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도 자체 AI반도체 개발 고심하나, 엔비디아 의존도 낮출 필요성 커져

▲ 오픈AI가 5100만 달러의 반도체 구매 계약을 맺은 기업이 있다. 사진은 해당 기업인 레인AI의 제품 홍보용 이미지. < 레인AI >

[비즈니스포스트] 오픈AI가 ‘레인AI‘라는 반도체 스타트업으로부터 신경망처리장치(NPU, Neural Processing Unit)를 대량 공급 받기로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스타트업에는 오픈AI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투자자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아마존과 알파벳(구글 모기업)에 이어 오픈AI도 자체 개발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3일(현지시각) 기술전문매체 와이어드가 확보한 투자 계약서에 따르면 오픈AI는 레인AI의 반도체 5100만 달러(약 665억3715만 원)를 구매하는 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도 개인 자격으로 레인AI에 100만 달러(약 13억4485만 원) 이상을 투자했다. 

레인AI가 개발하는 NPU는 인간 뇌에 존재하는 신경망 구조를 본따 설계된 제품이다. 

레인AI는 자사의 제품이 이론상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반도체 기반인 GPU 대비 연산 능력은 100배, 전력효율은 1만 배라고 주장하고 있다. 

처음부터 머신러닝과 같은 인공지능 연산을 염두에 두고 개발돼 성능과 전력 효율 등 측면에서 장점을 보인다는 설명이다.

레인AI는 2024년 10월경에 NPU 개발을 완료한 뒤 오픈AI에 제품을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와이어드는 “레인AI와의 거래는 인공지능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필요한 칩을 확보하려는 오픈AI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오픈AI도 자체 AI반도체 개발 고심하나, 엔비디아 의존도 낮출 필요성 커져

▲ 아마존은 11월27일부터 12월1일까지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아마존 리인벤트 콘퍼런스 행사에서 자체 인공지능 반도체를 발표했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AWS 부문 최고경영자인 아담 셀립스키(오른쪽)가 29일 콘퍼런스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칩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와이어드의 보도는 그만큼 인공지능 반도체, 특히 엔비디아의 제품을 구하기 어려운 현재 상황을 반영한다. 

엔비디아의 H100과 A100 등 GPU들은 인공지능 연산에 뛰어난 성능을 보이면서 대당 가격이 수천만 원까지 치솟았다. 그럼에도 수요가 폭증해 주문 후 최소 수 개월은 기다려야 제품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 서비스를 원활히 제공하기 위해선 엔비디아의 GPU가 필요한데 높은 가격과 수요 때문에 구하기가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오픈AI는 최대 주주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데이터센터에 탑재된 다수의 엔비디아의 제품을 활용해 챗GPT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챗GPT 사용자가 크게 늘면서 MS가 확보해 둔 컴퓨팅 능력마저 부족해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11월6일 개발자의 날에 공개한 맞춤형 새 개발 도구인 GPTs에 사용자가 몰리자 오픈AI는 신규 유료 가입을 12월4일 현재까지 막아놓은 상태다. 즉, 사용자 증가를 제한한 것이다. 

오픈AI가 서비스를 확대하려면 엔비디아 제품을 대체할 반도체가 시급하다는 이야기다. 

자체적으로 반도체를 개발해서 엔비디아의 GPU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은 다른 기업들에서도 나타난다.  

로이터 11월29일자 보도에 따르면 유통기업 아마존은 기업 사용자용 인공지능 챗봇인 ‘큐(Q)’를 28일에 발표하면서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반도체인 그래비톤4와 트레이니엄2도 공개했다. 
 
챗GPT의 대항마로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 ‘바드(bard)’를 내놓은 알파벳은 직접 개발한 반도체의 성능을 고도화하고 있다. 

로이터는 당시 보도에서 “이 기업들은 지난 1년 동안 공급이 크게 부족했던 엔비디아 GPU의 대체재를 만들기 위해 자체적으로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 등 기업과 기술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인공지능 하드웨어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샘 올트먼은 NPU업체 지분을 확보하고 오픈AI는 공급 계약을 맺은 것으로 풀이된다.

오픈AI로 복귀한 샘 올트먼이 레인AI에 추가로 투자할 가능성도 있다. 그의 다음 과제가 인공지능 기술 고도화 및 본격적인 상용화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자체적으로 반도체를 개발하고 양산하는 데에는 시간과 자금이 상당히 요구돼 오픈AI가 의도한 목표를 달성하기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한편에서 나온다. 

와이어드는 “아마존과 구글은 자신의 사업에 맞춤형인 반도체를 개발하는데 수년을 보냈으며 다른 사업에서 자금을 조달해야만 했다”라며 “올트먼 CEO도 자체적으로 반도체를 개발하는 가능성을 열어두긴 했지만 상당한 자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