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의 법률산책] 시장 재건축 동의 않으면 쫓겨난다? 국밥집 사장의 속앓이

▲ 시장 재건축 사업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은 추진위원회가 동의를 요구한다고 해서 무턱대고 동의를 해서는 안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시장 재건축에 대해서 알고 있는지, 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의뢰인은 제법 그럴듯하게 작성된 팸플릿에 'OO 시장 재건축 추진위원회'라고 씌어진 것을 보여주면서 TV에서 보니까 재건축 사업에 동의하지 않으면 쫓겨난다고 하는데 자기도 그렇게 되는거냐고 묻는다.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보낸 자료에는 상가 재건축이 현재 추진 중이며 대다수 주민들이 동의했기 때문에 동의하지 않으면 강제로 쫓겨나게 된다고 기재되어 있었다. 

그러나 현재 사업진행단계가 어디까지 추진 중인지,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 나와 있지 않았다. 

그저 난잡하게 ‘OO시장 재건축 추진위원회’, ‘주식회사 △△’ ‘주식회사 □□’ 등 여러 사업주체가 표시되어 있고 현재 관리주체가 집회를 개최해서 재건축을 추진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표시되어 있었다. 

“나는 이런 거 잘 몰라요. 동의를 해야 할까요? 동의를 하게 되면 우리는 어떻게 되는건가요? 사업이 실패하면 사업비로 지출한 비용을 우리도 부담해야 할까요?” 의뢰인은 불안하다. 

자기가 가진 전 재산이 OO 시장에 있는 점포 하나뿐인데, 재건축에 동의하지 않았다가 헐값에 강제로 빼앗기는 것은 아닌지, 또 동의했다가 사업시행자가 한 사업비까지 전부 떠 앉게 되는 것은 아닌지 좌불안석이었다.

의뢰인은 내게 오기 전 구청에 찾아가서 문의해보았지만 구청 공무원은 해당 사업에 대해서 뚜렷하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고, 현재 진행상황이 어떠한지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나마 변호사 사무실에 찾아가보라는 말은 했다고 한다.

주변에 있는 다른 상인들을 찾아가서 물어보니, 해당 내용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일단 동의를 안 하면 강제로 건물을 빼앗길지도 모르니까 동의서부터 제출하고, 소유권을 넘긴 사람도 있다고 한다. 

자칭 사업시행자는 80% 가까이 되는 인원이 이미 동의서를 제출해서 조합설립이 가능하다고 했다고 한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시행되는 재건축 사업의 경우에는 주택단지 공동주택의 각 동별 구부소유자의 과반수 동의, 주택단지 전체 구부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및 토지면적의 4분의 3 이상의 토지소유자의 동의를 받아야 재건축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할 수 있다. 

다시 말해 75%의 동의를 얻으면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80% 가까이 동의율을 확보했으면 사업추진이 가능한데, 왜 계속해서 동의서를 받아내고 있을까. 

의뢰인 요청에 따라 사업시행자라고 자칭하는 자들이 보낸 서류를 꼼꼼히 검토해보았더니 해당 시장에서는 재건축이 불가능했다. 

자칭 사업시행자는 집합건물법상의 재건축을 추진한다고 하는데 집합건물법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우선 집합건물에 해당해야 한다. 

그런데 의뢰인 소유의 상가 건물은 집합건물이 아니라 단독소유 건물였다. 의뢰인은 애초에 불가능한 사업에 대해서 동의여부를 고민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평생 시장에서 국밥 장사를 하면서 어렵게 모아서 마련한 점포인데 허무하게 빼앗길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의뢰인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사업에 대해서 며칠 동안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잠도 못 자면서 고민했다고 한다. 

당장 시장 건물의 소유권을 빼앗겨서 장사를 하지 못하게 될까봐 잠 못 이룬 날들이 허망하게 느껴졌을 터였다. 건물 소유권을 강제로 빼앗기기 전에 개발업자에게 매도하려고 세무사에게도 상담을 받아보고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민해보아도 답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다행히도 의뢰인은 부지런히 움직여 알아본덕에 속아 넘어가지 않았지만, 우리나라의 부동산 개발제도는 체계가 복잡하고 어려워서 법률전문가들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재개발사업, 재건축사업, 주거환경정비사업, 소규모재건축사업, 소규모재개발사업, 가로주택정비사업, 전통시장법상 시장정비사업, 지역주택조합사업, 집합건물법상의 재건축사업 등 각종 부동산 개발사업이 곳곳에서 추진되고 있다.

어느 사업을 추진하느냐에 따라 법적 근거가 다르고, 사업추진을 위해서 강제로 소유권을 취득하기 위한 요건이 다르다. 

이러한 부동산 개발사업이 실제 추진될 경우, 토지 소유자들은 평생 모아놓은 전 재산을 강제로 빼앗기게 되는데도, 법령체계가 복잡하고 어려워서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동의서를 써주거나, 개발업자에게 헐값에 소유권을 넘겨준 뒤에 후회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부동산 개발사업도 사업인 이상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 무렵에 진행되었던 사업 중에는 상당한 사업이익을 거둔 사례도 얼마든지 있다. 

현재 부동산 경기가 침체국면에 접어들었어도 사업구역에 따라서 사업이익이 어느 정도 확보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모든 개발사업에 무조건 반대할 필요는 없다. 

또 부동산 투자 사업으로 이익을 보기 위해서는 스스로 공부를 해야 한다. 국가가 투자 사업가에게 사업 가능성, 수익성 등에 대해서 구구절절 설명해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러나 국밥집을 운영해서 평생 모은 돈으로 겨우 마련한 국밥집 운영자 입장에서 국가 차원에서 좀더 직관적이고 단순하게 이해시키려는 노력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으면, 여기서 소개한 사례와 같이, 영문도 모르고 사업 가능성도 없는 사업주체에게 억울하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넘기는 사기 피해자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주상은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변호사 
 
글쓴이 주상은 변호사는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의 파트너변호사이다. 대한변호사협회 공인 재개발 재건축 전문변호사이고, 주로 재개발 재건축, 리모델링, 건설 부동산 사건들을 취급해왔다. 대학원에서 민사법을 전공했다.  대학원에서는 논문을 주로 작성하다가 변호사가 된 후에는 복잡하고 어려운 법언어를 쉬운 일상 용어로 풀어 쓰는 데에 관심을 두고 있다. 칼럼을 통해 일반인들이 법에 대해서 가지는 오해를 조금씩 해소해나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