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SK하이닉스가 2023년 1분기 최악의 실적을 거둔데 이어 올해 흑자전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박정호 대표이사 부회장의 위기관리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박 부회장은 2분기부터 막대한 재고자산을 털어내 악화된 현금흐름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 고난의 행군, 박정호 재고 축소와 차입부담 관리가 관건

▲ SK하이닉스가 2023년 흑자전환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면서 박정호 대표이사 부회장의 위기관리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2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2023년 1분기 3조4023억 원의 영업손실을 발표한 것을 두고 시장추정치(컨센서스)보다 손실규모가 2천억 원가량 줄어든 실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낸드플래시사업의 수익성 악화가 예상보다는 덜했다는 것이다. 데이터센터에서 사용되는 기업용SSD(eSSD) 수요가 기대 이상으로 견조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반도체 업황이 다소 개선될 것이란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26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여전히 메모리 시장환경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이제 바닥을 지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2분기는 전분기 기저 효과로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1분기 감소분을 초과하는 두자릿수의 출하량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 영업이익에 가장 중요한 D램 가격은 2분기에도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여전히 많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주력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D램 가격 낙폭이 지나치게 크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연내 흑자전환은 어려울 것”이라며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서버용 DDR4 고정가격이 2분기에도 전분기 대비 20%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는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고난의 행군을 이어갈 공산이 큰 셈이다.

박정호 부회장은 최소한 상반기까지는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현금확보와 비용절감 등에 더욱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는 재고감축이다.

SK하이닉스의 2023년 1분기말 기준 재고 평가액은 약 17조1820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재고자산 15조6650억 원에서 9.7% 증가했고 2021년 말 9조2천억 원과 비교하면 85%가량 늘었다.

이와 같은 재고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와 같은 메모리반도체는 재고 누적이 길어지면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는데 SK하이닉스는 2022년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약 1조 원의 재고평가손실을 반영했다.
 
SK하이닉스 고난의 행군, 박정호 재고 축소와 차입부담 관리가 관건

▲ 중국 우시에 위치한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법인.

SK하이닉스는 2분기 재고자산을 대폭 축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저가로라도 대량으로 반도체를 매각해 재고를 축소해야 현금 유입을 통해 재무구조를 안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차입금 부담이 커지고 있는데 올해 1분기 말 기준 SK하이닉스 총차입금은 직전 분기 말보다 25% 증가한 28조8천억 원에 이른다.

적어도 올해 말까지는 전 세계적으로 고금리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처럼 급격히 늘어난 차입금은 재무구조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SK하이닉스는 2023년 이자비용이 지난해보다 2배 정도 증가한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때문에 SK하이닉스는 최근 연 1.75%의 낮은 만기이자율로 2조2천억 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해 운영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차입금 이자부담이 커지자 이를 낮추기 위해 교환사채 발행까지 결정한 것이다.

교환사채는 투자자가 보유한 채권을 일정 기간이 지난 뒤 회사의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사채다. 

김정훈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이번 반도체업황 하락기 대응 과정에서 재무여력을 일부 소진했고 반도체 수요예측 실패에 따른 기회비용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박정호 부회장은 올해부터 SK스퀘어 대표이사 자리를 내려놓고 SK하이닉스 대표이사로서의 역할에 전념하고 있다. 그만큼 SK하이닉스의 경영상황 악화가 SK그룹 차원에서도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박 부회장은 SK그룹의 하이닉스(현재 SK하이닉스) 인수에서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이고 이를 계기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그는 지금껏 인수합병(M&A) 전문가로 그룹 내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는데 앞으로는 위기관리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시기를 맞은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업황 악화는 물론 미국과 중국의 갈등도 악화되고 있어 중국에서 D램과 낸드플래시를 모두 생산하는 SK하이닉스는 앞으로 상당한 시련을 겪어야 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미국의 중국을 향한 반도체장비 수출제한 제재는 SK하이닉스가 피할 수 없는 문제다.

게다가 SK하이닉스가 인텔로부터 인수한 중국 다롄 낸드 공장(솔리다임)은 핵심기술, 생산전략 등이 국내 공정과 상이해 단기적으로 국내 공장을 활용한 대응에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김웅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강화조치는 국내 반도체기업에 수혜보다 리스크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며 “SK하이닉스의 우시 공장(D램)은 사실상 생산 제품 전량에 가까운 물량이 제재를 받을 것으로 보이며 다롄 공장(낸드)은 70% 이상이 제재 영향권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