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부동산앱 직방 넥스트 스텝은 스마트홈, 안성우 프롭테크 도약 고삐

▲ 안성우 직방 대표이사가 22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진행한 '직방 리브랜딩 미디어데이'에서 직방의 새로운 슬로건인 '집을 찾는 경험에서 집에 사는 경험까지, 비욘드 홈'을 소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개인적으로 스타워즈와 같은 SF(공상과학)영화를 좋아하는데 그런 영화들을 보면 미래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공간들이 나온다. 보면 지금처럼 콘크리트로 된 집이 없고 사물인터넷(IoT) 등 기술이 똘똘 뭉쳐진 공간이다.”

22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는 직방의 새로운 로고와 사업 비전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안성우 직방 대표이사는 SF영화에 나오는 미래의 집을 화면에 띄우면서 직방의 새로운 청사진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항상 영화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현실이 따라갔다는 걸 고려하면 주거생활에서도 이런 ‘영화같은’ 모습이 현실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안 대표가 프리젠테이션 화면에 올린 것은 SF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의 한 장면이었다. 이 영화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복제인간이 존재하는 2049년을 배경으로 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복제인간 ‘K’가 사는 아파트는 인공지능(AI)이 모든 생활을 관리해주는, 현재 우리가 말하는 스마트홈이다.

집 안의 온도, 습도 등 환경부터 조명, 블라인드 등 각종 가전 및 생활제품들을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로 손쉽게 제어하는 기술은 이미 현재 신축 아파트 등 주거공간에도 일부 적용되고 있다.

안 대표는 앞으로 이와 같은 홈사물인터넷 기술에 바탕한 스마트홈 사업을 펼쳐보일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직방이 이날 간담회에서 선보인 스마트 도어록 신제품만 해도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고 앞에 서기만 해도 문이 열린다. 

현관에 서면 자동으로 얼굴을 인식해 문을 열어주는 SF영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스마트폰에 저장해 놓은 디지털키를 자동으로 인식해 문을 열어주는 기능은 사뭇 영화 속 모습과 비슷하다.
 
[현장] 부동산앱 직방 넥스트 스텝은 스마트홈, 안성우 프롭테크 도약 고삐

▲ 안성우 직방 대표이사가 22일 '직방 리브랜딩 미디어데이'에서 삼성전자와 협업으로 개발한 도어록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안 대표는 간담회 현장에서 직접 제품 실물을 소개하면서 바지 주머니에 스마트폰을 넣은 채 도어록 앞으로 다가가 잠금을 해제하는 모습을 시연하기도 했다.

이 도어록은 직방이 올해 7월 삼성SDS의 홈사물인터넷사업부문 인수를 완료한 뒤 처음으로 개발한 제품이다.

직방이 삼성전자와 협업해 만든 제품인 ‘SHP-R80’은 물리적 태그가 필요한 NFC 기술이 아닌 초광대역 기술이 적용됐다.

삼성페이와 연동해 실시간으로 도어록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방문자 전용 임시 비밀번호를 디지털키로 발급할 수도 있다. 

직방은 현재 3차원 홈사물인터넷 사용자환경도 개발하고 있다.

요즘 신축 아파트에는 다 들어가는 월패드를 예로 들면 화면 속에 집 내부를 똑같이 3차원으로 구현해 지금보다 더 직관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직접 안방으로 이동해 창의 블라인드를 내리고 올리고 하던 일을 월패드 속에서 실제와 똑같이 그냥 하면 된다.

이런 사용자환경이 구현되면 따로 소프트웨어 사용법을 익힐 필요조차 없다.

안 대표는 이런 홈사물인터넷 사용자환경 시스템을 영상으로 소개하면서 “개인맞춤형으로 집을 자동화해 제어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SDS 홈사물인터넷부문 인수로 확보한 도어록, 월패드 등 스마트홈의 하드웨어에 새로운 소프트웨어 기술을 적용하는 사업모델로 미래 주거시장을 개척하겠다는 방향성도 확실하게 제시했다.

안 대표는 지금의 주거시장이 입지, 인테리어 등 하드웨어 요소가 중심이었던 과거와 달리 이제 집의 기능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직방은 원래 원룸 위주의 매물정보 제공 등 부동산 틈새시장 서비스에서 출발해 아파트 매물정보, 나아가 신축분양시장으로 발을 뻗어왔다. 그동안 건설사, 시행사들과 일을 하면서 ‘집’이라는 상품의 가치를 결정하는 요소도 소프트웨어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을 실감했다고 안 대표는 설명했다. 
 
