘리고 있는 대형 화재 사태가 공공부문, 특히 전력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경제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기후변화에 '대형 산불' 위험성 커진다, 워런 버핏 투자에도 리스크로 돌아와

▲ 2019년 5월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위치한 CHI 헬스 컨벤션 센터를 방문한 워런 버핏. <연합뉴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워런 버핏 회장의 버크셔해서웨이 에너지가 산불 때문에 수익 악화를 겪는 대표적 기업으로 평가된다.

버크셔해서웨이 에너지는 워런 버핏이 이끄는 투자회사 버크셔해서웨이의 전력부문 자회사로 한때 버크셔해서웨이의 4대 매출처로 꼽혔다.

1340억 달러(약 178조 원)에 이르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산하 기업들을 합치면 연간 3만 메가와트(MW)가 넘는 전력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버크셔해서웨이 에너지 수익은 산하 기업들의 재무 여건 악화에 따라 침체되고 있다.

버크셔해서웨이 에너지의 핵심 기업 퍼시피코프는 현재 300억 달러(약 39조 원) 규모 부채를 지고 있으며 이미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막대한 부채를 지게 된 원인은 화재로 인한 자산 손실에 더해 화재 발생에 퍼시피코프의 관리 부실 책임 등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3월 기준 퍼시피코프가 산불 피해자들에 지불한 합의금은 7억3500만 달러(약 9779억 원)를 넘어섰다. 퍼시피코프를 상대로 진행되고 있는 피해 배상 소송을 종합하면 규모는 24억 달러(약 3조1941억 원)를 넘는다.

퍼시피코프가 가장 크게 배상금을 지불한 건은 2020년 5월1일에 오리건에서 발생해 5천 명이 넘는 이재민을 낸 '노동절 산불(Labor Day fire)'이다. 퍼시피코프를 오리건주 지방법원에 제소한 벌목 회사들과 지역 주민들은 기상예보서비스(NWS)의 경고에도 퍼시피코프가 적절한 화재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오리건주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퍼시피코프는 지난해 12월 5억4900만 달러(약 7306억 원)가 넘는 보상금을 지불하게 됐다.

미국 법무부도 산불 대책 소홀 등을 사유로 퍼시피코프를 제소할 계획을 두고 있어 재무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산불 리스크 경감을 위해 퍼시피코프가 향후 3년 동안 투입해야 할 자금 규모도 11억 달러(약 1조4636억 원)를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3년에 걸쳐 들인 금액도 6억 달러(약 7983억 원)를 넘는다.

워런 버핏은 최근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공공부문 투자(버크셔해서웨이에너지)는 수익성이 없거나 아예 도산할 가능성도 있다”며 “미국 서부에서 발생한 산불로 손실이 어느 정도 있었는지 정확히 파악하려면 앞으로 몇 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