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청약보다 힘든 미국 반도체 보조금, 삼성전자 '가산점 받기'도 집중

▲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CNBC와 인터뷰에서 반도체 지원법과 관련해 기업들이 가산점을 받게 되는 조건을 언급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상무부가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 시행과 관련해 여러 규제를 도입한 데 이어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방법까지 발표하며 더욱 까다로운 조건을 앞세우고 있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하는 반도체 파운드리공장에 지원금과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를 받는 일도 그만큼 어려워지고 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현지시각으로 6일 미국 CNBC와 인터뷰에서 “정부의 반도체 지원금은 ‘백지수표’가 아니다”라며 “미국의 성장을 위해 쓰여야 하는 돈”이라고 말했다.

반도체기업들이 정부에서 받는 투자 보조금을 주주환원 등 다른 목적으로 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데 응답한 것이다.

러몬도 장관은 “반도체 지원법은 미국의 연구개발 강화 및 발전을 위한 것”이라며 “미국이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선두에 오르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상무부는 바이든 정부에서 추진해 시행되는 반도체 지원법의 세부 시행안을 결정하고 대상 기업을 평가해 선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최근 반도체기업들의 지원 신청서 접수를 시작하면서 공개한 조건은 초과이익 공유, 근로자 복지 증진과 노조활동 지원, 중국 투자 제한 등 까다로운 내용을 담고 있어 비판을 받았다.

러몬도 장관은 CNBC를 통해 일부 조항에는 사실상의 가산점이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정 항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반도체기업이 많은 지원을 받기 유리해진다는 의미다.

그는 앞으로 5년 동안 자발적으로 자사주 매입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기업과 노조 설립을 돕는 업체를 상무부에서 선호하게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러몬도 장관은 상무부가 반도체공장에 노조 설립을 강제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해당 요소가 보조금 등 인센티브와 관련해 가산점을 받는 데 기여한다면 반도체기업들이 상무부 가이드라인에 맞춰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힘쓰게 될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이 결국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는 미국 반도체공장에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상무부에서 내건 여러 평가요소를 고려한 계획을 수립할 수밖에 없다.

상무부의 엄격한 규제에 걸리지 않도록 기업 경영활동에 제약을 감수하는 동시에 최대한 높은 가산점을 받기 위해 노력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주택청약보다 힘든 미국 반도체 보조금, 삼성전자 '가산점 받기'도 집중

▲ 삼성전자 텍사스주 오스틴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내부.

삼성전자가 가장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요건은 반도체사업에서 발생하는 초과 이익을 미국 정부에 일부 공유해야 한다는 것과 중국에 반도체 시설 투자를 벌이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의 이익을 미국에 제공해야 한다는 점에 주주들과 한국 국민들의 여론이 악화할 수밖에 없고 삼성전자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운영하는 낸드플래시 반도체공장에 새 미세공정을 도입하기 어려워져 경쟁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우려할 만한 요소로 지목된다.

SK하이닉스 역시 미국에 반도체 패키지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던 상황에서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정부 보조금을 받으려면 이익을 공유하고 중국 D램 공장에 투자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지원법으로 인텔과 마이크론 등 자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만큼 정보 보안과 관련한 문제도 걸림돌로 남아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원금을 신청하기 위해 자세한 사업 계획을 상무부에 제출해야 하는 만큼 이는 민감한 정보를 미국에 유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결국 한국 반도체기업들은 미국 반도체 지원법과 관련해 더 복잡한 계산을 앞두게 됐다.

상무부에서 제공한 반도체 지원법 가이드라인은 모두 75페이지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부에 공개된 내용 이외에 별도의 조건이 더 붙어있을 가능성도 유력하다.

러몬도 장관은 상무부에서 내건 여러 조건이 결국 반도체기업들의 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순조롭게 마무리하도록 하고 미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