[현장] 부동산앱 직방 넥스트 스텝은 스마트홈, 안성우 프롭테크 도약 고삐

▲ 직방의 예전 로고(왼쪽)과 22일부터 홈페이지 등에 새롭게 적용된 로고(오른쪽).

안 대표는 “핸드폰과 자동차산업을 봐도 전통적 기계공학, 하드웨어 중심의 산업이었는데 아이폰과 테슬라 이후 기능이 더 중요해지고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옮겨갔다”며 “주거에 관해서도 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미 구글, 아마존과 같은 빅테크기업들이 홈사물인터넷사업으로 프롭테크시장에 진입한 것도 이런 산업의 변화를 보여준다고 바라봤다.

실제 구글은 이미 지난 2014년 실내 온도조절장치 기업 ‘네스트’를 인수했고 현재 다양한 홈사물인터넷 기능을 추가한 구글네스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마존도 보안카메라기업 ‘블링크’와 도어벨 등 스마트홈 기기 제조기업 ‘링’을 인수했다.

직방도 2021년 1월 카카오페이의 자회사였던 종합 주거관리 플랫폼 ‘모빌’을 인수해 아파트 주거생활 관리 서비스에 진출했다.

안 대표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아파트 600여 단지, 약 50만 세대가 모빌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직방은 100세대 이하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원격 관리사무소 서비스인 ‘직방가드’도 론칭했다.

아파트가 아닌 빌라 등 소규모 공동주택은 보통 관리사무소가 없어 보안 등 주거환경이 열악하다는 점에 착안했다. 직방가드는 원격 관리사무소를 홈사물인터넷 기술과 연계한 모델이다.

이를테면 택배기사가 물건을 배송할 때 빌라 공동현관에서 입주민이나 원격 관리사무소를 호출하면 문을 열어줄 수 있는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안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직방의 ‘넥스트 스텝’, 다음 도약의 큰 그림으로서 ‘집을 찾는 경험에서 집에 사는 경험까지, 기술로 주거 경험을 혁신하는 회사’라는 슬로건을 새롭게 제시했다.

IT 서비스에 친숙한 한국에서 홈사물인터넷사업의 경험을 쌓아 해외 B2B(기업 사이 거래)시장을 공략하겠다는 포부도 내놓았다.

안 대표는 삼성SDS 홈사물인터넷부문 인수로 이미 해외 홈사물인터넷시장 진출의 포석은 깔고 있다.

삼성SDS는 한국을 비롯해 홍콩, 싱가포르, 호주 등의 홈사물인터넷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홍콩 시장에서는 점유율이 50%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직방은 본격적으로 홈사물인터넷 바탕의 스마트홈 사업모델을 구축해 앞으로 북미, 중국으로도 진출하겠다는 계획도 세워뒀다.

안 대표는 간담회를 마치면서 “처음 직방을 창업할 때 이런 사업까지 고려해서 시작한 것이냐는 질문을 꽤 받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스타트업이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가는 것은 맞지만 시장의 필요, 소비자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하나하나 풀어가다 보니 이렇게 온 것이다”고 말했다.
 
[현장] 부동산앱 직방 넥스트 스텝은 스마트홈, 안성우 프롭테크 도약 고삐

▲ 안성우 직방 대표이사가 22일 '직방 리브랜딩 미디어데이'에서 직방의 사업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안 대표는 “직방의 새로운 10년은 부동산 정보제공 서비스를 넘어 주거공간의 운영체제, 즉 홈 OS 시대를 여는 시간이 될 것이다”며 “직방은 이제 집에서 사는 경험까지 책임지는 프롭테크기업으로 발전해가겠다”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1979년생으로 엔씨소프트 개발팀, 삼일회계법인 감사·컨설팅, 블루런벤처스 투자심사역 등을 거쳐 2010년 직방의 전신인 채널브리즈를 창업했다. 

안 대표는 2011년 3월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에 들어가 2012년 1월 1기로 졸업한 뒤 바로 ‘직접 찍은 방 사진’을 제공하는 부동산정보 제공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인 직방을 출시했다. 

2015년에는 회사 이름도 채널브리즈에서 직방으로 변경했다.

직방은 이날 2012년 직방 서비스를 출시한 뒤 10년 만에 기존 집모양 아이콘에 확장을 뜻하는 타원형 이미지를 더한 새로운 로고를 발표했다.

10년 전 발품을 팔아야 했던 부동산 매물 정보를 온라인으로 옮겨온 직방은 한국 프롭테크 1세대 기업으로 평가된다.

직방이 본격적으로 확장하는 프롭테크시대를 맞아 기술로도 선두주자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박혜린 기자