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최악의 실적’에도 주가 오르는 이유, ‘반도체 빙하기’ 끝이 보인다

▲ 삼성전자가 2023년 2분기까지 최악의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됨에도 불구하고 하반기부터는 업황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에 주가가 2023년 들어서만 23.24% 상승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2023년 2분기까지 최악의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됨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급등하고 있다.

2021년 여름 ‘반도체 겨울’을 정확히 예측했던 모건스탠리는 ‘Ice age-end in sight(빙하기–끝이보인다)’라며 올해 하반기부터 반도체업황이 반등할 것이라고 예고하는 등 긍정적인 시각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중국 반도체 산업 제재로 한국 반도체 기업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점도 투자자들이 몰리는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21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2023년 1분기 1조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영업이익을 거뒀음에도 주가가 급등하는 것을 두고 반도체기업 주가는 일반적으로 업황을 6개월 이상 선행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19일 3.23% 상승했다.

18일 미국 필리델피아반도체지수 상승에 영향을 받은 것인데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같은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미국 마이크론은 19일에도 0.89% 상승하며 강세를 이어갔다.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23.24% 올랐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1분기보다 95% 감소한 6402억 원에 그쳤고 2분기에는 적자전환도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과 주가가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 주가 상승의 첫 번째 이유는 메모리반도체 사이클의 저점이 2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감 덕분이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반도체 제조사와 고객사의 메모리반도체 재조가 2분기를 저점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022년 11~12월 반도체 생산 감축을 먼저 시작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2분기 반도체 재고는 각각 16주, 14주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는 올해 1분기 17주, 15주에서 소폭 줄어든 것이다.

뒤늦게 2023년 4~5월부터 감산을 시작한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 재고는 3분기부터 축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같은 제조사들의 반도체 재고 감소는 고객사의 반도체 수요 확대와 가격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D램 공급량이 당분간 줄어든다는 것을 인지한 고객사들이 재고를 다시 확보하는 데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2분기 현재 전반적인 IT 최종수요 회복은 더딘 상태지만 상반기 수요바닥을 인식한 주요 고객사들은 낮은 가격에 메모리반도체 재고를 점차 축적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며 “스마트폰 업체들은 수요둔화로 메모리 재고축적의 뚜렷한 움직임은 없으나 메모리 재고 건전화가 상당히 이뤄진 상태이며 북미 서버업체는 DDR4보다는 DDR5 중심으로 구매 문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최악의 실적’에도 주가 오르는 이유, ‘반도체 빙하기’ 끝이 보인다

▲ 외국인투자자들은 2023년 들어 삼성전자 주식을 9조 원 이상 순매수했다.

둘째,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삼성전자에 대한 시각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2021년 ‘윈터 이스 커밍(겨울이 온다)’란 메모리반도체 산업 리포트로 2022~2023년의 반도체업황 악화를 정확히 예측했던 모건탠리는 2022년 10월 ‘Ice age-end in sight(빙하기– 끝이 보인다)’라는 리포트를 내고 한국 테크기업 주식의 투자의견을 ‘조심스러운(cautious)’에서 ‘매력적(attrative)’로 상향 조정했다.

모건스탠리는 2023년 들어서도 한국 반도체기업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또 글로벌 투자운용사 페더레이티드 헤르메스에서 32억 달러(약 4조2천억 원) 규모의 아시아펀드(일본 젱외)를 운용하는 조나단 파인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5월10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실적 바닥을 찍은 삼성전자 주식을 지난 3~6개월 동안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파인스 매니저는 “TSMC 주식은 현재 PBR(주가순자산비율) 4.2배에 거래되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PBR 1.1배로 저평가돼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높아진 원/달러 환율 때문에 외국인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삼성전자의 현재 주가는 더 매력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외국인투자자는 올해만 삼성전자 주식을 9조1355억 원가량 순매수했다. 2022년 8조7148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던 것에서 완전히 방향을 바꾼 것이다. 5월18~19일 이틀 동안 외국인투자자가 순매수한 삼성전자 주식만 해도 약 8921억 원에 이른다.

셋째, 미국의 중국 반도체 제재로 인해 한국기업들의 반사이익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2022년 말 △18나노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핀펫 기술 등을 사용한 로직칩(16나노 내지 14나노)의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미국산 장비·기술을 중국에 판매하는 것을 금지했다. 

제재 효과는 점차 나타나고 있다.

중국 최대 낸드플래시 업체인 YMTC는 웨이퍼 제조 주문량이 기존보다 70% 감소했고 이에 따라 신 공장 건설을 연기했다. 직원도 10% 정도 감축한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중국에서 상장된 반도체 기업 25곳 가운데 17곳은 2022년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파악된다.

YMTC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은 오랫동안 자국(중국) 장비를 통해 낸드플래시를 생산하는 방법을 테스트해왔고 최근 중요 반도체장비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국가투자펀드인 국가직접회로산업투자펀드를 통해 19억 달러(약 2조5천억 원)를 YMTC에 지원하는 등 ‘반도체 자급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생태계가 이미 글로벌적으로 세분화, 분업화된 것을 고려하면 중국 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지원한다고 하더라도 반도체 자급화가 단기간에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비제이 레이크스 미즈호증권 연구원은 “YMTC와 같은 신규 기업의 메모리반도체 생산량 확대는 반도체 가격 하락을 불러올 수 있었다”며 “하지만 YMTC가 미국산 장비 수입에 제한을 받게 되면서 마이크론 등 기존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