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우리은행이 해외 부동산 펀드 관련 손실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그 동안 펀드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의혹에 휩싸였고 이번 홍콩빌딩 관련 손실에는 시장 신뢰도 달려 있어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중심으로 재빨리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홍콩 빌딩 투자손실 이례적 발빠른 보상, 임종룡 '결단' 배경은

▲ 우리은행이 해외 부동산 펀드 관련 손실에 신속히 대처하고 나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우리금융지주>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홍콩빌딩에 투자한 부동산 펀드 관련 손실을 두고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조병규 행장이 취임하기 전인 지난달 말 열린 이사회에서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 빌딩에 투자하는 해외부동산 펀드 ‘시몬느 대체투자전문 사모투자신탁 제12호’ 관련 고객 손실을 일부 보전해 주기로 결정하고 이를 해당 고객들에 알렸다.

코로나19 유행을 거치면서 재택근무가 늘어 전세계 부동산 수요는 사무실을 중심으로 위축됐다. 부동산경기는 이에 더해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기를 거치며 더 나빠졌는데 이 피해가 국내 투자자들에게까지 끼친 것이다.

우리은행은 소비자와 자율 조정을 거쳐 투자원금의 40%부터 80%까지 피해보상 절차를 진행한다. 자율조정이 끝난 뒤에는 운용사 상대 구상권 청구나 중순위 채권 추심도 검토한다.

이 상품을 내놓은 미래에셋증권은 상각을 이번 주 들어서야 결정했다.

우리은행은 손실이 확정되기도 전에 보상 결정을 내린 것이다. 금융사는 보통 불완전 판매와 같은 예외가 아니면 고객 손실에 대한 보상에 소극적이라는 점을 놓고 보면 이번 조치는 더욱 두드러진다.
 
우리은행 홍콩 빌딩 투자손실 이례적 발빠른 보상, 임종룡 '결단' 배경은

▲ 미래에셋증권은 해당 펀드 상각처리를 18일 결정했다. 우리은행이 고객 보상안을 마련한 것은 그보다 2주 전이다. 


발 빠른 대처 배경에는 자산관리(WM) 분야 신뢰도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의 중심에 있는 펀드는 높은 수익을 좇아 선순위가 아닌 채권도 담는 메자닌 방식이었기 때문에 위험성 자체는 미리 고지됐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 펀드를 판매하던 2019년에는 포브스 선정 억만장자인 부동산 재벌 판수퉁 골딘파이낸셜 회장이 보증을 서 이 같은 위험성이 가려졌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 노동조합도 투쟁기금 20억 원을 여기 넣었을 정도다.

이번 사태에서 투자금을 회수받지 못하게 된 개인(리테일) 투자액은 1640억 원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765억 원 가량이 우리은행 자산가 고객인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은행 고액 자산가의 비중이 커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이번 일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시장 신뢰를 잃을 수도 있는 셈이다.

자산관리가 기준금리 인상기가 끝난 지금 은행의 비이자수익을 책임질 수 있는 분야라는 점을 고려하면 도리어 자산관리 신뢰도를 쌓아나가야 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게다가 우리은행이 그 동안 펀드 ‘불완전 판매’로 홍역을 치렀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신뢰는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우리금융지주는 2017년에는 라임펀드 사태로 큰 타격을 입었고 이에 손태승 당시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중징계를 받았다. 2019년에는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연계 파생상품을 판매했다가 원금을 날려 분쟁에 말려들기도 했다.

다만 우리은행은 이번 펀드는 위험성이 고지된 상황에서 팔린 것이었기 때문에 불완전판매와는 거리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중순위라는 점이 명시돼 있는 메자닌 펀드라는 점에서 그동안 우리금융지주가 겪었던 불완전판매와는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우리금융지주는 최근 주식시장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신속한 대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지주 외국인 지분율은 40%대를 좀처럼 회복하고 못하면서 주가도 이에 따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우리금융의 외국인지분율은 전날 기준 38.09%로 3월 말 40%대에서 내려온 뒤 지금까지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분기 순이익 기준 우리은행의 우리금융지주 내 비중이 95%에 육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은행의 빠른 대처는 더욱 필수적이었던 셈이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