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미국 반도체 규제 보복, 삼성 SK 아닌 대만 TSMC에 불똥 튀나

▲ 미국 마이크론을 향한 중국 정부의 반도체 규제 보복조치가 확산되며 대만 TSMC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사진은 TSMC 반도체 생산공장.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정부가 미국 메모리반도체기업 마이크론의 보안 문제를 이유로 공식 조사를 시작하며 사실상 미국의 중국 반도체산업 규제에 대응하는 보복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가 다른 미국 반도체기업으로 확산되기 시작하며 대만 TSMC가 반도체 위탁생산 수요 감소에 따른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로이터는 19일 “TSMC의 실적 회복에 중요한 변수로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갈등이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TSMC는 20일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평균적으로 1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다만 로이터는 투자자들이 당장의 실적 발표보다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갈등이 TSMC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게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마이크론을 향한 중국 정부의 반도체 규제 보복조치가 TSMC의 미국 주요 고객사들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YMTC를 비롯한 다수의 중국 반도체기업이 미국에서 필수 장비와 부품, 소프트웨어 등을 사실상 수입할 수 없도록 하는 강도 높은 규제조치를 도입했다.

SMIC와 화웨이 등이 이미 트럼프 정부 시절부터 미국 규제로 반도체사업에 어려움을 겪던 상황에서 대상 기업을 더 확대한 것이다.

미국은 더 나아가 네덜란드와 일본 등 동맹국도 중국을 향한 수출 금지에 동참하도록 유도하며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고립시키고 있다.

중국은 이에 반발해 마이크론을 상대로 정보 보안 문제와 관련한 공식 조사를 시작하면서 보복조치를 검토하는 수순에 들어갔다.

당국의 조사 결과에 따라 마이크론이 막대한 벌금을 내거나 중국에서 반도체를 판매하지 못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마이크론을 유일한 보복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유력하게 나왔다. 미국의 규제 조치에 비하면 아직 대응 수준이 낮은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자연히 마이크론과 같이 메모리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도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중국 정부는 과거에도 이러한 메모리 3사를 대상으로 담합과 관련해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하며 압박한 적이 있다. 

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조사 대상으로 삼으면 미국과 한국의 반도체 협력을 견제해 한국에 ‘경고장’을 보내는 의미를 담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로이터는 마이크론 다음으로 중국 정부가 노리는 타깃이 다른 미국 반도체기업일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봤다. 구체적으로 퀄컴 등 시스템반도체기업이 거론됐다.

퀄컴의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약 64%에 이를 정도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퀄컴을 조사 대상으로 삼는다면 미국 정부를 효과적으로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퀄컴이 TSMC의 핵심 고객사라는 점에서 중국의 규제 보복조치에 따른 역풍을 TSMC도 함께 맞게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바라봤다.

TSMC는 중국을 반도체 최대 시장으로 두고 있으며 중국 내 대규모 생산공장도 갖추고 있다.

로이터는 중국이 퀄컴 등 기업의 첨단 반도체 판매를 금지할 가능성은 낮지만 28나노 이상 공정을 활용하는 구형 반도체는 충분히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28나노 이상 공정은 TSMC의 지난해 연매출에서 약 30%의 비중을 차지한다. 대부분의 중국 고객사의 물량으로 추정된다.

중국이 해당 물량을 자국 파운드리 업체인 SMIC의 물량으로 대체하는 데 속도를 낸다면 TSMC가 중장기적으로 실적 타격을 만회하기도 어려워진다.

로이터는 “중국 정부가 미국의 압박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TSMC의 회복 여부에 큰 변수”라며 “반도체 공급 물량 축소와 중국 경쟁사의 성장 등 두 가지 측면에서 잠재적으로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