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대한민국은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을 모두 보유한 국가가 됐다. 미래 감염병 유행에 보다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보건안보 체계를 구축하게 됐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올해 6월29일 브리핑을 통해 한 말이다. 국내 기업이 처음으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이 허가를 받은 날이었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에는 첫 국산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가 허가를 획득했다. 
 
국산 1호 코로나 백신·치료제 절반의 성공, 정부의 '리스크 분담' 목소리

▲ 국내 기업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해외 의약품에 밀려 큰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11월14일 서울 한 병원에서 시민이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연합뉴스>


'K-백신·치료제'는 오 처장의 말대로 선제적인 감염병 대응에 활약하고 있을까. 아쉽게도 그렇지 못하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해외 의약품이 국내 방역전선을 책임지고 있다. 한국이 코로나19에 맞서 의료 주권을 지키는 과정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두는 데 그쳤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30일 질병관리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현황 자료에 따르면 29일 동절기 추가접종에서 백신 6만6939명분이 접종됐다. 이 가운데 스카이코비원 접종은 20명분에 그쳤다.

나머지 백신은 모두 모더나, 화이자, 노바백스 등 외국 기업이 개발한 것이다. 특히 화이자가 개발한 오미크론 변이 BA.4/5 기반 2가 백신이 4만7127명분을 차지했다. 2가 백신은 바이러스 2종을 한꺼번에 예방하는 백신을 말한다. 

10월10일 동절기 추가접종이 시작된 뒤 전체 누적 수치를 살펴봐도 스카이코비원의 약세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첫 동절기 추가접종 후 지금까지 모더나 BA.1 백신은 192만8989명분, 모더나 BA.4/5 백신은 2만4287명분, 화이자 BA.1 백신은 77만8225명분, 화이자 BA.4/5 백신은 239만2287명분, 노바백스 백신은 3만7796명분이 접종됐다.

반면 스카이코비원은 2455명분만 접종됐을 뿐이다.

국산 백신인 스카이코비원이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지 못하는 까닭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대응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2가 백신인 화이자, 모더나 백신과 달리 스카이코비원은 단가 백신이다. 오리지널 바이러스를 기반으로 개발돼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뜻이다.

스카이코비원에 대한 낮은 수요는 개발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최근 스카이코비원 완제품 생산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추후 정부 요청이 있어야 다시 생산이 이뤄진다.

코로나19 치료제 쪽도 마찬가지로 해외 제약사의 약물만이 사용되는 중이다. 가장 먼저 국내에 도입된 길리어드 '베클루리(렘데시비르)'에 이어 화이자 '팍스로비드', 미국 MSD '라게브리오'가 올해부터 국내에 공급되기 시작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코로나19 치료제 대열에는 셀트리온의 '렉키로나'가 포함돼 있었다. 렉키로나는 2021년 2월 식약처에서 조건부 품목허가를 획득한 뒤 긍정적인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2021년 9월 정식 품목허가를 따냈다.

하지만 올해 2월부터 렉키로나는 더 이상 국내에 공급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변이에 대한 치료효과가 떨어진다는 의료당국의 결론이 내려져서다. 이후 셀트리온은 해외에서도 렉키로나와 관련해 마땅한 실적을 거두지 못했고 끝내 올해 6월 후속 치료제의 개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렉키로나를 잇는 다른 국산 치료제가 단기간에 새로 추가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정부는 일동제약과 일본 시오노기제약이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 '조코바'에 대해 긴급사용승인을 내리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이처럼 국산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의 사업적 성과가 저조한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질병이 발생했을 때 기업들이 대응에 나설 동기가 약해졌다는 것이다.

한국이 다음 팬데믹에 맞서 자체적으로 의약품을 적시에 개발하지 못한다면 외국 제약사에 대한 의존도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앞서 2020년 말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이 처음 개발됐을 당시 여러 선진국이 백신 물량을 먼저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 바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에서 제약바이오기업의 백신, 치료제 개발 리스크를 일정 부분 분담해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11월 보고서에서 "백신 개발이 성공한 뒤에도 사업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국내 기업들의 개발 의욕이 떨어지고 이는 향후 또다른 팬데믹에 대한 대응력 미비로 이어질 수 있다"며 "연구개발 성공률이 낮고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경제성이 낮은 분야 특히 보건 안보와 직결되는 분야는 정부 차원의 혁신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