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2나노 파운드리 고객 줄 섰다", 대만언론 삼성전자 추격에 위기감?

▲ 대만 TSMC의 주요 파운드리 고객사가 2나노 미세공정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대만 신주과학단지에 위치한 TSMC 연구개발센터.

[비즈니스포스트] TSMC가 2025년 도입을 계획하고 있는 2나노 반도체 미세공정에 이미 대부분의 주요 파운드리 고객사가 물량 선점을 노리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삼성전자가 비슷한 시기에 상용화하는 2나노 공정이 엔비디아와 퀄컴, AMD 등 고객사에 사실상 외면받는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이 떠오른다.

그러나 대만언론의 이런 보도는 오히려 삼성전자의 추격에 대한 위기감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3일 대만 디지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TSMC의 상위 고객사 10곳이 이미 차세대 시스템반도체에 2나노 공정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TSMC가 2나노 반도체 파운드리 단가를 상당히 높게 책정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도 고객사들이 벌써부터 줄을 서고 있다는 의미다.

주요 반도체 고객사들은 TSMC 2나노 미세공정 반도체의 성능이 대폭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고 해당 공정에 맞춰 반도체를 설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랜지스터 구조를 바꿔 반도체의 성능 효율을 높이는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기술이 2나노 공정에 처음으로 도입되기 때문이다.

TSMC의 상위 고객사에는 애플과 엔비디아, 퀄컴과 AMD, 미디어텍 등 글로벌 IT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갖추고 있는 반도체기업이 포함된다.

이들은 주로 스마트폰용 고성능 프로세서와 인공지능 반도체,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의 생산을 TSMC에 맡긴다.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맞춰 고사양 시스템반도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 따라 2나노 파운드리 생산물량을 미리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대부분의 고객사가 지난해 말 양산을 시작한 TSMC 3나노 물량을 선점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도 서둘러 2나노 공정 도입을 계획하고 있는 배경으로 분석된다.

애플이 올해 TSMC에서 생산되는 3나노 반도체 전체 생산량의 약 90%를 독점할 것으로 예상돼 다른 반도체기업들이 고성능 시스템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TSMC는 올해 도입하는 3나노 2세대(N3E) 공정 반도체 생산량을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늘려 위탁생산에 활용한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2025년 하반기 도입되는 2나노 공정도 2026년부터 본격적인 물량 확대가 이뤄지면서 꾸준한 고객사 수주 실적 확보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전자가 TSMC와 비슷한 수준의 미세공정 기술력을 갖췄음에도 파운드리 수주전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 2나노 공정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전망도 고개를 든다.
 
"TSMC 2나노 파운드리 고객 줄 섰다", 대만언론 삼성전자 추격에 위기감?

▲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임직원이 3나노 미세공정 웨이퍼(반도체 원판)을 들고 있다. <삼성전자>

TSMC가 2나노에 도입하려는 GAA 기술은 삼성전자가 이미 3나노 공정에 활용하고 있는 방식이다. 더구나 3나노 반도체 양산 시기도 삼성전자가 반년 정도 앞서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객사는 주력 반도체 상품을 TSMC에서 위탁생산하겠다는 계획을 유지하고 있어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시장에서 단기간에 영향력을 키우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첨단 반도체 미세공정 분야에서 TSMC를 따라잡겠다는 목표를 두고 최신 공정기술 개발과 생산라인 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2나노 공정에서도 TSMC를 제칠 만한 계기를 확실히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파운드리 시장에서 점유율과 수익성을 높이는 데 고전할 수밖에 없다.

다만 TSMC가 3나노 공정과 마찬가지로 2나노 공정에서도 고객사 수요에 대응하기 충분한 생산 능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가능성은 삼성전자에 기회로 꼽힌다.

공정 기술이 발전할수록 기술 완성도와 생산 수율을 높이기 어려워지고 투자 비용 부담도 커지는 만큼 고객사 수요에 맞춰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한계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퀄컴 등 주요 시스템반도체 고객사들은 이미 애플의 TSMC 3나노 생산라인 독점에 대응해 삼성전자 파운드리로 이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삼성전자가 꾸준히 파운드리 분야에 투자를 확대해 온 성과가 점차 결실로 돌아올 수 있다는 긍정적 시각도 힘을 얻는다.

디지타임스가 대만 언론 특성상 TSMC에 우호적인 보도를 내놓는 성향이 짙다는 점도 고려할 만한 요소로 꼽힌다.

아직 상용화 시기도 불투명한 TSMC 2나노 공정에 고객사들이 줄을 서 있다는 보도를 내놓은 것은 오히려 TSMC가 삼성전자에 따라잡힐 수 있다는 위기감을 반영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전문지 EE타임스는 “삼성전자는 2나노 파운드리에서 TSMC와 경쟁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며 “TSMC가 2나노 공정을 본격적으로 도입하는 시기는 2026년으로 미뤄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