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중심축 모바일에서 모빌리티로, 장덕현 전장사업 조직 확대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내년 주요 사업의 화두 가운데 하나로 자동차 전장을 꼽고 경영을 이끌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이 사업구조를 모바일 중심에서 모빌리티로 바꾸는 체질개선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장 사장은 삼성전기의 주력 사업인 적층세라믹커페시터(MLCC), 카메라 모듈, 반도체 기판이 모두 고부가 자동차 전장 부품과 맥이 닿은 점에 주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삼성전기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장 사장은 최근 정기 조직개편을 통해 카메라 모듈을 담당하는 광학통신솔루션 사업부와 반도체기판을 맡는 패키지솔루션 사업부, MLCC를 생산하는 컴포넌트 사업부 모두에 전장 사업담당 팀을 구성한 것으로 파악된다.

새해에는 사업의 전체적 방향성과 화두를 자동차 전장 쪽에 두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장덕현 사장은 최근 열린 임직원 내부 소통행사에서 모바일 부품 중심에서 자동차 부품으로 성장축을 옮겨 경쟁력을 강화하는 취지에서 이번 조직개편을 실시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 사장이 삼성전기의 사업포트폴리오 전반을 자동차 전장으로 옮기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은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성장성이 둔화된 것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기의 전체 사업군은 스마트폰 같은 전자제품뿐 아니라 자동차 전장사업에도 대부분 연관되어 있다.

삼성전기의 주력 사업가운데 하나인 MLCC는 전자제품의 회로에 전류가 안정적으로 흐를 수 있도록 제어하는 부품으로 전기차 시대에 쓰임새가 자동차 분야에서 확대되고 있다.

전장용 MLCC는 내연기관차에 5천 개가량 탑재되지만 연산장치가 늘어나는 전기차에는 1만 개, 자율주행차에는 1만5천 개까지 들어가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구나 전장용 MLCC는 고온과 고압의 가혹한 자동차 주행환경을 견뎌야 한다는 점에서 IT제품에 들어가는 MLCC보다 가격이 2~3배 높아 삼성전기 수익성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IT제품에 적용되는 MLCC의 수요부진은 2023년에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삼성전기의 자동차 전장용 제품들은 초소형, 고용량 제품의 쓰임이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어 수요가 견고하다”고 바라봤다.

카메라 모듈의 경우도 자율주행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부품으로 떠올라 주목받고 있다.

카메라 모듈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등 자율주행에 필요한 여러 솔루션과 결합해 도로신호, 표지판, 장애물 등 외부 교통환경을 촬영해 자동차의 두뇌역할을 하는 칩으로 보내는 역할을 맡고 있는데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차량용 카메라 시장은 올해부터 해마다 10%가량 성장해 2030년 무렵에는 약 32조4천억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 사장은 전장용 카메라 모듈 사업에서 고객사를 빠르게 넓혀가기 위해 다각도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표적으로 올해 7월 삼성전기는 테슬라로 추정되는 고객회사와 5조 원대 카메라 모듈 공급을 협의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진 바 있다. 다만 삼성전기는 당시 공시에서 “현재 고객회사와 관련 내용을 협의하고 있다”며 “현 단계에서 거래규모, 금액 등 세부사항을 밝힐 수 없다”고 알렸다.

반도체 기판도 자율주행 시대로 이행되면서 삼성전기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자동차의 전동화와 자율주행화가 진행되면서 전자기판에 다양한 반도체와 소자들을 연결해야 해 반도체기판과 자동차 전장의 관계가 밀접해지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기는 반도체 기판 사업 가운데 서버와 PC, 네트워크, 자동차 전장에 널리 활용될 수 있는 FC-BGA(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FC-BGA는 로봇과 가상현실, 자율주행과 같이 고성능 및 고밀도 회로연결을 필요로 하는 산업에서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올해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서버와 전장용 FC-BGA제품은 PC와 달리 수요가 지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서버용 기판 양산과 전장용 기판의 공급확대를 추진해 중장기 성장기반을 다지겠다”고 말했다.

삼성전기는 FC-BGA 산업분야가 앞으로 5년 간 14% 이상 성장해 2026년에는 22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광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와 소비심리 위축으로 단기적으로 IT수요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삼성전기도 영향을 받을 수는 있다”면서도 “다만 삼성전기는 수익성 높은 자동차 전장 부품 사업에 힘을 주고 있는 만큼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