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2나노 파운드리 공장도 대만에 집결, '실리콘 방패' 수호에 의지 보여

▲ 대만 TSMC가 첨단 미세공정을 활용하는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대만에 중점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강조했다. TSMC가 공개한 3나노 반도체 웨이퍼.

[비즈니스포스트] TSMC가 3나노와 2나노, 1.4나노 등 첨단 미세공정을 활용하는 반도체 파운드리 생산공장을 앞으로도 대부분 대만 내에서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대만이 ‘실리콘 방패’로 불리는 반도체 국가 경쟁력과 안보를 유지할 수 있도록 미국 등 해외에 신설하는 공장에는 신기술을 제한적으로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9일 현지언론 타이페이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TSMC는 현재 대만 신주와 타이중 지역에 2025년 상용화를 계획하고 있는 2나노 파운드리 생산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TSMC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러한 내용을 밝히며 차기 공정인 1.4나노 반도체 생산라인도 주로 대만에서 운영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류더인 회장과 웨이저자 CEO 등 TSMC 경영진은 “대만 반도체산업은 지정학적 갈등에도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며 “대부분의 첨단 반도체를 대만 내 공장에서 생산하겠다”고 강조했다.

TSMC가 미국과 일본, 독일 등 해외 국가에 다수의 반도체공장 투자 절차를 본격화하며 대만의 실리콘 방패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주주들의 우려에 대응한 것이다.

이는 TSMC가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심각하게 우려해 해외 국가에 첨단 반도체 생산설비를 서둘러 구축하고 있다는 관측에도 반박하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번 행사는 TSMC가 미국 파운드리공장 투자 규모를 기존 120억 달러에서 400억 달러(약 52조 원)까지 늘리기로 한 뒤 개최한 첫 정기 주주총회다.

자연히 주주들은 이러한 결정이 의미하는 것과 TSMC의 향후 사업 방향성, 대만 국가 경제와 안보에 미칠 영향 등을 두고 우려섞인 시선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TSMC는 독일과 일본에 추진되고 있는 새 첨단 파운드리공장이 자동차용 반도체 고객사를 겨냥한 목적에 그칠 것이라며 대만의 국가 경쟁력에 관련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발언도 내놓았다.

인공지능 반도체와 모바일 반도체 등 주력상품 생산은 대만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재확인한 셈이다.

류더인 회장은 “챗GPT 덕분에 TSMC의 반도체 수요가 상당한 수준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대만 경제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TSMC가 이처럼 대만 내 첨단 반도체 생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해외 파운드리공장 건설이 경제 성장동력 약화와 반도체 핵심인재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에 따른 것이다.

대만 정치권에서 TSMC가 해외에 투자를 늘리는 데 관련해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다 실리콘 방패 약화로 이어져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여론이 힘을 얻기 때문이다.

미국은 대만의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이 중국에 넘어갈 가능성을 우려해 군사 안보 측면에서 대만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긴밀한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만약 대만이 아닌 국가에서 충분한 첨단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다면 미국이 중국의 군사위협으로부터 대만을 지켜야 하는 이유도 그만큼 줄어든다.

따라서 TSMC의 반도체 생산 능력이 대만의 안보를 수호하는 실리콘 방패 역할을 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TSMC는 미국과 일본, 독일 등 정부의 현지 반도체공장 건설에 따른 지원을 받고 있다고 언급하면서도 대만을 가장 중요한 생산거점으로 유지하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류 회장은 TSMC의 해외 투자가 10~20년을 내다보고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언급하며 이는 앞으로 성공을 보장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TSMC가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정학적 리스크 등 주제를 언급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그만큼 대만을 향한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