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 진입장벽 높은 구미 전선시장서 선전, 구본규 도약대는 해상풍력

▲ 구본규 LS전선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성장하는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LS전선이 보수적 성향의 유럽과 미국 전선 시장에서 대규모 전선사업을 잇달아 수주하며 순항하고 있다.

구본규 LS전선 대표이사 사장은 구미 지역을 중심으로 성장하는 글로벌 해상풍력용 전선 시장을 공략하는 데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전선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지원하는 정책이 강화되면서 해상풍력 해저케이블 공급사업을 하고 있는 LS전선의 사업기회가 넓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미국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지원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시행하고 있고 유럽은 기존 탄소중립정책 지원에 더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안보가 부각되면서 해상풍력 발주가 이어지고 있다.

LS전선은 그동안 중동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판로를 개척하다가 최근에는 미국과 유럽 시장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통상적으로 전선 시장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보수적 성향이 강한 영역으로 꼽힌다.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대규모 정전이 발생해 산업과 가정에 큰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유럽과 미국은 선진 시장으로서 다른 국가들보다 더 엄격한 제품선별을 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구본규 사장은 이런 전선 시장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2022년 최고경영자(CEO) 부사장을 맡으면서 LS전선의 품질경쟁력을 강화하는데 힘써왔다.

LS그룹은 지난해 구 사장의 승진 인사와 관련해 "불확실성이 높은 경영환경 속에서도 강한 추진력으로 사업 성과를 창출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구 사장은 LS전선의 기술력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면서 제품의 신뢰성을 인정받아 최근 잇따라 미국과 유럽 등에서 대규모 수주를 따내고 있다.

LS전선은 8일 네덜란드 국영전력회사 테네트에 2조원 대 초고압직류송전(HVDC) 케이블 납품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LS전선에 따르면 2조 원 대 수주규모는 전선업체가 수주한 금액으로는 세계적으로 역대 최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HVDC는 교류와 비교해 대용량의 전류를 적은 손실로 멀리 보낼 수 있어 장거리 송전망을 중심으로 도입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며 특히 해상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LS전선은 이번 수주에 따라 네덜란드에 525kV급 해저 및 지중케이블을 공급하는데 이는 HVDC 가운데 최고전압으로 기존 320kV급 제품에 비해 송전량을 획기적으로 늘린 특징을 지닌다.

또한 전압형(VSC) 기술을 적용해 송전방향을 자유롭게 바꿀수 있다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HVDC와 VSC 2가지 기술은 세계적으로 소수업체만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국내에서는 LS전선이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다.

구 사장은 지난해 10월과 12월에도 영국 북해 보레아스 풍력발전단지와 북해 뱅가드 풍력발전단지에서 각각 약 2400억 원, 4천억 원 규모로 HVDC 케이블을 수주하는 성과를 이룬 바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미국에서는 3550억 원 규모의 해상풍력 케이블을 수주하기도 했다.

LS전선이 지난해부터 북미와 유럽 등에서 따낸 해상풍력 케이블 등의 수주 규모는 모두 3조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증권업계에서는 LS전선이 성장하는 해상풍력 시장에 올라타 대규모 수주를 추가로 거둘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본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2030년까지 30GW(기가와트), 2050년까지 110GW의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소를 세운다는 계획을 갖고 있어 LS전선의 추가 수주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LS전선이 신재생에너지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대규모 사업을 수주해 글로벌 전선업체로서 역량을 입증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LS전선은 각각의 프로젝트에서 덴마크 오스테드와 CIP, 벨기에 얀데눌, 독일 WPD 등 글로벌 해상풍력 사업자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어 유럽과 북미에서 시장 확대를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구 사장은 유럽과 북미에서 사업기회를 넓히는 데 필요한 생산기반도 마련해두어 LS전선의 미래 기틀을 잡았다는 평가도 받는다.

LS전선은 올해 5월 초 강원 동해에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HVDC 해저케이블 전용공장(해저4동)을 준공한 바 있다. 이 공장은 172m의 초고층 생산타워(수직연속압출시스템)를 포함해 연면적 3만4816㎡ 규모로 건설됐다.

구 사장은 준공을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이번 HVDC 전문공장의 준공은 에너지 전환시대, 전력산업의 대세 상승기에 성장의 가속제가 될 것이다”며 “효율적 에너지망 구축을 통해 전력산업의 발전은 물론 국가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LS전선은 최근 KT서브마린 지분을 추가 인수해 케이블 공급뿐만 아니라 시공사업 확대도 꾀하고 있어 앞으로 성장가도를 달릴 가능성이 높다.

LS전선이 2대 주주로 있는 KT서브마린은 케이블을 해저에 포설(해저 설치하는 작업) 및 매설(해저에 흙이나 돌로 덮어 보호하는 작업)하는 기업이다.

LS전선은 올해 4월3일 KT서브마린의 주식 629만558주를 약 449억 원에 인수하는 콜옵션(매도청구권)을 행사했다. LS전선이 올해 7월3일 KT서브마린의 주식취득을 마무리지으면 지분율은 기존 19.43%에서 43.68%로 확대되며 KT서브마린의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LS전선이 글로벌 시장에서 해저케이블 수주를 확대함에 따라 KT서브마린과 협력하는 사례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LS전선 관계자는 “LS전선은 HVDC 전용공장을 신설하는 등 시장 확대에 대비해왔다”며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시장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어 추가투자를 통해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