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중형 SUV 왕좌 쟁탈전, 쏘렌토가 지킬까 싼타페가 뒤집을까

▲ 현대차가 8월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싼타페 5세대 완전변경 모델이 기아 쏘렌토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중형 SUV 왕좌를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2023년형 싼타페. <현대차>

[비즈니스포스트] 기아 쏘렌토가 평정했던 국내 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시장의 왕좌를 놓고 다시 한번 치열한 승부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3년 동안 '못생겼다'는 이유로 시장에서 외면당했던 현대자동차 싼타페가 8월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 출시를 예고하고 있어서다.

쏘렌토 역시 싼타페와 비슷한 시기에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가 '절치부심' 내놓는 5세대 싼타페가 쏘렌토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중형 SUV 왕좌를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0일 완성차업계 판매실적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1~6월) 쏘렌토는 국내에서 3만6558대가 판매되며 중형 SUV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같은 기간 토레스는 2만5775대로 2위, 싼타페는 1만6437대로 3위를 차지했다.

올해 1분기(1~3월)까지만 해도 지난해 7월 출시된 토레스(1만6852대)가 기세를 올리며 쏘렌토(1만6256대)를 제치고 중형 SUV 차급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신차효과가 점차 사그라들면서 4월 전월과 비교해 국내 판매량이 반토막난 토레스는 5월부터 수출 본격화로 생산물량이 분산된 영향을 받아 월간 판매량이 떨어졌다.

KG모빌리티는 11월 토레스의 파생형 전기차인 토레스 EVX 출시로 토레스 열풍을 잇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기아와 현대차는 비슷한 시기에 각각 쏘렌토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과 싼타페 5세대 완전변경 모델을 내놓고 정면 승부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현대차 각 영업소가 고객들에게 전달한 공지에 따르면 기존 모델인 2023년형 싼타페는 5세대 완전변경 모델 양산을 위해 가솔린 및 디젤 모델은 지난달 30일, 하이브리드 모델은 이달 21일 계약 완료분을 마지막으로 생산을 종료하고 5일부터 후속모델 전환계약에 들어갔다. 정식 출시 시점은 8월로 예상된다.
 
불붙는 중형 SUV 왕좌 쟁탈전, 쏘렌토가 지킬까 싼타페가 뒤집을까

▲ 싼타페 5세대 완전변경 모델 최종 예상도. <유튜브 채널 '뉴욕맘모스' 캡처>

위장막 유출 사진과 이를 바탕으로 제작된 디자인 예상도를 종합하면 신형 싼타페는 1991년 출시됐던 현대차 갤로퍼를 연상시키는 직선의 각진 디자인을 입고 있다. 기존 1~4세대 싼타페에는 곡선 형태의 디자인이 적용돼 왔다.

차체는 기존보다 크게 키우고 전면부의 사각형의 각진 헤드램프에는 현대(HYUNDAI)의 이니셜을 딴 'H(에이치)'형 주간주행등(DRL)이 적용된다.

측면부는 긴 루프랙(차 지붕에 짐을 싣기 위해 설치된 2개의 봉) 아래 수평으로 이어지는 차 지붕이 끝에서 수직으로 떨어지며 정통 SUV 감성을 강조한다. 후면부에 H형 그래픽이 입혀진 테일램프는 전면부와 통일감을 준다.

실내에는 기존모델과 달리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이 통합된 파노라마 디스플레이가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변속기는 스티어링 휠 오른쪽으로 자리를 옮기고, 공조기 조작계는 물리버튼과 터치스크린을 함께 쓰는 방식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싼타페는 2000년 현대차가 처음 독자적으로 개발한 SUV다. 2004년에는 SUV 최초로 국내 베스트셀링카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싼타페는 2018년 출시된 4세대 모델이다. 4세대 싼타페는 출시 첫 해에 쏘렌토에 내줬던 국내 SUV 판매 1위 자리를 되찾았고 이듬해에는 8만6198대의 판매실적을 올리며 쏘렌토(5만2325대)를 압도했다.

2020년 기아는 3월 쏘렌토 4세대 완전변경 모델을, 현대차는 같은해 7월 싼타페 부분변경 모델을 국내에 출시했는데 이 때부터 싼타페는 판매 내리막길을 걸었다.

싼타페는 2020년 5만7578대가 판매되는데 그치며 7만6882대의 판매실적을 올린 쏘렌토에 다시 SUV 판매 1위 자리를 내줬다. 전년과 비교해 싼타페는 판매량이 33.2% 줄어든 반면 쏘렌토는 46.9%나 늘었다. 

2021년에는 싼타페 4만1599대, 쏘렌토 6만9934대로 격차가 더 벌어졌고 지난해 싼타페는 국내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거머쥔 쏘렌토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판매실적을 거뒀다.

싼타페와 쏘렌토는 파워트레인을 공유하고 있어 성능의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디자인이 당시 두 모델의 성패를 가른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인터넷커뮤니티 등에서는 쏘렌토 디자인과 관련한 호평이 많았던 반면 싼타페 디자인을 놓고는 혹평이 많았다.

디자인에 대한 박한 평가가 싼타페 판매 축소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던 만큼 디자인 기조를 완전히 바꾼 이번 5세대 모델은 싼타페가 중형 SUV 왕좌에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 쏘렌토는 풀체인지급으로 얼굴을 바꾼 부분변경 모델 출시로 중형 SUV 판매 왕좌 4연패를 노린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8월11일을 목표로 기존 쏘렌토 생산을 종료하고 같은달 14일 부분변경 모델의 양산을 시작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불붙는 중형 SUV 왕좌 쟁탈전, 쏘렌토가 지킬까 싼타페가 뒤집을까

▲ 쏘렌토 부분변경 모델 최종 예상도. <유튜브 채널 '뉴욕맘모스' 캡처>

신형 쏘렌토의 디자인 변화는 전면부에서 도드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형 쏘렌토는 기존의 가로형 헤드램프를 세로형으로 바꿔 달고 앞서 출시된 플래그십 전기차 EV9·미국 전용 모델인 준대형 SUV 텔루라이드 등 브랜드 상위차종과 패밀리룩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또 기아의 별자리 모양으로 헤드램프를 주간주행등이 감싼 패밀리룩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이 적용된다.

최근 해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신형 쏘렌토 실내 이미지가 최초로 포착된 영상이 공개됐는데 기존 모델과 달리 디지털 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가 통합된 커브드 파노라마 디스플레이가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들어 차량용 반도체 부품 공급 부족 문제가 크게 해소되면서 최근 신차 계약 뒤 출고 대기 기간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다만 올해 싼타페 누적 판매량은 쏘렌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만큼 두 모델의 상이한 출고대기 기간이 판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7월 현대차와 기아 납기표를 보면 차를 계약한 뒤 쏘렌토 가솔린 모델은 3~4개월, 하이브리드 모델은 14개월을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다.

반면 7월 싼타페는 2023년형 싼타페 단산 공지를 참조하라고 안내하고 있는데 6월 싼타페 가솔린 모델과 하이브리드 모델의 출고대기 기간은 모두 3주에 그쳤다.

쏘렌토는 현재 대기 고객이 줄을 서 있어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곧바로 전환할 수요가 많은 반면 싼타페 완전변경 모델은 완전히 새 고객을 새로 찾아 나서야 하는 셈이다.

올해 3월부터 쏘렌토는 꾸준히 월별로 7천 대가량이 생산돼 판매하고 있다. 신형 싼타페가 국내 소비자들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지가 하반기 중형 SUV 왕좌를 되찾는데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