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과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이 연말인사에서 각각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사업부장과 디자인경영센터장을 겸직하게 되면서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한 부회장과 노 사장은 모두 프리미엄 제품군에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 것으로 보인다.
 
'프리미엄 지배력' 확대 미션, 삼성전자 한종희 노태문 권한만큼 책임도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이 연말 인사에서 생환가전사업부장을 계속 겸직하면서 그만큼 어깨가 더욱 무거워지게 됐다. 


1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재승 사장의 퇴임으로 공석이 된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 자리에 후임을 뽑지 않고 한종희 부회장이 계속 겸임을 하는 것은 삼성전자 DX부문 내 사업부 사이의 통합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2021년 말 CE(생활가전)와 IM(IT, 모바일) 등 완제품 부문을 통합한 DX부문을 새롭게 출범시켰고 한 부회장에게 부문장을 맡겼다.

이는 TV와 가전, 스마트폰 등 기존 조직 사이의 벽을 허물고 각 기기의 연결성을 강화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조직개편으로 해석됐다. 이에 더해 스마트폰을 제외한 부문장까지 한 부회장이 겸직함으로써 DX부문의 역량을 한 곳으로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제로 DX부문은 조직개편을 통해 삼성전자의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인 ‘스마트싱스’를 본격적으로 강화하기 시작했다.

DX부문 안에 ‘디바이스 플랫폼 센터’를 새로 설립해 가전, TV, 스마트폰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는 작업을 진행하고 사물인터넷(IoT)과 소프트웨어(SW) 개발자 중심으로 신규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사내 게시판을 통해 생활가전사업부 인력을 충원한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생활가전사업부에 지원하는 삼성전자 직원은 일시금 2천만 원과 함께 3년 뒤에는 기존 사업부로 복귀할 수 있는 혜택까지 누릴 수 있다.

한 부회장은 사물인터넷 경쟁력 강화를 통해 TV 1등을 넘어 가전에서도 1등을 노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프리미엄 가전으로 입지를 확고하고 있는 비스포크에 진화하는 스마트싱스를 탑재해 기존 가전업계의 판도를 바꿔 내겠다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TV사업과 달리 가전에서는 ‘매출 세계 1등’ LG전자에 밀리고 있다.

하지만 사물인터넷을 통해 제품 사이의 연결성을 강화할 수 있다면 TV, 스마트폰에서 강점이 뚜렷한 삼성전자가 가전에서도 LG전자를 넘어설 가능성은 충분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 부회장은 올해 9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인 ‘IFA 2022’에서 “스마트싱스 가입자 수를 현재 2억3천만 명에서 5년 내 5억 명까지 늘리겠다”며 ”스마트싱스 대중화를 통해 많은 소비자가 다양한 기기를 연결해 사용하는 데 제약을 느끼지 않도록 적극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미엄 지배력' 확대 미션, 삼성전자 한종희 노태문 권한만큼 책임도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이 연말인사에서 디자인경영센터장도 맡게 됐다.


노태문 MX사업부장 사장은 ‘디자인’ 강화를 통한 프리미엄 제품의 경쟁력 제고를 노리고 있다.

노 사장인 이번 인사를 통해 MX사업부장과 함께 디자인경영센터장을 맡게 되었는데 이는 스마트폰에서 디자인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것에 대응한 인사로 풀이되고 있다. 사장급이 디자인경영센터장으로 있으면서 제품 기획 단계부터 디자인 요소를 챙기겠다는 것이다.

기존 디자인경영센터장이었던 김진수 부사장은 부센터장을 맡아 노 사장을 보좌하게 된다. 게다가 스마트폰 개발 업무는 새로 임명된 최원준 전략제품개발팀장 부사장이 전담하게 됨에 따라 노 사장은 디자인 측면을 개선하는 데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인 갤럭시 시리즈는 최근 디자인 측면에서 많이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특히 갤럭시Z플립 시리즈는 많은 소비자들로부터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갤럭시보다는 애플 아이폰이 디자인 측면에서 낫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많은데 이와 같은 인식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막대한 지원과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로고 등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작은 디테일에서 삼성전자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여전히 크다는 지적도 많다. 

디자인은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에 밀려 고전을 면하지 못하는 주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디자인경영센터는 삼성전자 제품 디자인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곳으로 노 사장은 향후 제품 외관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배치 등 디자인의 근본적인 부분까지 재점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2023년에 출시하는 갤럭시S23부터 카메라섬 대신 물방울 모양의 후면 카메라를 적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이미 디자인의 대대적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아이폰보다 브랜드 가치에서 열세인데 가성비(가격대비성능)에 기반을 둔 중국 제조사들의 도전이 심화되는 상황에도 맞닥뜨리고 있다”며 “디자인 차별화와 소비자 락인(잡아두기) 효과를 유발할 생태계 확대 등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