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중국 반도체 규제에 출구전략 찾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영향 촉각

▲ 미국 마이크론이 중국 정부 규제에 대응해 다른 지역에서 점유율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마이크론 반도체 생산공장. <마이크론>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메모리반도체 전문기업 마이크론이 중국 정부의 반도체 판매규제에 대응해 다른 지역에서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데 주력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마이크론과 경쟁 관계에 놓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기업이 대중국 사업에 압박을 받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 더 치열한 대결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

미국 현지시각으로 28일 마이크론은 회계연도 3분기 콘퍼런스콜을 열고 “메모리반도체 수요와 공급 균형이 점차 회복되며 수익성 개선 흐름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중국 사이버공간관리국(CAC)의 결정이 실적 회복을 늦추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장기 관점에서 기술 리더십과 사업 경쟁력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인공지능(AI)과 같은 신성장 분야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중국 사업 축소에 따른 타격을 만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중국 CAC는 최근 마이크론의 반도체에 보안 위험이 있다는 조사결과를 제시하며 일부 고객사와 사업 분야에서 마이크론의 메모리반도체를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제했다.

미국 정부가 중국 반도체산업을 겨냥한 고강도 수출제한 조치를 이어가자 중국 정부 차원에서 무역보복에 시동을 걸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마이크론은 이런 상황에서 중국시장을 되찾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점을 인정하며 “세계 다른 지역의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려 반도체 분야의 입지를 지켜내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중국에 의존을 낮추는 대신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와 인공지능, 스마트카 등 신산업 분야에서 역량을 키우는 데 당분간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마이크론이 주력으로 판매하는 메모리반도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한국 반도체기업 실적에서도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 상품이다.

따라서 마이크론의 이러한 전략 변화는 한국 반도체산업에도 큰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마이크론이 그동안 중국에 공급하던 반도체 물량을 다른 지역으로 분산하기 위해 다른 지역의 고객사 확보에 집중한다면 자연히 메모리반도체 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질 공산이 크다.

특히 마이크론이 주요 공략 대상으로 삼은 인공지능 시장은 당분간 반도체 수요 회복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핵심 시장이다.

스마트폰과 PC 등 기존 주요 반도체 수요처가 침체되며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만큼 고용량 및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는 인공지능 시장이 활로로 꼽히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 등 차세대 규격의 D램과 대용량 SSD 등 반도체 제품 공급을 인공지능 서버와 슈퍼컴퓨터 분야로 확대해 실적 회복의 기회를 잡으려 하고 있다.
 
마이크론 중국 반도체 규제에 출구전략 찾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영향 촉각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메모리반도체 생산공장.

엔비디아 등 이러한 시장에서 영향력 있는 고객사를 확보한 마이크론이 수주 경쟁에 더 적극적으로 뛰어든다면 자연히 더욱 첨예한 대결 구도가 형성된다.

중국 정부의 규제가 마이크론을 향한 미국 정부의 금전적 지원 확대를 이끌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바이든 정부는 마이크론의 미국 내 대규모 반도체공장 및 연구개발센터 설립에 반도체 지원법 시행에 따른 보조금을 대거 할당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중국의 무역보복으로 마이크론에 피해가 예상되면서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정책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될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에서 마이크론의 수요를 대체하며 공급을 늘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정부가 한국 반도체기업을 향해 중국에서 마이크론의 반도체 공급 물량을 대체해서는 안 된다는 압박을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결국 YMTC와 푸젠진화 등 자국 메모리반도체 제조사를 육성해 반도체 자급체제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과 글로벌 반도체시장에서 모두 갈수록 어려워지는 환경에 놓이게 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마이크론의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약 16%로 적지 않은 수준이다.

마이크론을 향한 중국 정부의 규제와 미국의 지원, 마이크론의 대응 방향이 모두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시장에 큰 변수로 이어지는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다만 마이크론은 “이러한 전략이 성과를 내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당분간은 중국 정부 규제에 따른 악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시각을 보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