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쏘렌토 출시 20년 만에 '국민차' 등극 가능성, 그랜저와 경쟁 치열

▲ 기아 중형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쏘렌토가 현대자동차 준대형 세단 그랜저가 6년 동안 지켜 온 국내 자동차 연간 판매 1위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사진은 4세대 쏘렌토. <기아>

[비즈니스포스트] 기아 중형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쏘렌토의 질주가 심상치 않다.

쏘렌토는 현대자동차 준대형 세단 그랜저가 5년 동안 지켜 온 국내 자동차 연간 판매 1위 자리를 올해 위협하고 있다. 국산 세단과 SUV를 대표하는 두 차종은 해를 넘겨서도 '국민차'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6일 현대차와 기아 판매실적 IR자료에 따르면 국내 연간 판매량 집계 마지막 한 달을 남겨둔 올해 1~11월 누적 판매량에서 쏘렌토가 그랜저를 근소한 차이로 앞서나가고 있다.

올해 들어 11월까지 판매량은 쏘렌토 6만1509대, 그랜저 5만8113대로 쏘렌토가 그랜저보다 3396대 더 많이 팔렸다.

현대차는 지난달 완전변경 7세대 그랜저를 내놓으며 올해 안에 1만1천 대를 고객에게 인도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쏘렌토가 지난달 판매량 6656대를 12월에도 그대로 유지하고 그랜저가 11월 신형 그랜저 판매량 1023대를 제외한 나머지 판매목표 약 1만 대를 12월에 달성한다고 가정하면 쏘렌토는 약 50대 차이로 출시 20년 만에 올해의 베스트셀링카 자리에 오르게 된다.

반도체 등 자동차 부품 공급 차질이 지속되는 가운데 기존 그랜저 잔여 물량과 기아와 현대차의 차종별 국가별 생산량 배분 전략에 따라 올해 판매 1위 차종이 최종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된다.
 
두 차종의 경쟁은 국민차 자리를 놓고 벌이는 SUV와 세단 대표 차종의 대결이기도 하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2010년만 해도 국내 신차 판매량에서 세단이 차지하는 비중은 77.4%에 이르렀다. 그 뒤 2017년 58.0%, 2018년 53.5%로 하락세를 보이다 2020년 47%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SUV를 포함한 레저용 차량(RV, 49%)에 추월 당했다.

올해 1~11월 국내 누적 승용 신차 판매량에서 RV 판매 비중은 58.1%에 이르는 반면 세단 비중은 33.9%에 그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의 큰 차 선호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상품성 높은 SUV 신차 출시가 이어진 데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차박 등이 유행하면서 SUV의 판매 우위 추세가 굳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국내 5개 완성차업체들은 소형차 세단 라인업을 줄여왔다. 2019년 3월 한국GM 아베오와 같은해 7월 현대차 엑센트 단종을 마지막으로 국산 소형 세단은 국내에서 자취를 감췄다.

국산 준중형 세단 역시 현재 현대차 아반떼와 K3 등 2개 차종만이 명맥을 잇고 있다.

이와 달리 소형 SUV에서는 베뉴, XM3, 셀토스, 니로, 코나, 티볼리, 트랙스 등 7개 차종이, 준중형 SUV에는 EV6, 투싼, 아이오닉5, 스포티지, 코란도, GV60 등 6개 차종이 자리잡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세단이 수난시대를 맞았다고 볼 만한 상황인 셈이다.

다만 국내에서 살아남은 세단 모델들의 다수는 여전히 존재감을 단단히 지키고 있다. 올해 누적 판매 10위 권에서 세단은 2위 그랜저, 3위 아반떼, 7위 쏘나타, 9위 제네시스 G80, 10위 기아 K8 등 5개 차종이 이름을 올리며 RV 모델들에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선두에 현대차 그랜저가 있다. 그랜저는 6세대 그랜저IG 출시 직후인 2017년부터 5년 연속으로 국내 판매 1위 왕좌를 놓치지 않으며 세단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올해 국산 대표 SUV 쏘렌토는 2002년 출시 뒤 20년 만에 첫 연간 판매 1위 타이틀을 얻기 위해 그랜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쏘렌토는 3번의 완전변경을 거쳐 2020년 출시된 4세대 모델이다.

세단은 2004년 싼타페를 제외하고는 SUV에 연간 판매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2005년부터 2016년까지는 쏘나타 7번, 아반떼는 5번 베스트셀링카에 올랐다. 1999년~2003년 왕좌는 EF쏘나타가 차지했다.

 
기아 쏘렌토 출시 20년 만에 '국민차' 등극 가능성, 그랜저와 경쟁 치열

▲ 7세대 그랜저.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쏘렌토와 6세대 그랜저는 비슷한 가격대에 판매량도 비슷하지만 구매 고객층에서는 확실한 차이를 보였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통계를 종합하면 올해 1~10월 연령별 구매 고객 비중에서 쏘렌토는 40대(29.2%)와 30대(28.5%)가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으나 구형 그랜저는 50대(32.5%)와 60대(23.1%) 비중이 가장 컸다.

어린 자녀를 둔 경우가 많은 30~40대 소비자들이 공간활용성 측면에서 장점을 가진 쏘렌토를 '패밀리카'로 선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가 지난달 내놓은 7세대 그랜저는 몸집을 키우고 디자인에 변화를 주며 한층 낮은 연령대의 수요를 노리고 있어 쏘렌토와의 더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현대차는 신형 그랜저에 미래지향적 디자인을 입히고 기존 모델보다 전장은 45mm, 휠베이스는 10mm를 더 키웠다. 

이에 신형 그랜저 전장은 5035mm로 유럽 기준 E-세그먼트(준대형)와 F-세그먼트(대형)를 나누는 기준인 5천mm를 넘어선다. 자동차 통계 분석 사이트 다나와는 기존 그랜저를 준대형 세단으로 구분했으나 신형 그랜저는 대형 세단으로 분류하고 있다.

다만 신형 그랜저가 가솔린 모델은 트림별로 350만 원 가량, 하이브리드 모델은 600~650만 원 가량 가격이 인상되면서 쏘렌토와 비교해 한 층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게 된 점은 소비자 선택에 변수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윤수 현대차 국내마케팅 실장 상무는 지난달 온라인으로 열린 그랜저 미디어 출시 행사에서 "신형 그랜저는 자신의 영역에서 성공을 거둔 45~55세대 뿐 아니라 성공적 미래를 만들어가는 30~45세대에게도 매력적 모델"이라고 주요 타겟 고객층을 밝혔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