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AI 열풍에 수자원과 전력 소비 늘었다, 빅테크 기후변화 영향에 촉각

▲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 데이터센터. <마이크로소프트>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가속화되는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에 맞춰 물과 전력 소비가 늘어나며 기후변화에 갈수록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오픈AI 등 기업들은 이런 지적에 대응해 자체적으로 물 순환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무탄소 에너지 공급망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25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리버사이드 대학 연구진의 기고문을 인용해 빅테크 기업들이 소비하는 수자원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연재된 기고문을 통해 “인공지능 열풍에 소비되는 물은 가뭄 등 기후위기로 이미 줄어들고 있는 수자원을 위협하며 장래에 위기가 찾아올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집계한 물 소비량 증가 추이를 보면 2022년 기준 마이크로소프트가 사용한 수자원은 2020년 대비 34% 늘었다. 구글은 22%, 메타는 3% 안팎의 증가율을 각각 나타냈다.

연구진은 빅테크 기업들이 운영하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에서 연간 소모하는 물의 양이 2027년 기준 42억~66억 톤 사이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의 2021년 전체 연간 물 소비량에 해당하는 58억 톤과 맞먹는 수준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지난해 발표한 '데이터센터 및 네트워크 배출량'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 설치된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는 전력량 및 이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대폭 증가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전 세계에서 사용된 전력량 가운데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1.5%로 집계됐다. 전력 발전을 위해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브라질의 연간 배출량보다도 많았다.

인공지능 열풍에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도 이러한 상황에 점차 경각심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25일(현지시각)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는 현재 티핑포인트(급격하게 바뀌는 전환점)에 도달했다”며 “기후 영향이 더 커지게 되면 향후 5년 내 데이터센터 운영비용은 5배로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공지능 산업의 성장세는 이미 우리가 예상한 바를 한참 웃돌고 있다”며 “대형 언어모델(LLM) 하나를 학습시키는 데만 100여 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하는 것과 맞먹는 전력을 소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AI 열풍에 수자원과 전력 소비 늘었다, 빅테크 기후변화 영향에 촉각

▲ 12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세계정부정상회의(WGS)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연합뉴스>

빅테크 기업들은 인공지능 산업 성장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며 자체적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과도한 수자원과 전력 소비가 기후변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 따라 2030년까지 물과 에너지 사용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해 나간다는 계획이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수자원 복구 이니셔티브’를 통해 2030년까지 매년 자사가 소비하는 물보다 많은 물을 자연으로 환원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데이터센터에서 물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한편 빗물 재활용, 오·폐수 정화, 습지 재생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자원을 재활용하고 깨끗한 물을 외부에 배출하도록 노력한다는 것이다.

지난해는 미국 버지니아주에 운영하는 마이크로소프트 데이터센터 에너지의 90%를 무탄소에너지로 구성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 기업 콘스탈레이션에너지와 대규모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구글은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해 인근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전력공급 수준에 맞춰 데이터센터 가동을 조절하는 ‘24/7 에너지’ 계획을 세웠다.

재생에너지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때 화석연료를 사용해 부족한 전력을 충당하는 대신 에너지 사용량을 유동적으로 조절해 대응하는 방식이다.

이미 구글은 2022년까지 6년 연속으로 자사가 소비하는 전력을 모두 재생에너지 거래를 통해 조달했다. 2030년에는 에너지 거래에 의존하지 않고 자사 전력망 자체를 100% 무탄소에너지로 대체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오픈AI와 애플 등 다른 빅테크 기업도 전 세계 곳곳에서 습지 복원과 수도 인프라 개선 등 프로젝트를 간접적으로 지원하거나 후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 관계자는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대형 언어모델 학습이 수자원을 많이 소비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다만 우리는 대형 언어모델이 장기적으로는 기후위기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인공지능 기술의 성장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탄소중립 실천에 기여할 수 있는 효과가 더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은 지난해 11월 마이크로소프트가 보유하고 있는 인공지능 기반 정보분석 기술을 활용해 글로벌 탄소 배출 현황과 파리협정 진척도를 분석하는 협약을 맺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소프트웨어로 대량의 정보를 집계해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기 쉽도록 한 셈이다.

당시 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은 "세계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며 "인공지능 신기술과 데이터 도구를 이용해 국가들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객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