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TSMC라는 글로벌 기업의 최고 경쟁력은 무엇일까? 누군가는 기술력이라고 대답할테고 누군가는 압도적인 반도체 생산 능력이라고 말할 것이다.

투자자들 가운데는 TSMC의 장점으로 제조업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꼽는 사람이 많다.

TSMC의 2022년 영업이익률은 52%이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이 압도적 퍼포먼스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투자 천재’ 워렌 버핏은 올해 4월 닛케이신문과 인터뷰에서 “TSMC의 41억 달러 규모의 주식 대부분을 한 회계 분기 내에 모두 팔았다”고 했다.

버핏은 TSMC 지분을 전량 매도한 이유를 두고 중국과 전쟁 우려를 꼽았다. 과연 버핏은 정말 중국이 대만을 빠른 시일 안에 침공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물론 중국과 분쟁이 분명 TSMC의 불안 요소인 것은 맞다. 하지만 중국이 지금 당장 대만을 침공할 것이라고 보는 시선은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중국과 대만의 전쟁 우려는 버핏이 TSMC 주식을 사기 전부터 팽배해 있었다. 버핏이 TSMC 주식을 놓고 소위 ‘단타’를 친 이유가 반드시 전쟁 우려 때문만은 아니라고 유추할 수 있는 이유다.

워렌 버핏은 가치투자의 귀재라고 불린다. 기업가치가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투자해 수십 년씩 보유하는 것이 버핏식 투자다. 

그렇다면 결국 버핏이 TSMC 주식을 전량 매도한 이유는 버핏이 TSMC의 기업가치가 현재 정점을 찍었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버핏이 이렇게 판단한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의 속마음을 알기는 힘든 일이지만 추측해 볼 수는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 반도체를 둘러싼 공급망 갈등이 TSMC의 수익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TSMC가 굉장히 빠르게 성장하고, 그 기업가치도 빠르게 높아진 근본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는 대만의 값싼 노동력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삼성전자의 평균임금은 1억4400만 원, TSMC의 평균임금은 9500만 원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 중국 갈등이 빠르게 심화되면서 미국은 TSMC에게 미국에 공장을 지을 것을 요구했고 TSMC는 여기에 발빠르게 화답해 미국에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문제는 미국은 인건비 자체가 훨씬 비쌀 뿐 아니라, 근무 환경, 복지, 근무 시간 등도 대만보다 훨씬 더 선진적이기 때문에 인건비가 굉장히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TSMC의 최대 강점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높은 영업이익률이지만 지금 상황에서 TSMC가 지금까지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TSMC의 최대 강점이 인건비 때문에 훼손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셈이다.

실제로 TSMC는 올해 하반기에 파운드리 단가를 한번에 20%정도 높일 것으로 추측되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TSMC의 이런 상황은 삼성전자에게 기회가 될 수 있을까? 이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파운드리 시장을 ‘초미세공정 프리미엄 시장’과 그 나머지로 나눠서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먼저 10나노~65나노 파운드리 시장을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다. 이 시장은 2022년 3분기 기준 전체 파운드리 시장의 약 30% 정도를 차지하는 시장인데, 이 시장에서는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이다. 

특히 10인치 이상의 시스템반도체는 삼성전자와 TSMC 말고도 다른 파운드리 기업도 만들어낼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팹리스가 파운드리를 선택할 때 가격이 중요한 변수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장에서 TSMC가 가격을 올린다면 삼성전자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이 시장에서 TSMC의 생산능력 자체가 삼성전자와 굉장히 커다란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 삼성전자의 생산능력 확보가 최첨단 공정 위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유의미한 점유율의 반등은 어려울 가능성도 높다.

중요한 것은 10나노 미만의 초미세공정이다. 전체 파운드리 시장의 38%정도를 차지하는 이 시장에서는 가격뿐 아니라 기술력 역시 굉장히 커다란 변수가 된다. 여기서 장, 단기를 나눠서 살펴봐야 할 필요가 생긴다. 

단기적으로는 TSMC의 영업이익률이 어느 정도 훼손된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그에 따라 TSMC가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인상한다고 하더라도 삼성전자에게 엄청난 기회가 되기는 힘들 가능성이 높다.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도 인정했듯이 현재 TSMC와 삼성전자 사이에는 약 1~2년 정도의 기술 격차가 있기 때문이다.
 
TSMC가 삼성전자보다 기술우위를 유지하는 한 애플을 포함한 팹리스들은 여전히 조금 가격이 비싸더라도 제품을 가장 잘 빚어줄 수 있는 TSMC를 선택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삼성전자의 기술력은 계속해서 TSMC를 추격하고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은 5년 이내에 TSMC의 기술력을 따라잡겠다고 공언했다.

삼성전가가 TSMC의 기술력을 따라잡는다면, 그때는 TSMC의 가격 인상이 유의미한 일이 될 수 있다. 기술력이 비슷하면 팹리스 역시 당연히 좀 더 싼 곳을 고르려고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만약 TSMC가 영업이익률을 포기하고 가격을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TSMC의 투자역량이 줄어드는 일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삼성전자가 TSMC를 역전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

물론 삼성전자도 미국에 공장을 세우고 있는데 인건비 상승은 마찬가지 아니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충격의 크기’를 살펴야 한다.

기본적으로 삼성전자는 이미 대만보다 훨씬 높은 임금을 지급하고 있었기 때문에 TSMC에 비해 인건비 상승의 충격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어느 정도 ‘면역력’이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삼성전자는 D램, 가전, 스마트폰 등 파운드리사업에서 증가하는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다른 캐시카우들이 있지만 TSMC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파운드리 시장 자체의 수익성이 나빠진다면 TSMC의 현금 흐름 자체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미국 중국 갈등은 ‘비용’측면에서 난공불락처럼 보이는 TSMC라는 철옹성에 미세한 균열을 내고 있다. 그 균열은 너무나도 미세해서 현재로서는 큰 문제가 없어보인다. 하지만 그 균열이 장기적으로 유지된다면 삼성전자가 저 철옹성을 공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