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올트먼 오픈AI 넘어 반도체 설계로 발 넓히나, '엔비디아 의존 탈출' 동참 

▲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17일 샘 올트먼 오픈AI CEO(오른쪽)가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왼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반도체 제작업체를 설득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인공지능 서비스 연산에 뛰어난 엔비디아의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오픈AI 마저도 수급이 어렵다 보니 자체적으로 반도체 설계에 뛰어드는 것으로 보인다. 

대만 TSMC에 반도체를 대부분 위탁생산하는 엔비디아가 잠재적으로 ‘중국 리스크’를 맞을 수 있어 올트먼 CEO가 수급처를 다변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23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인공지능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다수의 기업 관계자들과 접촉할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기업들이 올트먼 CEO와 접촉할지 구체적인 이름은 제시되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와 인텔이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계의 핵심 기업들이라고 거론했다. 

오픈AI가 TSMC 등 기업과 이미 직접 반도체 스타트업을 설립할 방안을 논의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사실을 잘 아는 관계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20일에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오픈AI가 인공지능 연산에 최적화된 반도체를 직접 설계해 위탁생산을 맡기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브스는 22일(현지시각) “오픈AI가 TSMC와 함께 반도체 스타트업을 설립하는 방안을 두고 논의하고 있다”며 “빠르게 확장되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맞춤형 반도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보니 오픈AI가 칩을 직접 개발하고 제작하려는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챗GPT와 GPT스토어 등 인공지능 서비스를 운영하는 데는 막대한 컴퓨터 연산 능력이 필요해 반도체 확보가 급선무다. 

오픈AI는 자사에 130억 달러(약 17조3892억 원)를 투자한 것으로 추정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데이터 센터를 활용해 인공지능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의 집계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2023년 한 해 동안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반도체 H100을 15만 개 확보했다. 

구글이나 아마존 등 경쟁사들보다 3배 많은 물량이라 오픈AI가 당장 연산 능력이 부족하지는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샘 올트먼 오픈AI 넘어 반도체 설계로 발 넓히나, '엔비디아 의존 탈출' 동참 

▲ 2023년 5월30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타이베이에 엔비디아의 그레이스 호퍼 슈퍼칩이 전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엔비디아 등 인공지능 연산에 탁월한 성능을 보이는 반도체는 수요 폭증으로 시장에서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H100의 개당 가격이 최소 2만5천달러(약 3344만 원)에서 4만 달러(약 5350만 원)라는 추정치도 있다. 

2023년 11월 기준으로 오픈AI 서비스를 이용하는 주간 활성 사용자(WAU)도 1억 명에 달해 향후 컴퓨터 연산 능력이 부족해질 공산이 크다. 

이는 오픈AI가 엔비디아 제품 외에 다른 반도체를 구하거나 자사의 인공지능 서비스에 맞춤형 반도체를 설계해 파운드리에 위탁생산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이유일 수 있다. 

올트먼 CEO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18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람들이 원하는 규모로 인공지능 인프라를 제공하기 위한 어느 것도 준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미 아마존과 구글 등 인공지능 사업에 주력하는 대형 IT기업들은 엔비디아에 의존도를 낮추려 자체 반도체를 개발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오픈AI도 다른 기업들의 이러한 행보를 따라갈 가능성이 있다. 

다른 추측도 나왔다. 23일 악시오스는 올트먼 CEO가 반도체 제조사들 관계자를 만나고 다니는 이유로 ‘중국 리스크’를 지목했다. 

엔비디아가 자사의 반도체 대부분을 대만 TSMC에 위탁생산을 맡기고 있어 중국과의 지정학적 위협, 즉 '중국 리스크'에 상대적으로 노출도가 높기 때문이다. 

최근 대만 총통선거에서 반중 성향의 라이칭더 총통이 당선된 데에 중국이 반발하면서 대만 무력도발 등 위협을 강화하고 있어 지정학적 리스크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인공지능 기업으로서는 엔비디아 제품에만 의존하기 보다는 수급처를 다변화해야 할 필요가 커진 셈이다. 

샘 올트먼 CEO가 이번 주 한국을 직접 방문해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 경영진과 논의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국내 언론들을 중심으로 보도됐다. 

오픈AI가 인공지능 반도체를 자체적으로 설계하는 작업에 도전한다면 HBM(고대역폭 메모리) 등 분야에서 상위 기업인 한국 반도체기업과 협력이 필수로 꼽혀 관련 전망들이 나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